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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Jan 04. 2022

직장인, 머리 폭발하는 <스.폭.병> 해결법

'즐겁고 태평한 사람은 함정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


극한의 스트레스로 인해 머리가 폭발하는
일명 스.폭.병이 나타난 지 10년이 됐습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9명은 직장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스트레스로 얻은 변화로는 예민해진 성격을 1위로 꼽았다. 놀랍지 않은 소식이다. 비슷한 종류의 뉴스는 온라인 창고에 수십 년간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직장인과 스트레스는 바늘과 실처럼 한 몸이 된 지 오래다.


아들이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을 가끔 같이 본다. 우연히 스트레스에 대한 자극적이고 신선한 콘텐츠를 접했다. B급 스타일의 애니메이션을 다루는데 대부분의 내용이 참신하고 재미있다. 그중 <스.폭.병>이란 제목의 콘텐츠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생생함과 현실감이 폐부까지 들이닥쳤다. 단순 재미를 위한 허구가 아닌 현대인이 처한 냉혹한 현실을 콕콕 찔러댔다.


"극한의 스트레스로 인해 머리가 폭발하는 일명 스.폭.병이 나타난 지 10년이 됐습니다. 지수 측정 칩 이식이 필수가 되면서 스트레스 지수 관리는 편해졌지만, 여전히 스트레스를 사고파는 행위가 불법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스.폭.병은 스트레스 지수가 100이 되면 머리가 터지는 병이다. 주인공은 타인의 스트레스를 불법으로 사들여 돈벌이를 한다. 본인 스트레스 지수는 포장마차에서 즐기는 소확행으로 가볍게 덜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일확천금을 손에 넣는다. 스트레스 거래 때려치우고 플렉스를 즐기기 시작한다. 그런데 행복하기는커녕, 시간이 갈수록 돈에 대한 집착과 불안 때문에 날카로워진다. 많은 돈으로도 치솟는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 없어 결국 머리가 폭발한다.


짧은 내용이지만 현대인에게 보내는 심오함이 듬뿍 담겼다. 주인공을 파멸에 이르게 한 것은 욕심과 불안이다. 현대인의 모습과 꼭 닮았다. 인정받기 위해, 잘 보이기 위해, 하나라도 더 움켜쥐기 위해 집착하는 모습, 지금이 천국인 줄 모르고 지옥을 향해 내달리는 무모함,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불안 중독. 하루하루 스트레스를 모으며 예민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 머리가 폭발할 것처럼 무거워지는 현실을 오롯이 흡수하며 살얼음판 위를 거닌다.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스트레스는 신체를 보호한다.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은 주변 환경을 경계하고 위험을 피하기 위해 계획을 세운다. 반면 즐겁고 태평한 사람은 함정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음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미국의 생물학 교수 브루스 맥웬 교수의 조언이다. 생각을 살짝 뒤집는 발상만으로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결코 사라지지 않는 스트레스 감옥에 스스로를 꽁꽁 가둘 필요 있을까.


돌이켜 보면 앞서 말한 주인공처럼 포장마차에서 오뎅 국물에 마시는 소주 한 잔에 스트레스가 해소되던 때가 있었다. 작은 것에 만족하던 시절도 분명 경험했다. 불필요한 소용돌이에 휘말려 '조금만 더'에 집착하면서 현실이 점점 버거워졌다. 반복되는 작은 자극과 불안함이 모여 스트레스 쓰나미를 일으킨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존재, 스트레스다. 지수가 100까지 차오르는 걸 두려워만 할 것이 아니라 무표정하게 바라볼 줄 아는 현명함도 필요하다.


한 기사에서 직장인들은 술과 담배, 운동, 잠자기, 친구나 지인과의 대화, 여행 및 취미생활 등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 답했다. 과도한 술과 담배는 건강 불균형이라는 또 다른 스트레스를 야기한다. 몇 날 며칠 잠만 자는 것도, 끝없이 해야 하는 운동도 고문일 것이다. 친구나 지인과의 대화에서 역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여행 담당 기자들은 매주 취재 여행지 고민과 출장 후 기사 마감에 쫓겨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네버앤딩 스트레스다. 를 보호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머리가 남아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인생은 과유불급이다. 스트레스 지수가 100까지 가지 않도록 스스로를 매일 토닥거려야 한다. 소주 한잔, 영화 한 편, 책 한 권, 짧은 글 하나, 노래 한 곡이 스트레스 지수를 대폭 낮춰준 기억이 뇌의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노력으로 안 된다면 관점을 살짝 바꾸자. 주변 환경을 경계하고 위험을 피하기 위해 '나를 위' 계획을 세우는 과정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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