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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Jun 10. 2024

"내 귀에 안 들리게 욕해!"라고 팀장이 말했습니다

"직장이라는 무대 위에는 비밀이 없습니다"


직장에는 항상 눈에 띄는 주인공이고 싶은 사람이 있는 반면 조용히 조연 역할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주연을 자처하는 사람이 더 눈에 잘 띄고, 그러지 않는 사람은 잘 보이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특별해 보여야 주위에서 관심을 가질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당신이 주인공을 자처하든 조용히 있든 회사에는 언제든 당신을 지켜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CEO나 임원, 상사일 수도 있고 친한 선배나 동기, 후배일 수도 있어요. 그들이 모두 관객이고 당신은 회사 생활이 끝날 때까지 무대 위에서 평가를 받게 됩니다.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 인기 있던 연습생이 말실수나 표정, 행동 하나로 악플에 시달리고 순위가 하락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방송이라는 일종의 무대 위에 서 있기 때문에 몸가짐, 감정 표현, 말 한마디에도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는 사례입니다.


직장생활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대기업에 다니는 선배가 팀장에게 불려가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어폰을 낀 채 출근, 자리에서 한숨, 동료에게 반말, 큰 목소리, 마음에 안 드는 말투’ 새로 부임한 경력직 팀장이 선배의 거슬리는 행동을 다이어리에 빼곡하게 정리했다가 한 번에 쏟아 낸 내용입니다.


그 팀장은 몇 개월 동안 팀원들을 지켜보며 꼼꼼하게 평가한 거였어요. 얼마 되지 않아 팀원들 거의 다 물갈이가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는 매일같이 출근하면서부터 무대 위에 올라섭니다. 오다가다 마주치는 동료들을 비롯해 팀 상사와 팀원, 선후배, 함께 일하는 다른 팀 사람들, 협력사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자기 모습을 노출합니다. 그 모든 순간, 보지 않을 것 같은 눈들이 여러분을 평가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조직에서 굳이 적군 역할을 맡을 필요가 있을까요?

 

화가 난다고, 술에 취했다고 또는 분위기가 너무 편하다고 마음속 깊숙이 간직했던 상사에 대한 험담이나 불평불만을 와르르 털어놓으면 속이 후련할까요? 괜한 말실수를 한 것 같아서 집에 돌아가는 길이 찝찝했던 경험, 다들 있지 않을까요? 술기운에 용감해져서, 분위기에 휩쓸려서, 누군가 부추긴다고 스스로 무덤 파는 짓을 해서는 안 됩니다.


팀장에게 수시로 깨지던 동료가 그 원인이 팀장의 무능력 때문이라며 여기저기 하소연하고 다녔습니다. 물론 자신과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만 털어놓았겠지요. 그런데 어느 날 팀장이 그 동료를 불렀습니다. 묵직한 한마디를 던졌습니다.


"최 대리, 내 욕하고 다니려면 내 귀에는 안 들리게 해!"


팀장이 최 대리뿐 아니라 모든 팀원에게 전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리 직장에서 날고 긴다 해도 상사보다는 경험이 적고, 인맥도 얕고, 생활 반경도 좁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어리석게 굴지 말라는 조언이 담긴 경고 아니었을까요?


팀에서 벌어지는 이런저런 일이 밖으로 퍼져 나가 다른 팀 사람들에게 다시 전해 듣는 일이 반복되자 팀장은 굉장히 불쾌해하면서 최 대리를 먼저 의심했어요. 말을 전한 사람이 실제로 최 대리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한번 무너진 믿음은 불신을 낳을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관계에서 오해는 수시로 발생합니다. 그것도 아주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되죠. 빠른 시일 내에 오해를 풀지 않으면 갈수록 그 골이 상당히 깊어질 수 있어요.


지각할 때마다 유독 마주치는 상사는 당신을 성실하지 못한 직원으로 생각할 것이고, 누군가와 전화로 딱 한 번 다퉜는데, 그 모습 때문에 성질이 고약한 사람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습니다. 업무 시간에 어쩌다 한 번 스마트폰으로 블록체인 앱을 들여다보았을 뿐인데, 검색을 하다 자동으로 뜬 온라인 쇼핑 창을 한번 클릭했을 뿐인데, 그 순간을 포착한 상사라면 억울하지만 당신을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직원으로 충분히 오해할 수 있습니다. 서로를 잘 모를수록 오해는 생기기 쉽고, 그런 오해는 당신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으로 굳어지기 쉽습니다.


