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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바람 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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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명화 Jul 12. 2022

봉숭아꽃 추억

아파트 화단에 봉숭아꽃 활짝

누구의 손길이었을까

하나, 둘, 세 그루

붉은 꽃 피워놓고 발길 잡고 있다


먼 옛날 시골집 앞마당 화단

봉숭아 붉은 꽃 저리 피면

해넘이 보내 놓고 모깃불도 놓고

아주까리 이파리랑 백반도 챙기고


화단가에 자매들 모여 앉아

붉은 봉숭아꽃 조심스레 따고

초록의 이파리도 몇 잎 더 따고

넓은 돌 위에 올려 백반 넣고 콩콩콩


큰언니의 지시 따라 서로서로

잘 찧어진 봉숭아 손톱에 올려

아주까리 이파리로 잘 감싸고는

굵은 실로 튼튼하게 묶어놓는다


잠도 들기 전에 여기저기 끙끙

손가락 옭맸다며 아프다 하지만

하룻밤만 참아내면 목적 달성

알간 손톱 꿈꾸며 별나라 여행


이른 아침부터 난리 났다

손톱에 묶어둔 봉숭아 쌈

여기저기 방바닥에 굴러다니고

잠결에 빼내고는 누가 뺏냐고


손톱에 곱게 물든 누군가는

빠알갛게 물든 손톱 자랑질에

씩씩대던 막냇동생 으ㅡ앙 울음보

부모님 달래시며 다시 해 줄게


활짝 핀 봉숭아 마주하고 서서

펼쳐지는 고향집의 옛일 떠올라

그 시절 그리움에 눈물 고이며

봉숭아꽃 추억 접어 다시 간직한다


올여름엔 손톱에 봉숭아  들여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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