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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Jul 12. 2022

생각이 많은 밤

다시 빛날 수 있을까?




생각이 많은 밤에는 여지없이 불면이 찾아온다.


잠이 오지 않아 이것저것 떠올리다 보면 잠은 더 멀리 달아나버린다. 오늘 밤 역시 그런 밤들 중 하루이다.


새벽 2시 50분.


늦기도 하고 이르기도 한 시간. 무엇을 생각하느라 아직도 잠들지 못했을까?


어쩌면 늦은 오후에 마신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탓인지도 모르겠다. 카페인으로 잠 못 들지 않은지 오래되었지만 오늘 마신 커피는 달랐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될 수 없다.



나태한 나 자신을 일깨워주는 요즘의 문장이다.

무엇이든 하고 싶은데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지나가는 간들이 아까워 버둥대 보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시간만 허비하 있다.


물론 두 아이가 수족구를 앓느라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지만, 아이들을 위한 시간들로 하루를 온전 채우고  나면 여지없이 찾아오는 늦은 밤의 공허함이 여전히 나를 힘들게 한다.


육아와 살림으로 바쁜 낮의 피로함그럼에도 잠들지 못하는 밤의 공허함. 그 사이의  괴리감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


나로서 살아가는 것, 아이들이 제법 큰 지금은 나를 위한 시간을 낼 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젠 무엇을 시작함에 따른 두려움이 엄습해온다.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무엇도 할 수 없는 상태. 

하지만 무엇인가를 해야만 하는 상태.


오늘의 불면의 이유는 아마 이런 불안이 아닌가 싶다.





사실 많이 설렌 요즘이었다. 다시 의욕에 불타올랐고 열정에 휩싸이기도 했다. 맹렬히 타오를 뻔했던 시작의 불길을 두 아이의 수족구가 단숨에 꺼트려버렸지만, 불씨가 모두 사그라들진 않았다.


글쓰기를 할 수 없을 만큼 들떠있던 요즘의 시간들과,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은 지금의 상황이 만들어 내는 일종의 불안감 속에서 당장 무엇인가를 해내고 싶어 하는 나의 조급함이 느껴진다.


다시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

스스로 다시 일어서고 싶다는 욕구.


아무도 진실로 나를 걱정해 주지 않음을 깨달은 허무함의 끝에서 찾은 온전한 나의 욕구들이다.

 

아이들을 빛내주던 시간은 잠시 뒤로 하고,

이젠 다시 나의 빛을 찾고 싶다.


뜨거운 이번 여름의 끝에서는 사라졌던 나의 빛을 아주 조금이라도 찾을 수 있길.


이런 생각들로 시간은 더욱 늦어져버렸지만,

내일은 조금 더 피곤하겠지만, 그래도 괜찮다.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온전히 나를 위한 이 시간이 잠보다 더 값질 테니.


한동안 가지 않은 미용실엘 가야겠다.

이런 생각이 든 게 거의 몇 년 만인 것 같다. 나를 꾸미는 데에 너무 인색했던 시간들.


아들 둘을 키우는 지금도,

영락없는 아줌마가 되어버린 지금도,  

내 이름보다 누구 엄마가 더 익숙한 지금도,


여전히 난 소중하다는 걸 잊고 살았던 것 같다.

 

내가 나를 아끼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아껴주지 않는다는 걸. 그 당연한 걸 너무 오래 잊었었다.


이제 다시 나를 돌볼 시간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바보가 되지 말자.


잠들지 못한 새벽 3시 20분은 자기애가 충만해지는 시간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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