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서랍을 열었다
넣어 두었던 몇 건의 글들의 아우성에ㅡㅡㅎ
언제인가 깊은 가을
우리는 여행길에 있었다
짝꿍이 서정리 9층 석탑에 가고 있다고 ㅡ
시골길을 달려 도착한 그곳에는 추수가 끝난 논 가운데 정말 뜬금없이 서있는 석탑 한기
예전에 교과서에서 보았던 서정리 9층석탑이
추수가 끝난 논들에 둘러싸여 서 있었다
산속도 아니고 평지도 아니고 논가운데?
왤까?
이곳에 어떤 이야기가 있겠지
논 가운데 석탑만 세울리는 없을 것이니까
석탑을 만나기 전 입구에 안내문이 있어 본다
ㅡ서정리 9층석탑 ㅡ
위치 ㅡ 충남 청양군 정산면서정리
보물 ㅡ 제18호
연대 ㅡ 고려초기
높이 ㅡ 6m
재료 ㅡ 화강암
고려초기에 세워진 9층석탑이다
전해지는 이야기에는 이 부근에 백곡사가 있었다는데 이 탑외에는 그 어떤 흔적도 찾을 수가 없다고ㅡㅡ
역시 그랬구나
이 처럼 멋진 석탑을 세울 정도면 그 규모가 만만치 않았을 것이고 이 탑이 신라말에서 고려 초의 특징을 모두 담고 있어 이 시기의 석탑양식을 이해하는데 귀중한 자료라 하니 신라를 무너트리고 고려가 위세를 떨치며 주변 백성들의 마음을 다잡기 위해 이곳에 절을 세웠을까?
역사의 소용돌이가 많았던 우리의 역사 속에 사라진 백곡사의 모습을 유추해 보는데 그 속에 빛났던 9층 석탑도 보이는 듯했다
너무도 맑고 푸른 가을 하늘과
추수가 끝난 텅 빈 논과
그 가운데 우뚝 선 아름다운 석탑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그렇지만 혼돈의 역사 속에 함께했던 친구들을 모두 떠나보낸 아쉬움과 쓸쓸함이 녹아 있는 듯하기도 했다
하지만 제자리에 살아남아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와 마주 하게 된 석탑에 감사한다
또 오늘의 너무도 맑고 푸른 하늘과
임무를 마치고 조용히 쉬고 있는 텅 빈 논과
지난 일은 얘기하며 서로를 다독이는 서정리 9층 석탑의 아름다운 풍경에 감사하며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인사 전했다
ㅡ아름다운 풍경되어
오랜 시간 버텨낸 모습 너무 고맙다 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