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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경 May 09. 2024

오다 주웠다는 카네이션, 진짜였다

올해 어버이날도 조용히 지나가나 했는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조용하다. 어버이날이라고 나는 평소 잘 하지 않던 안부 전화를 양가 모두 챙겼는데 정작 고2, 중1 아이에게는 아무런 말이 없다. 올해도 그냥 조용히 넘어가려나 보다.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엄마!"


다급히 나를 부르는 둘째 아이의 소리. 학원 갔다 와서 현관문 닫는 소리에 그만 깜짝 놀라고. 방에서 거실로 나가 보니 아이가 해맑게 웃고 있다. 손에 카네이션을 들고. 중학교 가니 좀 달라졌네. 막 함박웃음을 지으려는데... 과장된 표정으로 아이가 말한다.


"엄마, 오다 주웠어."


장난이라고 생각했다. 쑥스러워서 돌려 말하는 것이라고. 아니었다. 계속 들어보자.


"엄마 내가 학원 끝나고 엘베 탔는데 누가 이걸 떨어뜨렸네? 엄마 갖다주라는 건가 싶어서 가져왔어. 나 잘했지?"


아... 웃... 어야겠지? 웃어버렸다. 한송이 꽃에 감동을 먹나 했는데 차라리 지난해처럼 아무것도 없이 지나갔어도 좋겠다... 생각이 드는 건 왜지?


엉겁결에 한 송이 꽃을 받고 살펴보니 길이가 짧고 줄기 끝이 사선으로 잘려 있다. 아마도 꽃바구니 같은 데서 한 송이가 떨어져 나온 듯했다. 그래도 엄마 생각해서 주워왔다니까 좋은 거겠지? 애써 긍정의 회로를 돌려본다. 고맙지만 그래도 좀 서글픈 건 어쩔 수 없네.


둘째 아이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신이 나서 언니한테도 자랑이다. 오다 주웠다고. 진짜라고.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큰애는 겸연쩍은지 살짝 미소만 짓고 만다.


이 웃지 못할 풍경을 출근길에 적어 본다. 여전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내년의 어버이날에 혼자 보고 웃어야지. 이런 일도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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