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곰 May 03. 2020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한 사람

자신에게 적절한 기준으로


아픈 사람은 길을 잃은 사람, 다시 말해 그전에 알고  있던 도착지를 향해가는 것이 더는 불가능해진 사람이다. 그 도착지가 존재하지 않는 것을 알게 되었거나, 도착한다 해도 원하던 것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거나, 자신의 힘으로 결코 도착지에 가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했거나. 이유는 여럿일 수 있겠지만, 이제 가려던 길로 갈 수 없게 된 사람은 서사적인 의미에서 보자면 아픈 사람, 지금까지 살아오던 삶을 중단당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에게는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아서 프랭크는 “질병은 이야기를 요청한다”라고 말한 것이 아닐까. 원하건 원하지 않건, 새로운 이야기를 써야 하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닥친다.



사실 어제 들인 노력을 고스란히 쌓아서 다음 단계로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운동을 꾸준히 할 수가 없다. 사람의 몸은 항상적이지 않아서 계속 노력을 들이는데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시기가 있기 마련이다. 오히려 점점 나빠질 때도 있다. 한 발을 나갔다가 두 발 뒤로 다시 밀려가는 날이 부지기수다.





-

일하는마음, 제현주. 어크로스.



+ 오월이다. 병가 이후 다시 회사를 나가고 한달 반 정도가 지났다. 부디, 무사히 이 짧은 연휴까지 버틸 수 있기를 하고 바랬다. 인생이 내가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머리를 돌릴 때면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는 마음으로 멈추고 싶었다. 실패가 삶에 유용한 자산이 된다고 들어왔지만 정작 내 인생에는 관대하지 못했다. 오늘의 노력이 내일의 발판으로, 어제와 오늘은 비슷해도 멀리서보면 늘 작년보다 올해가 아주 조금은 더 괜찮아졌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그래서 주인공은 길을 떠나고, 엉망진창인 시간을 버텨 밝은 곳으로 나아가는 성장과 고독의 서사를 늘 좋아했는지도 모르겠다. 설명하기 힘든 긴 겨울을 지나면서 성장하기를 희망하는 마음을 버렸다. 회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소중한 것은 정말로 드물고 그런 것들이 삶을 지탱해준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작가의 이전글 여름같은 마루에 앉아보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