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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Apr 15. 2024

'매너리즘' 탈을 쓴 선배의 '외도'

"틀에 박힌 방식과 태도 때문에 신선미와 독창성을 잃었습니다"


처음 직장생활을 하면 자의든 타의든 선배들에게 많이 의존하게 됩니다. 업무에서도 일상생활에서도 조언을 빙자한 수많은 잔소리를 들으면서 말이죠. 듣기 싫어도 자신보다 먼저 가시밭길을 헤쳐간 선배의 주옥같은? 말이니 그냥 흘려들을 수도 없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바로 업무 인수인계를 받았습니다. 업무를 넘겨주던 선배는 조금 무기력한 분위기를 풍겼지만, 부서 내에서 나름 일 잘한다고 평가받는 것 같았어요. 업무 목록을 꼼꼼하게 정리했을 뿐 아니라, 업무를 중요한 순서대로 일목요연하게 분류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선배의 마지막 당부가 이상해서 당황스러웠습니다.


"다른 부서나 현장에서 업무 요청이 오면 무조건 다 해주지 말고, 빨리 해주지도 말고, 아무튼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지 말아요. 그리고 일이 많아도 주말에는 나올 필요 없어요. 아무리 재촉해도 천천히 해줘도 돼요."


문자 그대로의 의미 말고 분명 숨은 의도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몇 개월 동안 다른 부서와 현장을 상대로 일을 해보니 내막을 알 수 있었어요.


제게 업무를 인수인계한 선배가 출산휴가를 갈 당시는 성수기라 무척 바빴습니다.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업무 요청이 엄청 많았어요. 처리해야 할 일이 점점 쌓였습니다. 일을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야근, 주말 출근을 하며 밀려드는 일을 처리했습니다.


성수기가 끝난 후, 일하며 알게 된 담당자들에게 의아할 정도로 고맙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나중에 이유를 알고 무척 놀랐어요.


선임자는 바쁘다는 핑계로 마감일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고, 일을 가려 받거나 요청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업무 처리를 한 적이 많았다고 했습니다. 내부지만 을 입장이라 제대로 문제 제기도 하지 못했다고. 당사자들은 이런 상황에 익숙해 있었습니다.



선배에 대한 신뢰가 뚝 떨어졌습니다. '어떻게 이런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깎아내릴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잠깐 일하고 떠날 아르바이트생이니 일을 제대로 하지 말라고 요구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일을 열심히 하면 선배가 돌아왔을 때 피곤해질 것을 미리 계산했겠죠. 누군가 간절히 원하는 자리에 앉아 편안하게 일하려는 태도에 몹시 실망했습니다.


돌이켜보면 매너리즘에 빠진 모습이 아니었나 싶어요. 매너리즘은 '항상 틀에 박힌 일정한 방식이나 태도를 취함으로써 신선미와 독창성을 잃는 일'을 의미합니다. 직장인에게 신선함과 독창성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입니다. 이는 시시각각 변하는 세상에서 뒤처지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자질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진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그들도 처음부터 그러지는 않았겠지요. 반복되는 일상과 틀에 박힌 업무에 지쳐 서서히 변했을 겁니다. 이는 자신이 맡고 있는 업무에 대한 목적의식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뒤처진 것일지도 모릅니다. 스스로를 놓아버리게 된 거죠.


이런 상황을 업무에 대한 외도(外道)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외도에는 '바르지 아니한 길이나 노릇'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자신이 맡은 일을 안일하게 대처하며 엉뚱한 방향으로 치우치는 모습, 직장인에게 치명적인 외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는 개인의 경력 관리뿐 아니라 몸담고 있는 회사를 위해서도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과제입니다.


매너리즘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일상에서 작은 변화를 만드는 것에서 시작하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취미 활동을 하며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저는 반복되는 직장생활에 지쳤을 때 블로그에 글 쓰는 취미 활동으로 일상에서 활력을 찾았습니다. 꾸준히 이어온 취미 활동이 책을 쓸 수 있는 초석이 되어주었죠.