최 대리는 업무 처리가 미숙했고 자리도 자주 비우는 등 근무 태도도 불량했습니다. 그 때문에 깨지는 일이 많았지요. 그런데 자신의 잘못은 늘 뒤로한 채, 몇몇 동료를 모아 술 마시며 상사 욕, 회사에 대한 불평불만을 떠벌리기 바빴습니다. 팀장한테 몇 번 주의를 받던 그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팀을 옮겼는데, 비슷한 일이 반복되었고 결국 회사를 그만두었어요.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불평불만이 없을 수 없고, 남 욕을 안 할 수 없습니다. 직장인들의 본능인 것을 어쩌겠습니까.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늘 뜨끔하며 반성하는 생활을 되풀이하고 있어요. 하지만 주위에는 이런 마음을 적당히 숨기고 사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직장이라는 무대 위 주인공의 역할을 착실히 수행하는 동료들이지요.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을 흔히 인용하면서도 잘 실천하지는 못합니다. 이와 뜻이 같은 영어 속담 "Walls have ears(벽에도 귀가 있다)"가 있으니, 세계 어디에서도 비밀은 지키기가 참 어렵다는 말 아닐지요. 직장에서의 말조심은 자신을 보호하는 가장 좋은 방어막 중 하나입니다.


불평불만이나 험담과는 조금 다르지만, 회사나 동료들에 관한 가십거리 전파를 유난히 즐기는 사람들이 있어요. 한마디로 남들의 관심을 먹고사는 '관종'들이죠.


이런 부류의 사람들과는 적당히 거리를 두고 지내는 것이 좋습니다. 어쩔 수 없이 어울리게 될 때는 분위기에 휩쓸려 맞장구치면서 동조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한두 번 맞장구를 치다 보면 원래 그렇지 않던 사람도 마음에 조금씩 검은 물이 들 수 있어요.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는 태도를 보이고, 듣기 거북할 경우에는  화제를 바꾸거나 자리를 피하면 상대방도 어느 정도 눈치챌 거예요.


회사는 가십거리 전달자 역할을 하는 사람을 절대 신뢰하지 않아요. 회사의 와이파이는 생각보다 고성능이라 그런 부류의 사람들을 대부분 파악하고 있습니다.


한번은 인사 팀에서 회사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에 대한 소문의 근원지를 조심스럽게 확인한 일이 있습니다. 옆자리 후배가 인사팀장에게 의심 전화를 받고 억울해하는 걸 지켜봤습니다. 평소 남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으로 소문난 동료였어요.


이처럼 당신이 그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면 먼발치에서 누군가와 단둘이 이야기만 하고 있어도 '또 누구에 대한 말을 전하고 있을까?'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어요. 자연스럽게 '혹시 내 이야기하는 것 아닐까?'라고 의심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당신을 경계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나면 무대 위에서 당신의 입지는 점점 좁아질 뿐입니다.


'Walls have ears'를 기억하세요. 영원한 한편이라고 여긴 사람에게 그동안 무한대로 쏟아부었던 검은 말들이 언젠가는 당신을 옭아맬 수도 있습니다. 남에 대해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신뢰와 의리를 바탕으로 한 관계가 아니라, 서로 약점이 잡힌 사이일 뿐입니다.


직장이라는 무대에 올라서 있는 동안에는 늘 누군가 당신을 지켜보며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됩니다. 항상 타인을 의식하며 살라는 말이 아닙니다. 비유하자면, 남들이 보기 불편해하는 감정 연기에 몰입하기보다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해야 무대 위에서 더욱 빛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성공의 비결은 남의 험담을 결코 하지 않고 장점을 들춰내는 데 있다."


벤저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이 한 말입니다. 누구나 실천 가능한 이 쉬운 성공 비결을 오늘부터 함께 실천해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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