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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만명이 넘게 본 기사 제목

[편집기자의 온] 의태어의 힘

by 은경

연어 회귀는 알아도 황어 회귀는 처음 봤다. 미꾸라지 같이 생긴 놈이 황어라는 것도. '늘 드론 사진을 찍어 올리던 분이었는데, 이런 생태 환경 관련 글도 쓰네' 생각했다. '세상이 이런 일이' 프로그램에나 나올 것 같은 내용의 기사, 당연히 제목에 신경이 쓰였다.


뭘로 하면 좋을까. 그러다가 기사 맨 아래 사진, 사람들이 황어 떼 사진을 찍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 사진을 썸네일로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사진을 한참 바라봤다. 그때 본문에는 한 번도 나오지 않는 의태어가 떠올랐다.


우글우글 : 벌레나 짐승, 사람 따위가 한 곳에 빽빽하게 많이 모여 자꾸 움직이는 모양


5월 13일자 '양양 남대천에 우글우글... 핸드폰으로 촬영하는 사람들' 기사 화면 캡처.


사진 분위기와 딱 들어맞는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나머지는 사실 그대로, 핸드폰을 들고 사진 찍는 사람들이라고 하면 될 것 같았다. 최종적으로 지리 정보까지 넣어 완성한 제목이 ‘양양 남대천에 우글우글... 핸드폰으로 촬영하는 사람들’이다. 뭐가 우글우글하다는 건지, 사람들이 뭘 그렇게 찍는지 궁금할 테니까... 많이 보면 좋겠다, 기대는 했지만 나도 이 정도 반응은 예상 못했다.


이후 김태진 시민기자 인터뷰 기사에서도 썼지만, 개발팀에 문의해보니 가장 최근 100만 이상 조회수를 기록한 기사는 지난 2017년 있었던 두 건의 기사뿐이었다. 물론 이 조회수가 전부 제목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보긴 힘들다. 여러가지 요인들이 맞물린 결과라고 생각해도 기분이 좋은 건 사실이다.

[135만 조회 기록 기사] 양양 남대천에 우글우글... 핸드폰으로 촬영하는 사람들

https://omn.kr/2dhvx


기사가 나간 뒤 동료들에게 '이 기사를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지 모르겠다'부터, 이참에 호를 '우글로 바꿔라'는 말부터, '나도 이제부터 제목에 우글우글을 넣어야겠다'는 농담까지 재밌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대체 이게(기사 조회수가 백만이 넘는) 몇 년 만이냐?'는 선배의 말에, 분위기를 몰아 이런 거 하려고 만든 코너 <에디터의 레이더>에서 김태진 기자도 인터뷰했다.


https://omn.kr/2c5tm


[김태진 시민기자 인터뷰] 백만명이 넘게 본 '우글우글 황어'...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https://omn.kr/2dp9y


그 후 김태진 기자는 2차 현장(양양 휴휴암)까지 다뤘다. 1편 만한 2편 없다고 10%에 그치는 조회수였지만 그 기사 역시 인기기사 1위를 차지했다(10만 이상이 봤다). 2편 기사 제목 역시 본문에는 한 번도 나오지 않지만, 사진을 보고 착안한 의태어 '바글바글'을 제목에 달았다.


[2차 기사] 양양 휴휴암에 바글바글... 이거 보러 전국에서 몰려듭니다

https://omn.kr/2dus0


제목에 의태어를 넣으면 독자들이 반응한다는 이야기는 이미 책 <이런 제목 어때요?>에서 다뤘다. 다시 한번 그것을 보여줄 만한 사례가 생겨 개인적으로 더 의미가 있었다. 지난 5월의 기사이고, 지금은 벌써 7월이지만 편집기자로 일하는 동안 흔치 않은 일이고 기록할 만한 일이라 [편집기자의 오프]에 담아본다.


이런 제목 어때요? 목차 중 일부

http://aladin.kr/p/Oq6f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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