리딩코치 영의 책육아 노하우
기왕이면 아이의 발달에 맞고 아이 눈높이에 맞는 좋은 책을 선별하여 아이에게 읽어주어야 한다. 그러나 책을 읽어주다 어느 순간 ‘이렇게 책을 읽어주기만 해도 될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나마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랐다면 그런 생각을 좀 더 늦게 할 수도 있지만 책은 좋아하는데 주변 아이들보다 한글을 빨리 못 읽는다던가 책을 좋아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때 고민을 한다.
이제는 책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기 때문에 굳이 책이 왜 중요한지는 세세히 말하고 다니지 않지만 책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아이가 책을 좋아할 수도 있고 책을 읽어주는 것에서 벗어나 200% 활용을 더할 수도 있다.
그동안 들은 교육과 아이들의 발달이론을 참고하며, 아이들과 수업을 하면서 얻은 노하우로 책 육아로 아이를 키우고 싶은 자녀를 둔 어머님들과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무엇보다 아이에게 양육과 교육환경을 제공하는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느꼈다. 부모가 아이에게 주는 환경이 달라지면 아이들은 분명 변화한다.
이런 나의 생각에 공감하는 5살 아들을 둔 어머니와 함께 첫 만남으로 시작해서 금세 5개의 모임으로 커져갔다. 그리고 햇수로 3년이라는 시간 동안 100번의 모임 속에 쌓인 다양한 책육아 주제 중에서 부모님과 아이들의 뜨겁고 폭발적인 반응을 남긴 몇 가지 사례를 담아 보려고 한다.
주제로 책 읽어 보기 ; 융합 독서
현재 부모가 된 세대와 아이들 세대의 독서 방법 중에 확연히 달라진 독서방법은 바로 ‘융합 독서’이다. 융합 독서란 하나의 주제를 여러 권의 책을 다양한 관점에서 읽고 토의, 토론하고 글쓰기를 하는 독서를 말한다. 융합 독서를 하는 이유는 바로 부모세대가 배워온 주입식 교육과는 180도 달라진 교육과정의 변화 때문이다.
유치원 누리과정부터 하나의 주제를 다양한 시각으로 탐구하고 또래들과 토론하며 지식의 폭을 확장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주제학습으로 바뀌었다. 아이들마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흥미를 보이는 분야에 대해 조사하고 발표를 하게 되니, 같은 주제로 아이들마다 다른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 특히 아이들마다 생각이 다르니 하나의 정답이 있을 수 없다. 아이들마다 생각하는 것이 모두 답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바뀐 교육과정의 매력이다.
그렇다면 ‘여름’을 주제로 먼저 생각나는 것들을 떠올려보자. 여름에 할 수 있는 경험을 떠올려보면 날씨가 더워서 땀을 흘리니까 더위가 생각날 수 있고, 여름 한 때, 짝을 찾아 울어대는 매미도 머릿속에 떠오를 것이다. 어른이 되고 나서는 1년에 딱 한 번뿐인 금쪽같은 휴가도 생각날 것이고, 더위를 피해 떠난 휴가지에 도착해서 본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도 생각날 것이다.
또한 더운 여름을 견디게 해 준 고마운 도구인 선풍기와 에어컨도 떠올릴 수 있다. 그리고 선풍기와 에어컨은 발명에 의해 생겨난 도구이므로 여름을 시원하게 나게 할 훌륭한 발명품이다. 각자의 경험에 따라 여러 가지 경험들이 이미지로 떠오를 것이다.
여름을 생각하며 광복절을 떠올릴 수 있는지 생각해 보자. 이제껏 여름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걸 말해보라고 할 때 광복절을 떠올리는 사람이 없었다. 분명히 광복절은 8월 15일, 무더운 여름의 한가운데 있는데 말이다. 이렇게 다양한 관점을 한 가지 주제로 연관 지어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은 핵심인지능력 중에서 기억 주의 능력이 필요하다.
어른들의 예를 들어보면, 결혼을 한 부부들은 간혹 부부싸움을 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아이가 태어나고 나니 부부싸움을 하더라도 아이들 앞이라 더 큰 소리가 나기 전에 꾹 참고 지나간 적도 있을 것이다. 그런 날은 억지로 눈을 감고 잠을 청할 때 불현듯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말이 있다. 아까 이 말을 했더라면 이렇게까지 억울하지는 않았을 텐데 그 말이 그 당시에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기억주의력이다. 알고 있는 것을 적재적소에 꺼내 쓸 수 있는 능력이 바로 기억 주의 능력이다.
즉, 기억주의능력은 한 번에 많은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을 말한다. 흥미를 가지는 주제에 대해서 아이들은 높은 주의를 가지게 되고 기억주의능력을 높일 수 있으므로 흥미 있는 주제에 몰입하는 경험을 더 자주 할 수 있도록 자극해 주어야 한다. 기억은 의미 있는 것끼리 묶여서 처리되므로 기본지식이 많이 생길수록 더 자연스럽게 발달할 수 있다.
기억주의능력은 집중력과도 관계가 있으므로 아이가 놀이를 할 때, 무언가 만들면서 집중할 때 다른 것에 방해받지 않고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작가이자 화가, 발명가, 미래학자, 뇌 과학자, 칼럼니스트, 어원학자, 혁신교육정책연구원, 로봇산업 자문위원 총 9개의 직업을 가진 고영훈 강사는 이렇게 말한다.
