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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아흐 Sep 08. 2017

가을

가을타는 여자

세상이 뒤숭숭하고 시끄럽고 혼란해도, 참 감사하게도 9월이 가까워지자 언제 더웠냐는듯 바람이 서늘해졌다. 가을이다.


흔히들 여자는 봄을 타고 남자는 가을을 탄다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가을을 타는 듯 하다.



정확히 말하면, 계절을 탄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건지는 잘 모르겠으나, 나의 경우에는 정서적인 상태와 육체적인 상태에 변화가 온다.


먼저 정서적인 상태. 서늘한 공기에 건조한 촉감, 풀벌레 소리, 적당히 노르스름한 조명, 여기에 고요한 밤이 더해지면 더할나위없이 좋은 상태가 된다.


요즘들어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도 하고, 생각도 깊어지고, 입도 무거워지는 듯 하다. 내가 굳게 믿던 것들이 어쩌면 실상은 가벼운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고, 생각했던 것보다 단단하고 무거운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한다. 달이 차는 것처럼 여러 생각과 고민이 차오르는 시기다.


그 다음으로 육체적인 상태. 9월이 다가오면서 급격히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되었는지 모르겠고, 추스르기도 벅차다. 그저 미열이 나는 몸을 이끌고 일상생활을 꾸준히 할 뿐이다. 건강한 상태가 언제였는지는 아프고 나면 알게 된다. 다시 회복하려면 꽤 걸릴 것 같다. 묵묵히 삶을 살아가는 것만이 빠른 회복의 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밝은 것이 더 희미하고, 어두운 것이 더 또렷한 요즘이다.


아주 추운 겨울이 오면 이 시간을 그리워하게되겠지. 그 전까지 가을을 '잘' 타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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