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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기다릴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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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명화 Dec 15. 2024

계절의 요술놀이

동네 소공원 길

땋은 머리 흘러내린 소녀처럼

바닥까지 닿아있는 단풍가지에

붉디붉은 단풍자랑 아직도 모자란다고

겨울은 무슨 겨울이냐는 데

찬바람 불고 눈발도 흩 날렸는데?

이제 정말 겨울이 깊어가고 있어

풍나무야! 그토록 붉은 열정 어쩌지?

조금만 더 일찍 오지 그랬어

개천가 다리 밑에 할아버지 고드름

긴 수염 쓰다듬으며 밝은 미소로

이제야 겨울다운 날씨가 되었다며

그래도 아직 멀었다고 한다

작년에는 하얀 수염 더 길고 풍성했다며

더 멋있게 기를 거라 큰소리치는데

다리 밑 지나던 찬바람 고개 끄덕이며

이제 시작이라며

길고 멋진 수염 풍성하게 해 줄 거라나


소공원 붉디붉은 단풍잎은

아직 가을이고 싶다 하고

개천가 다리밑 흰 수염 할아버지는

찬겨울 어서 오라 목청 높이는데

어제는 따뜻하고 오늘은 춥고

계절의 요술놀이에 기침소리 끊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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