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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May 27. 2024

팀장에게 앞으로 일을 시키지 말라고 했습니다

"실수는 필요할 때마다 쓰는 자극제, 남에게 알릴 필요 없습니다"


실수에도 여러 유형이 있습니다. 업무 실수부터 메신저나 SNS상에서의 실수, 말실수, 태도(행동, 몸가짐)와 관련된 실수까지. 이중에서도 직장인이 저지르는 가장 흔한 실수가 말실수라고 합니다. 직장인 열 명 중 아홉 명이 말실수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해요.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저질렀다면 현명하게 대처하는 센스가 필요합니다.


사회 초년생 시절, 광고대행사에 다닐 때 일입니다. 금요일 퇴근 무렵, 팀장이 급하게 처리할 업무가 있다고 저를 불렀어요. 저녁에 친구 결혼식이 있어서 야근은 못 하고, 토요일에 작업해서 팀장에게 메일로 보냈습니다. 일요일 오후에 전화가 왔어요.


"작업 다시 해야 할 거 같은데, 오늘 회사로 나올 수 있나? 월요일 아침에 바로 써야 하는데…."


그 길로 회사에 가서 팀장 지시대로 다시 했습니다. 다음 날 출근했는데, 팀장이 저를 보자마자 이러더군요.


"다시 해야겠다. 잘 좀 하지 그랬어. 급하니까 빨리 해."

"그럼, 앞으로 저한테 일 시키지 마세요!"


(요즘 애들 뭐라 할 게 아니라. 저도 완전 막 나갔네요) 순간 화가 나서 저도 모르게 막말이 터져 나왔습니다. 팀장은 할 말을 잃었고. 얼마간 정적이 흘렀습니다. 이른 시간이라 사무실에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잠시 뒤 팀장은 "내가 다시 손 좀 봐야겠네"라고 혼잣말을 하더니 자리를 피했습니다. 뒷일이 걱정스러웠지만, 팀장은 그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도 않았습니다. 제게도 다시 언급하지 않았어요.


저는 깊이 반성했지만, 팀장에게 죄송하다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제 입으로 제 잘못을 언급하기가 두려웠거든요. 몇 개월 뒤 팀장은 회사를 그만뒀어요. 그리고 6년 뒤, 전 직장 동료 결혼식에서 우연히 팀장을 만났고, 그제야 비로소 제대로 사과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당시에 고해성사라도 한답시고 동료나 선배한테 제 잘못을 얘기하고 다녔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제 이미지가 곤두박질쳤을 것입니다. 또 팀장이 그 일에 대해 남들에게 말하지 않고 제게도 아무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은 스스로 깨닫고 반성하라는 의미였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충분히 반성했고 다시는 그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말실수를 했을 때 자신에게 무겁게 책임을 묻고, 상대방에게 사과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 과오를 사방팔방 알릴 필요는 없습니다. 그 이면에는 실수의 원인이 상대 책임이라는 변명을 담고 있을 테니까요. 실수한 당사자가 자신 혼자인 경우에는 스스로 책임지고 조처하면 됩니다. 그런데 실수가 자신의 과오인지 깨닫지 못하고(사실 인정하기가 싫은 거겠죠) 떠벌리며 허세를 부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요?


한번은 옆 팀의 파트장이 실장에게 업무 보고를 하면서 크게 대든 적이 있어요. 큰소리가 잠시 오가더니 곧 조용해졌습니다. 주위 사람들은 파트장이 실장에게 죄송하다 사과하고 훈훈하게 마무리되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파트장은 술자리나 사석에서 엉뚱한 이야기를 흘리고 다녔습니다.


"실장이 무조건 안 된다며 반대하길래 반박하며 대들었더니, 아무 말도 못 하더라."


마치 무용담을 늘어놓듯 떠벌렸습니다. 상황을 자세하게 알고 있는 사람에게 들으니, 파트장이 터무니없이 말꼬리를 잡고 늘어졌다고 합니다. 실장이 주변 팀의 이목도 있고 해서 따로 얘기하자며 서둘러 마무리 지었다고 하더군요. 파트장이 고집하던 일은 문제가 많아 실행 가능성이 없는 거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파트장은 자신이 사람들 구설에 오르내리는 것도 모르고 실장과 화해를 안 할 거라는 둥, 아쉬울 게 없다는 둥 자랑하듯 떠벌렸습니다. 지금은 회사를 그만두었지만, 개념 없는 행동에 대한 평판은 여전히 남아 떠돌고 있습니다.


이처럼 자신의 잘못을 대놓고 떠벌리는 사람이 꽤 있습니다. 하소연일 수도 있고, 괜한 허세인 경우도 있어요. 아무리 잘 해결된 일이고 지나간 일이라도 자신의 실수를 여기저기 알리면 좋을 게 없습니다. 사람들 심리가 참 희한하거든요. 남의 허물을 널리 퍼뜨리고 싶어 하잖아요. 십수 년 전 선배들 실수 이야기가 구전처럼 흘러 내려오는 이유가 다 있습니다. 게다가 사람은 남의 허물을 확대 해석하는 데 일가견이 있잖아요.


중요한 것은 자신이 저지르고 잘 마무리한 실수를 그냥 지워버리지 말고 소중한 자산으로 잘 보관하는 것입니다.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는 자극제로 삼되, 괜히 남들에게 친절하게 알려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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