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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Jun 14. 2021

'정치적이지 않다'는 평가의 의미

'흔들리지 않고 나만의 길을 가고 싶다'


이래저래 완벽할 수 없는 인생이라면,
내 마음 편하게 사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 아닐까.


현직에 있는 사람들과 6년 전 퇴사한 임원과의 모임이 있는 듯했다. 그 자리에 뜬금없는 초대를 받았다. '나를 왜?' 십여 년 전 그 분과 함께 근무할 때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튀지 않별 관심도 받지 못했다. 조금은 터프했던 그 분과 맞지 않았던 기억도 있다. 뜻밖의 초대였다. 나를 기억이나 제대로 할까.


"너도 시간 되면 보고 싶다고 같이 오라고 하시던데?"


모임에 나가는 한 팀장에게 전해 들었다. 오랜만에 만난 자리, 사람들이 왜 올드 멤버, 올드 멤버 하는지 실감할 만큼 먼지 소복이 쌓인 옛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졌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쯤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왜 오늘 저를 함께 만나고 싶다고 하셨어요?"

"xx는 유독 정치적이지 않서 기억에 남아."


함께 일하며 충성을 맹세했던 사람들이 회사에 올인한 30여 년이 무색할 만큼 순식간에 돌아섰고, 서서히 연락도 끊겼다고 했다. 그때는 권력의 힘이었다는 걸 몰랐다며, 무심했던 가족과 퇴직 후 많은 시간을 보내고 아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내가 참 잘못 살았구나'라는 걸 느꼈다고 했다.


'정치적이지 않아서 좋았어'라는 말, 비위를 잘 맞추지 못한다거나 자신의 득을 제대로 따지지 않는다는 또는 조직 내 라인이 없다는 의미 중 하나가 아닐까. 이러한 주류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늘 조직의 중심에서 슬쩍 비껴 나 있다는 생각을 한다. 때도 지금도.  


달콤한 말, 과한 행동을 못한다. 팀장이건 임원이건 진심으로 우러나마음을 털어낸다. 하지만 없는 감정을 일부러 지어내지는 않는다. 못한다. 털끝만큼이라도 우러나지 않으면 내뱉지 않는다. 표정 관리도 어려울뿐더러 가식적인 모습을 동료들 앞에서 선보이는 것도 싫다. 그런 덕에 초년생 시절 선배에게 '아부 못하면 일이라도 잘해야겠네'라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그렇다고 독불장군은 아니다. 적당한 선을 유지하면서, 열심히 일하면서, 평타 이상의 생활(물론 혼자 생각)을 꿋꿋하게 이어갔다. 역시 반전은 없다. 지금도 윗사람에게 즉, 권력자에게 '너를 좀 어필해!'라는 선배들 조언을 종종 듣는다. 심지어는 후배도 비슷한 말을 할 때가 있다. 사실 병아리 때랑은 또 다른 무게로 다가옴을 느낀다. 하지만 참 불편한 말이기도 하다.


퇴직 임원이 해준 말의 의미는 내게 부족한 부분을 돌려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당시에는 못마땅했다는 의미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기분 괜찮았다. 흔들리지 않고 나만의 길을 가고 있 다시 한번 느꼈다. 헛되지 않은 직장생활을 이어온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알고 있는 나의 부족한 부분 하지만 쉬이 바뀔 수 없는 약점을 이해받은 기분이랄까.


직장생활에서 업무 능력 이외에도 중요한 부가 요소가 많다는 건 진작에 눈치챘다. 업무 외 역할 조차 완벽하게 수행할 때 조직에서 인정받는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내가 못하는 걸 잘하는 사람이 부러운 것도 사실이다. 누구에게나 기회와 괴로움 속에서 갈등하며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는 순간이 분명 찾아올 것이다. 성향에 따라 선택지는 다를 테지만 판단도 선택도 결과도 모두 자신의 몫이다. 자신이 갈 길은 스스로 개척해한다는 점에서 사회생활은 참 힘들다.


나는 나일뿐인데 자꾸 다른 사람이 되라는 강요는 사람을 피폐하게 만든다. 내 모습 그대로 살아온 사람도 후회하는 게 인생이다. 이래저래 완벽할 수 없는 인생이라면, 그냥 내 마음 편하게 살아보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 아닐까. 꼭 모두가 주류일 필요는 없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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