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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다 Apr 02. 2016

취준생의 슬픔

지칠 만큼 지친 2년 차 취준생의 찌질한 하소연

취준 2년 차. 


    내가 작년보다 서류 합격률이 낮은 이유는, 내 안의 날카로운 것들이 그동안 닳아 뭉툭해졌기 때문이겠지. 타성에 젖어 자기소개서를 대충 붙여 넣기 해서 내고, 패배감을 미리 안고 합격 발표를 조회하는 내 모습은 한숨이 나올 정도로 초라하다. 하지만 다시 나를 벼리기에는 나는 너무 지쳐있다. 세상이 이렇게 힘들 수가 없다. 불행이란 불행은 모두 맨 몸으로 맞서고 있는 느낌이다. 매일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죽을까 고민한다. 그렇다고 진짜 죽어버릴 수도 없다. 부모님께 더한 불행을 안겨드려서는 안된다. 그래서 나는 그냥 이불 안에서 숨만 쉬고 이렇게 무기력하게 살아나가고 있는 것이다. 


    작년에는 그래도 독이 있었다. 좋아했던 남자에게 어이없는 이유로 까인 이후, 나는 그 분노로 삶을 살았다. 

'내가 그 애보다는 행복하게 살 거야. 지금은 불행하지만, 1년 후에는 내가 훨씬 행복할 거야.'

그래서 행복해지기 위해 발버둥 쳤다. 괜히 운동을 하고 취미 생활을 열심히 했다. sns에 글도 사진도 엄청 올렸다. 슬프지 않으려고 열심히 살았다. 취업 준비도 열심히 했다. 취업을 하고 연수를 가서 남자친구를 만나고, 그럼 연애도 하고 돈도 쓰면서 sns에 #럽스타그램을 단 사진을 하루에 한 번씩 올리고 말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삶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나는 1년 후인 지금도 슬프고 외롭다. 심지어 작년보다 더 불행하다. 바란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도와준다고? 내가 제일 혐오하는 말이다. 나는 수없이 기도했는데 상황은 점점 더 시궁창에 빠질 뿐이다. 그새 아빠는 한번 더 사기를 당했고 없는 살림에 빚까지 내서 또 털렸다. 내가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온다. 나는 간절히 바라는 것 이상으로 죽어라고 열심히 살았는데 아직 백수다. 얼마나 더 열심히 살아야 행복해지는 건지 도저히 모르겠다. 이제는 더 열심히 할 자신도 없다. 열심히 한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은 너무나도 잔인하다. 나는 이전까지는 열심히만 하면 안 되는 것이 없을 줄 알았다. 대학교도 그렇게 들어왔고 교환학생도 그렇게 갔다 왔다. 졸업전시도 그렇게 했다. 내 능력에 대한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그렇게 멋진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나를 짓누른다.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래도 살아야지 뭐 어쩌겠는가. 나 자신이 미워도, 세상이 쓰레기 같아도 그래도 살기는 살아야지. 목숨을 연명하는 일은 참 쉽다. 밥에 김치쪼가리라도 얹어 먹고 숨을 쉬고 물을 마시면 삶이 살아는 진다. 내가 아직 믿는 것이 하나 있다면, 일상이 가지는 힘이다. 일상을 잘 살아나가면 언젠가는 무언가 되겠지. 일상의 순간순간을 행복하게 바꿔나간다면, 그래도 언젠가는 전체적으로 내가 행복한 삶을 산다고 확신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나는 아직도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이니까. 돈이랑 운이 좀 많이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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