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드id May 20. 2024

관대하던 팀장이 "너 일하기 싫어?"라고 했습니다

"실수하기 좋은 시절에 많은 실수를 경험하세요!"

 

직장에서 실수를 감추려는 것은 상사, 더 나아가 회사에 큰 피해를 주는 일입니다. 자신의 실수를 들키지 않는 데 급급하는 일이 반복되면 상사와 동료들이 신뢰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거죠. 사람들이 믿지 못하는 동료가 되는 것만큼 답답한 일도 없을 것입니다.


실수가 전적으로 부정적인 행위 같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당시에는 치욕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멀리 보면, 남들은 원해도 하지 못하는 값진 경험을 배우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실수한 일을 끝까지 책임감 있게 처리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상사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실수를 조치하는 일로 상사와 독대하는 시간이 늘면서 상사와 자연스럽게 더 가까워질 수도 있습니다. 물론 실수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여야 하겠죠. 그 의지가 상사에게 충분히 전달된다면 평소에는 쉽게 접하지 못하는 상사의 귀한 경험을 공유할 기회도 얻을 수 있습니다.


상사에게 알리기 전에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먼저 조언을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비슷한 경험이 있는 조력자와 해결 방안을 미리 모색함으로써, 상사한테 속수무책으로 깨지는 뼈아픈 상황은 모면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무조건 죄인처럼 혹은 무기력하게 '이것 좀 해결해 주세요'라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됩니다. 능력도 없는 데에다 나약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잘못은 인정하되 해결하려는 의욕은 반드시 충만해야 합니다.


한번 저지른 일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피할 수 없으면 받아들이고 돌파하는 쪽을 택하기 바랍니다. '최악의 경우, 회사를 그만두면 된다'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은 편해지기도 하죠. 하지만 그럴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무책임하게 나 몰라라 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최악이 그렇게 비참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인지하자는 것이죠.


상사도 실수에 대한 모든 책임을 부하 직원에게만 돌릴 수 없습니다. 사실 모든 책임은 상사가 지도록 되어 있어요. 상사가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이유이기도 하죠. 대부분의 일에서 최종 결정권자이자 책임자는 상사 자신이니까요. 상사는 자신의 업무 처리 능력과 조직 관리 능력으로 평가받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상사도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것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실수를 했을 때 너무 겁먹지 말고 되도록 빨리 욕먹을 준비를 하는 것이 문제를 더 키우지 않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실수도 다 때가 있는 법이에요. 젊을 때, 맡은 업무가 조금 덜 막중할 때 실수하는 것이 백번 낫습니다. 


작은 실수를 해결한 경험이 쌓이면 높은 직위에 올랐을 때 큰 도움이 될 거예요. 무탈한 직장생활만 이어가다 고직급이 되어서야 처음 실수에 직면하면 당혹스러움이 커서 몸 둘 바를 모를 수도 있으니까요. 직위가 올라갈수록 대처에 대한 책임도 커집니다. 오늘의 실수를 기꺼이 배움의 발판으로 받아들이세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값진 보물이 될 것입니다.


"모든 것이 잘 풀릴 때가 이상하고, 오히려 나쁜 상황이 당연하다. 이것이 나의 좌우명이다. '문제가 생기다니, 좋아! 고민하고 풀어가면 그만큼 성장하는 거지' 문제를 극복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리기 때문이야."


작가 하마구치 나오타가 말했습니다. 직장인에게 위안을 주는 말이죠.


하지만 부주의로 인해 반복되는 실수는 절대 금물이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대리 초년 시절에 전자결재를 올렸는데 작년 품의서를 재활용하면서 연도와 날짜를 바꾸지 않는 작은 실수를 하고 말았습니다. 팀장은 웃으며, 고쳐서 다시 올리라고 했지요. 그런데 며칠 뒤, 광고비에 0을 하나 더 붙여 500만 원을 5000만 원으로 적은 품의서를 올렸지 뭡니까. 그때도 팀장은 관대했습니다.


"너답지 않게 왜 그래? 요즘 많이 바빠?"


여기서 끝났어야 했는데, 얼마 뒤 실적 보고서에서 숫자를 또 틀렸어요. 처음 하는 일도 아니고 매달 하는 일인데 말입니다. 팀장은 무표정하게 한마디 딱 하고 자리를 떴습니다.


"너 일하기 싫어?"


저를 항상 믿어주고 지지해 주었는데, 작은 실수로 신뢰를 잃은 것 같아서 너무 속상했습니다. 그 뒤로 팀장은 제가 올린 문서들은 더욱 꼼꼼하게 검토했습니다. 연거푸 실수를 한 뒤로 제가 더더욱 꼼꼼하게 확인해서 같은 실수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지요. 소득이라면, 실수를 반복하다 보니 소소한 문서 하나도 빈틈없이 확인하는 습관이 생긴 것입니다.


이런저런 실수와 그에 동반되는 시련과 고통, 난처함, 분노, 당황스러움 속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좋아하게 된 문구가 있습니다. 제게 큰 위안이 되어준 글이죠.


"인생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경험해야 할 현실이다."라는 덴마크의 철학자 쇠렌 키르케고르(Søren Kierkegaard)의 말과 영국의 작가 비비언 그린(Vivien Greene)이 말한 "인생은 태풍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빗속에서 춤추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라는 조언입니다.


어떤 난관도 우리가 경험하면서 헤쳐나가야 할 현실입니다. 현실을 인정하고, 어려움 속에서도 즐기며 대처(춤추는 방법을 배우는)하는 기회로 여긴다면 거친 인생을 받아들이기가 좀 더 수월하지 않을까요? 인생은 누구에게나 다 처음입니다. 그러니까 무슨 일을 겪더라도 너무 당황할 필요 없지 않을까요. 남들도 매일매일 당황하면서 현실을 배워가는 중이니까요.

이전 08화 실수로 300만 원 날린 김 대리의 적반하장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