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한마디에 평생 회사에서 뛰지 않습니다
"허둥지둥 일하는 직원을 보면 불안하고 신뢰가 가지 않더라고요"
일이 다소 어렵더라도, 당황스러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에도 절대 허겁지겁 서두르는 인상을 주지 말고 침착한 모습을 유지해야 합니다. 이 점을 저는 팀장의 한마디에서 배웠습니다.
정직원 입사 후 2년 차쯤 되었을 때 우리 팀 주관으로 대강당에서 경영 실적 보고회를 진행했습니다. 그날 아침, 준비를 다 마치지도 못했는데 직원들이 강당에 입장하기 시작했어요. 저와 팀원들은 당황스러운 마음에 식은땀을 흘리며 강당을 이리저리 허둥지둥 뛰어다녔어요. 그때 팀장이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조용히 말했습니다.
“절대 뛰어다니지 마세요. 지켜보는 사람들까지 불편하고 초조해지니까.”
그 말을 듣는 그 짧은 순간에 신기하게도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어요. 긴장했던 다른 직원들도 차분하게 자신이 해야 할 준비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조급한 와중에도 침착함을 유지하는 것이 상대방을 위한 배려라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별말 아닌데, 팀장의 조언이 마음 깊숙이 박혔습니다. 몇 해전 임원으로 퇴직하셨는데, 팀장을 떠올릴 때마다 그 말밖에 생각이 안 날 만큼 강렬한 경험이었어요.
팀장이 되어보니 매사 허둥지둥 일하는 직원을 보면 불안하고 신뢰가 가지 않더라고요. 예전 팀장의 조언이 단순히 뛰지 말라는 게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었어요. 다급한 상황에 대처하는 연습을 통해 침착하게 일하는 법을 배우라는 말이었습니다.
가수들이 무대에서 공연하다 춤동작을 틀리거나 일명 삑사리(음 이탈)가 나도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그래야 관객들도 안심이 되니까요.
업무처리에서도 마찬가지예요. 무슨 일이 닥쳐도 당황하지 않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여기서 '무슨 일'이란 상사가 기습적으로 치고 들어오는 것을 말합니다. 그럴 때 대충 얼버무리거나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대답을 대신하는 것도 한두 번이어야 애교로 봐줄 수 있어요. 그런 일이 반복되면 '실수 연발'이 아니라 '실력 없음'으로 찍힐 수 있습니다.
당황스러운 상황을 미리 예방하려면 업무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이는 작은 정리에서 시작됩니다. 보통은 상사가 네다섯 가지 일을 한꺼번에 맡기고 기습적인 공격을 퍼붓지는 않을 거예요. 일상 업무를 제외하고 상사가 관심을 가질 만한 업무는 한두 가지입니다.
당장 중요한 업무가 두 가지라면 두 업무를 명확하게 구분해서 정리해야 해요. 관련 자료는 한꺼번에 섞어놓지 말고 분류해 두세요. 다이어리에도 메모를 중구난방으로 하지 말고, 프로젝트별로 나눠서 시간 순서대로 작성하는 게 좋아요. 그래야 상사가 무언가를 물어봤을 때 허둥대지 않고 쉽게 찾아서 답할 수 있거든요.
“잠… 잠시만요”
이러면서 온갖 서류를 다 들추는 모습, 상상만 해도 식은땀이 흐릅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상사는 당신을 신뢰하지 않게 됩니다.
업무 정리를 위한 다이어리는 여러 권보다 한 권을 나눠서 쓰는 게 좋습니다. 손에 잡히는 대로 이것저것 쓰다 보면 관리가 어려워지거든요. 또 회사에서는 상사가 부르면 무조건 다이어리를 들고 가는 습관을 들이세요. 언제나 준비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머리가 비상해서 다 기억할 수 있어도 상사의 지시 사항은 절대 귀로만 듣지 말고 메모해야 합니다. 회의 시간에 열심히 받아 적는 사람과 가만히 듣고만 있는 사람, 고개를 끄덕이며 듣는 사람, 멍하니 있는 사람이 있어요. 여러분이라면 누구를 더 신뢰하겠어요? 상사도 사람이거든요. 가만히 있는 것보다 액션을 취하면 좋아하죠.
메모는 신뢰를 쌓게 해주고, 실수를 줄여주는 중요한 습관이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사소한 내용이라도 포스트잇이나 A4 용지 한 장에 받아 적지 말고, 반드시 다이어리를 이용하세요. 스티브 잡스도 링컨도 슈베르트도 메모의 달인이었다고 하죠.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하세요.
마지막으로 업무 시작 전이나 퇴근 전 5분 정도는 다이어리 작성에 투자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해야 할 일의 목록을 직접 적어놓고 순차적으로 처리하는 게 하루를 효율적으로 보내는 방법이에요. 그리고 그날의 기분, 포부 등도 간단하게 적어보세요. 연말에 들춰보면 나의 일 년이 어떻게 흘러왔는지 일목요연하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오늘 처리해야 할 업무 목록이 이미 머릿속에 다 들어 있다 해도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분명 놓치는 것이 생깁니다. 처리해야 할 일을 중요도 순으로 정리하고 업무를 시작해야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하루를 보낼 수 있습니다. 더불어 주위 사람들에게 일 처리를 꼼꼼하게 하는 신뢰할 만한 직원이라는 인상을 심어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