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은 신났지만 나는 아니다. 재택근무의 유일한 낙은 커피 한 잔이다. 집 밖을 벗어나 유일하게 어른 사람하고 말을 섞을 수 있는 시간. 말이라고 해봐야 "안녕하세요." "아이스라테 한 잔, 혹은 아이스 아메리카노요." "수고하세요."가 대부분이지만. 가끔은 날씨 인사도 하고 메뉴에 대한 이야기도 나눈다.
이 집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이사 온 이후 내내 나의 카페인을 담당하고 있는 카페. 주인이 중간에 바뀌는 돌발상황이 있었지만 다행히도 커피 맛이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내 입에는 맞는 편이다. 특히 라테가. 에스프레소와 우유가 섞이는 최적의 조합, 라테 간(?)을 맞추기가 어려웠는데 다행히 최적의 조합을 찾아서 내가 가면 사장님은 늘 작은 컵에 아이스라테를 주신다. 그 맛이 최고다.
월화가 휴가시면 나는 어디에서 카페인을 충전하나. 근처를 돌아봐도 매번 실패. 이 주변에 카페가 하나, 둘, 셋, 넷이나 있지만 이곳을 따라갈 자가 없다. 오늘도 그중 하나를 골라 라테를 시켰지만, 어쩐 일인지 우유 건더기가 둥둥 떠오르는 탓에 미련 없이 하수구로 흘려버렸다. 아까운 내 머니. 기분이 상함과 동시에 더운 하루를 견디는 즐거움이 사라져 버렸다. 오늘 내가 특별히 지친 건 베란다 온도가 36도에 육박해서도 아니고, 혼자 일해서도 아니다. 그저 원하는 라테를 먹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장님이 오시는 수요일이 기다려진다. 내일은 그냥 내가 커피를 내려 먹어야지. 정리하면, 오늘의 한 줄은 "맛있는 커피가 업무 질을 높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