‘아이가 10세 이전에 끼니를 잊고 집중했던 경험이 훗날 아이의 성공 가능성을 크게 높인다.’
사실 엄마 입장에서 식사 때가 되었는데 아이에게 밥을 안 먹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아이들 또한 집착할 정도로 먹는 일에 집중한다. 그러므로 아이가 배고픔을 잊고 무언가에 몰두할 수 있다는 건 굉장한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가끔은 아이가 무언가에 집중할 때 마음껏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자. 어른이 보기에 하찮아 보이는 거라도 말이다.
이번에는 ‘사과’를 주제로 생각나는 것을 떠올려 보자. 사과의 색깔은 주로 빨간색이 떠오르지만 그 밖에도 초록색, 황금색도 있다. 사과를 빨갛게 익게 한 지구를 환하게 비춰주는 해도 있다. 또한 달콤하고 새콤한 사과는 사람도 맛있게 먹지만 다람쥐나 새 같은 동물에게도 훌륭한 양식이 된다. 그리고 새 왕비가 할머니로 변장해 건네준 독사과를 먹었던 백설공주도 빼놓을 수 없다.
사과를 주제로 한 이야기가 나오니 그리스 신화에서 황금사과에 얽힌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의 이야기도 꼽을 수 있다. 미술에 관심이 있는 아이는 정물화로 그려지는 소재 중 사과를 떠올릴 수도 있다. 이렇듯 융합독서는 아이의 경험과 관심에 따라 하나의 주제로 여러 권의 책을 다양한 관점에서 읽고 표현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그래서 결코 융합독서는 하루 만에 끝날 수 없다. 몇 날 며칠 때로는 한 달이 넘도록 할 수도 있는 독서방법이다.
책을 읽는데 왜 이렇게 복잡하게 융합독서를 해야 하냐고 의문이 들 수 있다. 단언컨대 부모세대는 현재 가장 후진 교육을 받은 마지막 세대이고 우리 아이들은 가장 선진화된 교육을 받은 첫 세대가 될 것이다. 이미 사회는 융합형 인재를 원하고 있는데 예전 교육방법으로 융합형 인재를 키울 수 있었다면 이렇게 복잡해 보이는 현재 교육방법을 택해서 교육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요한 건 아이들이 눈망울을 반짝이며 스스로 하려고 하는 힘은 궁금하고 알고 싶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느냐 모르느냐가 아니라 아이들은 자기 자신이 직접 무언가를 하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아이와 융합독서를 해보면 처음에는 어색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난감하기도 하지만 아이 스스로 융합독서를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때가 있다.
아이가 책을 읽다 말고 질문을 하면서 그 내용을 어디서 본 적이 있으면 전혀 상관없는 듯 보이지만 아이는 질문을 하기도 하고, 다른 책을 꺼내오기도 한다. 책을 읽어주는 부모 입장에서는 지금 읽고 있는 책을 마저 다!! 읽고 잠자리에 들고 싶을 것이다. 물론 어른 세대에서는 그런 아이가 산만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아이는 이 책, 저 책, 여러 경험을 넘나들며 스스로 융합독서를 하고 있는 중이다. 현재 융합형 인재로 꼽히는 인물 중 15세기를 살았던 인물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이렇게 말을 했다.
1.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고 질문하자.
2. 배운 것을 실제로 실험해 보자.
3.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곧바로 행동으로 옮기자.
4. 일단 시도하자. 설령 실패하더라도 실패를 포용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지자.
5. 과학과 예술처럼 전혀 달라 보이는 활동을 함께 하자.
6. 건강관리를 철저히 하자.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몸이 건강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특히 과학과 예술처럼 전혀 달라 보이는 활동을 함께 하라는 다빈치의 말은 4차 산업혁명의 소용돌이 속에 놓인 지금에도 전혀 낯설지 않다. 다빈치의 말을 독서에 적용해 보면 바로 아이가 다양한 관점으로 여러 권의 책을 읽고 아이들과 토론할 수 있는 융합독서를 들 수 있다. 특히 융합독서는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할 수 있으므로 집에서 할 때 아이와 함께 한다면 그동안 아이에게 읽어주는 독서에서 아이와 함께 자연스레 대화하며 토론, 토의를 할 수 있으므로 아이의 글쓰기 실력 또한 저절로 키울 수가 있다.
아이가 어렸을 때에는 늘 엄마를 찾고 무슨 말이든 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귀가 따가울 정도로 엄마를 불러대 엄마 좀 그만 부르라고 말을 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그런 시기도 잠시 아이가 커서 10살만 넘어도 사춘기가 와서 대화를 하기 쉽지 않을 때가 온다. 그러나 아이가 어릴 때부터 늘 함께 책을 읽어온 경험이 있다면 사춘기가 와도 ‘책’이란 매개체를 통해 아이와 다양한 주제의 대화를 할 수 있다.
융합독서라는 말이 낯설 수도 있지만,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던 것에서, 책을 읽으며 대화한다면 이미 아이와 자연스레 융합 독서를 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대신에 아이가 지금 읽고 있는 책과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를 하더라도 귀 기울여 들어주다 보면 점점 더 완벽한 융합독서를 해나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