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가 왔다
며칠 전
아! 김치를 담아야겠네ㅡ라는 말에
무슨 소리야 힘들게 손가락으로 톡톡 치면 집으로 가져오는데ㅡ
짝꿍은 힘들게 일 만들지 말라며 주문하란다
사실 그 말이 맞다
뭐 새삼스럽게 김치를 담는다고ㅡㅡ
벌써 20여 년을 훌쩍 넘게 김치를 사 먹는다
원 운영하랴, 강의하러 다니랴, 글 쓴다고 원고지 앞에 씨름하랴 정신없이 바빴었다
결혼 초에는 김장 김치며 고추장, 된장, 간장도 둘이서 뚝딱뚝딱 해치웠었다
2층에 살던 주인 할머니는 어쩜 젊은이들이
그렇게 잘하느냐며 놀라워하셨었는데
날들이 가고 점점 하는 일의 지경이 넓어지며
너무 바빠졌다
그때 짝꿍이 건의했다
요즘 김치도 사 먹는다는데 우리도 김치를 사 먹자ㅡㅡ고
깜짝 놀라는 내게 짝꿍이
사 먹는 김치도 깨끗하고 김치도 맛있다고 평을 하니 한번 사 먹어보자고ㅡ
그때 처음 시킨 김치는 정말 맛있었다
또 값도 그리 비싸지 않아 집에서 담을 때 소요경비를 계산해 보니 꽤 경제적이었고
나 또한 김치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다
그 후로 지금껏 김치를 사 먹고 있다
가끔씩 무채김치나 파김치등을 담는데 며칠 전에도 파 깐다고 힘들어하지말라셔서 파김치도 손가락 톡톡으로 구매했다
목포에서 얼갈이김치가 왔다
여수에서 파김치도 왔다
정말 먹음직스럽고 맛깔스러워 그릇에 정리하며 자연스레 한가닥씩 들어 먹어본다
너무 맛있다
오늘 오전시간에 짝꿍과 치과에 다녀왔다
세월은 이도 가만두지 않아서 ㅡ
치과에 다녀오며 말했다
여보! 우리 오늘 점심에 고기 구워서 맛있는 김치랑 먹읍시다ㅡ
오우케이ㅡ좋지ㅡ
오늘 점심 식탁에는 대패살 소고기를 구워 배추김치랑 먹음직한 파김치를 올렸는데
짝꿍이 잔 두 개를 꺼내 놓고는 붉은포도주를 꺼내와서 식탁 위의 두 개의 잔을 붉은색으로 채운다
두 개의 붉은 잔이 부딪친다
자! 건강합시다 ㅡㅡㅡ라며
김치는?
손가락으로 톡톡하면 가져다주는 참으로 편리한 세상살이 아닌가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