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의 배려로 아르바이트생 시절에도 매주 월요일 팀 주간 업무 보고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업무 보고를 할 때마다 유난히 팀장한테 자주 깨지고 눈물을 보이는 선배가 있었어요. 팀장이 화를 내는 이유는 자신의 실수를 변명과 핑계로 일관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왜 팀장이 꾸짖는지 본인만 이유를 모르는 것 같았죠. 팀장이 원했던 건 단지 '모른다. 확인해 보겠다', '잘못했다. 다음부터는 주의하겠다'였습니다. 대부분의 팀원은 상사의 난처한 물음에도 당황하지 않고 "잘 모르겠습니다. 확인해서 보고 드리겠습니다"라고 가볍게 대처하는데 말이죠.
실수를 저질렀을 때 상황에 대해 구구절절 해명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설명이라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보호하려는 행동이죠. 이는 정신분석학에서 말하는 방어기제 중 합리화에 해당합니다. 합리화는 자신의 행동이나 자신이 성취하지 못한 목표에 대해 그럴듯한 변명이나 구실을 붙여 실패와 자존심의 상실로 야기되는 불안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자기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 남 탓을 하며 핑계 대는 동료를 흔치 않게 봅니다. 가족이든 친구든 직장 상사든 누구든 뻔한 변명과 핑계를 달가워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명백한 잘못을 저질렀다면 상대가 예측 가능한 '어설픈 해명'보다는 간단명료한 '잘못 인정'이 답입니다. 그래야 상대방 마음도 동하게 됩니다. 특히 상사의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변명과 핑계로 발생하는 상황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뻔한 결과를 초래합니다.
잘못을 순순히 인정하는 것은 실수에 대한 사람들의 비난과 수군거림을 가장 빨리 잠재우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문제의 본질은 망각하고 발생한 실수에 대해 시종일관 변명하거나 다른 사람의 핑계로 돌리는 사람을 상사나 동료들은 신뢰하지 않습니다.
"팀장님이 제대로 협조를 안 해주니까. 저는 결국 이렇게 될 줄 알았어요."
"내가 볼 땐 팀장님이 다른 일보다 훨씬 많이 봐주신 거 같은데?"
"업체도 잘못 선정했어요. 실력도 없고 일을 제대로 못하더라고요."
급하게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여러 이유로 실패했습니다. 업무 담당자인 A 과장은 자신의 과오를 남에게 떠넘기기 바빴습니다. 자신의 일을 남일처럼 얘기하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면서 '절대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책임을 회피하기 급급한 사람은 동료들이 회피하는 사람이 됩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정말 오해라 하더라도 양치기 소년처럼 결국은 손해 보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직장에서 자신이 맡은 업무를 수행할 때는 '일에 대한 주인의식'(회사에 대한 주인의식 말고!)을 가져야 해요. 그러면 책임 의식도 절로 생기거든요. 다른 팀과 함께 공동으로 업무를 수행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서로 잘잘못을 따지기 시작하면 관계만 틀어지고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습니다. 문제가 생긴 원인을 찾는데 급급할 게 아니라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는 게 맞아요.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존재한다. 변명하는 사람과 결과를 얻는 사람. 변명형 인간은 일을 수행하지 못한 이유를 찾지만, 결과형 인간은 일해야 하는 이유를 찾는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앨런 코헨(Alan H. Cohen)의 말이에요. 일을 수행하지 못한 이유만 찾는 직장인과 일을 해야 하는 이유를 찾는 이의 직장생활의 미래는 불 보듯 뻔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