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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파란 여행

981년생 마애보살 반가상

by 한명화

이천에 고려초의 마애보살 반가상을 찾아보기로 했다

내비아가씨의 안내에 따라 가는데 동네 안?

다시 조금 지나 밭두렁?

맞다

정말 어울리지 않는 장소이다

이전해 왔나? 아닌 것 같고ㅡ

주차를 하고 살펴본다

길가 밭가운데 덩그러니 서있는 커다란 세모의 돌덩어리 앞면에 새겨진 부처모습


이천시 마장면에 있는 ㅡ보물 제982호

정암리 마애보살 반가상이다

안내문을 보니 고려 초기 경종 6년(981)년

미륵바위라고 하는 화강암 앞면에 3.2m의 관음보살상이다

뒷면에는ㅡ 태평흥국 6년 신사 2월 12일 ㅡ이라는 음각이 있어 조성 연대를 알 수 있다고


보살상 앞에는 보물 982호라는 돌비가 있고

셔터를 눌러대며 그 모습을자셰히 살핀다

뭔가 좀 언밸런스한 느낌?

사각진 넓은 큰 얼굴, 머리에는 꽤 큰 관을

쓰고 양쪽 귀에는 흘러내린 귀걸이인가? 눈망울이 컸을 것 같고 눈과 오뚝한 콧날,

두툼한 입술일 것 같은데 눈알도 파내고 코도 긁어내 뭉툭 납작하고 윗입술도 긁어낸 듯 생채기다

가끔 이처럼 부처상을 만나면 어디서 생성된 말인지 부처의 이런 부위를 긁어 돌가루를 마시면 아들을 낳는다는 설에 눈도 코도 긁어내는 것을 보았는데 여긴 입술도ㅡ

상처 때문일까? 지금껏 만난 자애스러운 표정의 부처상과는 너무도 다른 표정에 뭔가 불만이 가득한 화가 난 표정 같았다


또 살펴보니 오른손에는 커다란 연꽃을 어깨 위로 올려 들었으며 왼다리는 오른쪽 무릎 위에 올린 반가자세인데 왼손은 왼쪽 다리 위에 있었다

재미있었던 나의 오류는 왼손 옆에 이상한 매듭이 있어 짝꿍을 불렀다

여보 저 왼손옆 새끼매듭 같은 게 뭘까요?

그걸 모르겠어? 잘 봐, 발가락이잖아

관음보살의 발가락? ㅡ 맞네

뒷면을 살펴본다

뒷면에는 글이 새겨진 흔적이 있고

어느 글은 조심스레 읽을 수도 있을 것 같았지만 너무도 오랜 세월을 견디며

풍파에 씻겨 흔적만이ㅡㅡㅡ


천년을 훌쩍 지난

장암리 마애보살 반가상 앞에 서서

긴 ㅡ 세월 동안 지켜본 이 세상이 어떤 느낌이었는지 가만히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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