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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국 Jul 08. 2024

인사이드아웃2 - 불편한 진실

날적이일상

주말에 가족과 인사이드아웃2를 봤다. 워낙 1편의 기쁨이, 슬픔이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갖고 있었기에 2편에 대한 기대감이 컸는데, 막상 2편을 보면서 어딘지 모르게 불편한 기분이 되었다. 



단적인 이유는 2편의 라일리가 사춘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사춘기의 자아는 영화에 묘사된 그대로 머릿속에 폭발이 일어난 것처럼 난장판이고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감정들이 난립하며, 기존에 갖고있던 밝고 긍정적인 자아상이 무참히 깨져버린다. 그 갑작스러운 변화는 거의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겪는 필연적인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힘들고 불쾌하다. 사춘기를 겪는 본인도, 주위 사람들도 그렇다. 사춘기를 겪지 않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있어도 '내 사춘기는 너무 좋았어'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인생에서 가장 속 시끄러운 시기다. 


나도 그랬다. 불안하고 당황스럽고,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부러워하며 때론 비아냥 대거나 관조적인 태도를 취했던 것 같다. 인간 관계가 너무나 불안하고 절망적이었기 때문에 더 열심히 공부해서 아이러니하게도 살면서 가장 좋은 성적을 받기도 했었다. 그럼에도 나는 왜 이럴까, 죽고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 시절이 사춘기였다는 것을 어른이 되어서야 깨달았다. 그리고 사춘기에는 뇌에서 그런 불안/혼란/우울한 감정을 일으키는 호르몬이 분비된다는 것도 나중에야 알았다. 정작 그 폭풍 한가운데 있을 때는 왜이렇게 힘든지 몰랐다. 


인사이드 아웃2를 보면서 내 사춘기의 머릿속이 저랬겠구나 싶었다. 기쁨보단 불안이 앞서 진두지휘하던 일상은 삐뚤어지고 부정적인 자아상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영화 말미에서. 부정적인 자아상을 뿌리뽑고 밝고 긍정적인 자아상으로 갈아 끼우려 노력하던 기쁨이와 감정들은 여전히 혼란을 주체못하는 라일리를 보며 긍정적인 자아상을 뽑아버린다. 그 자리에 상황에 맞춰 다채롭게 변하는 자아상이 새롭게 돋아난다. 일상의 기억들 중 의미있는 것들이 '신념'을 만들고. 그 신념이 '자아'를 이룬다는 설정은 공감이 갔다. 나의 신념을 만들어줬던 어떤 기억의 단편들이 떠올라서 잠깐 뭉클하기도 했다. 누구나 좋은 기억만을, 긍정적인 자아상만을 가질 수 없고. 인간은 희노애락의 모든 기억이 뒤섞여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한 자신을 받아들이며 살게 된다는 것을. 영화를 통해 다시 한번 성찰했다. 


밝고 낙천적인 기쁨이도 힘든 때가 있다. 불안이는 오히려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미리 그려보면서 미래를 철저하게 대비한다. 영화가 보여주려했던 '양면성'은 삶의 여러 과정을 거쳐온 어른들이라면 익히 알고 있는 것이지만, 사춘기 이전의 어린이들에겐 조금 어려웠을 것 같다. 다른 곳도 아닌 디즈니가 그런 어른들의 불편한 진실을 아름답게 포장해서 보여주는 것에 놀랐다.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불편함의 원인인 듯하다. 


'슬픔이 꼭 나쁜 건 아냐'를 확인했던 1편과 마찬가지로 '불안이란 감정도 꼭 나쁜 건 아냐'를 얘기하는 것 같지만. 사춘기의 불안, 질투, 당황의 감정은 지금도 떠올리고 싶지 않은 흑역사라서 슬픔이와는 다르다. 그리고 고 그때부터 시작된 불안하고 시기, 질투를 겪는 일상의 기억은,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뿐이지 여전히 힘들고 괴롭다. 원래 크면서 사는게. 인간 심리가 그런 거니까 받아들이자는. 영화적 판타지나 통쾌함없는 현실적 결론이 속내를 들킨거 같아 오히려 찜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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