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의 거리에서를 듣다
가
심장에서 외로운 눈물이
흐르고
오랜 시간 거세당한 나른한 낭만이 겨우
나를 반긴다
이리저리 마을 골목길,
초등학교 정문
지나
길가에 쭉 뻗어 있는 은행나무 아래
그저 황홀한 은행잎 곁에
동네 미장원
에서 머물고
하얀 커트 보자기를 몸에 감싸고, 투명 비닐 캡을 쓴 채
마치 나르시스처럼 몇 시간을 보내는
동네 사람 어쩌면 학생,
머리카락들은 잊어도 되는 기억처럼
흩어지고
그 곁을 지나는 무심함
작은 구멍가게가 있던 자리를
꿰차고 들어선 24시 편의점,
아직은 동네에 있을 법한 아주 평범한 가게들이
간신히 건물 사이에 존재하면서 나 여기 살아 있소
그런다
큰 도로의 은행잎들은
가게 문 앞을 톡 한번 건드리고
낭만은 도로 끝 정면과 마주한다
엉키고 무질서한 전봇대 사이 망원시장, 그 너머 한강
태양은 짙고 노랗고 붉은빛으로
찬란하다
집으로 가는 가을이 깊어서 그런가 보다
잊히지 않은 것이 올라 와
다시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내 텅 빈 방문을 닫은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