여행을 통한 재충전도 추천합니다. '여행'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누구나 들뜨고 설렐 것 같지만 삶이 무기력한 사람에게는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조차 힘겹습니다. 그럴 때 친한 동료나 친구에게 의지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저는 여행사에 다니는 후배에게 모든 준비를 맡기고 비용을 조금 더 지불해 여행을 떠난 적이 몇 번 있습니다. 준비하는 에너지를 여행지에서 쏟아낼 수 있어 훨씬 효율적인 여행이었습니다.


여행을 한 번도 안 떠난 사람은 있어도 딱 한 번만 떠나본 사람은 없을 거예요. 여유가 있어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을 떠나면 비로소 여유가 생깁니다. 인도의 정신적 지도자 마하트마 간디(Mahatma Gandhi)는 "가장 위대한 여행은 지구를 열 바퀴 도는 여행이 아니라, 단 한 차례라도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여행"이라고 했습니다. 여행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며 긍정 에너지를 급속 충전하기 바랍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려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늘 똑같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으면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지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자신과 직면했을 때 남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도태된 모습을 발견할지 모릅니다.


외부 활동을 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자극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브런치스토리에서 만난 작가님들과의 모임을 통해 수시로 자극받으며 글 쓰는 에너지를 충전하곤 합니다. 이 연재 글도 최근 작가님들을 만나고 시작할 수 있었어요. (그동안 글럼프에 빠져 글을 놓고 있었거든요)


이처럼 새로운 분야와 사람에 대한 관심, 호기심이 삶을 활기차게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색다른 것에 몰입하다 보면 일상에서 활력을 찾고, 이는 직장생활에서의 긍정 에너지로도 작용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하나는 업무에 변화를 주는 것입니다. 새로운 직무에 도전한다든지 환경을 바꾸기 위해 이직을 준비하는 것도 변화를 꾀하는 방법이 되겠죠. 하지만 그에 앞서 지금 하는 일 외에 자신이 어떤 업무에 자신 있고 무엇을 잘하는지 파악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단순히 열정과 의욕만으로 새로운 업무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다시 선배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선배는 복직 후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되었고 그전보다 훨씬 밝아졌습니다. 저는 '아르바이트'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었지만 짧은 시간 열심히 일한 덕에 여러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습니다. 물론 좋은 쪽으로요. 덕분에 아르바이트생 타이틀을 떼고 회사에 남아 더욱 다양한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고요. 선배와 저, 윈윈했다고 생각합니다.


직장인이라면 결코 피할 수 없는 매너리즘, 현명하게 극복하면 지금의 실력을 뛰어넘는 역량을 갖추게 되고, 그러지 못하면 불만족스러운 상황에 끌려다니면서 결국 퇴화할 것입니다.


>> 직장인 매너리즘 극복 방법


하나, 취미를 갖고 꾸준히 유지하자. 취미 생활은 직장생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이렇다 할 취미가 없다면 평소 관심 있던 분야의 모임에 참가해 보자. 정기적으로 떠나는 여행도 좋은 취미가 될 수 있다. 멀리 가지 않더라도 여행에서 얻는 여유는 삶에 신선한 자극이 된다. 여정과 느낌을 글로 남기면 더욱 좋다. 나중에 읽으면 그 당시 감정을 다시 맛보면서, 틀에 박힌 현실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다.


둘, 자극, 관심, 호기심, 삼박자를 갖추자. 외부 활동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이 생각지도 못한 자극을 주기도 하고, 새로운 분야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삶을 활기차게 만들기도 한다. 색다른 것에 몰입하면 생활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고, 이는 직장생활에서도 긍정 에너지로 작용할 것이다.


셋, 업무 변화를 모색하자. 틀에 박힌 업무를 반복하다 보면 누구나 지치고 수동적이 된다. 당장 직무 변경이 어렵다면 상사에게 한 가지라도 새로운 업무를 요청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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