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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Jun 14. 2024

퇴사자가 "사장을 바꿔야 합니다"라고 직언했습니다

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 오피스 모큐멘터리 <회사 가기 싫어>


'조용한 퇴사'는 직장인 경력의 걸림돌


한 때 SNS에 '조용한 퇴사'를 자랑하는 직장인에 대한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젊은 직장인 사이에서 트렌드처럼 여기며 유행처럼 번졌습니다.


'조용한 퇴사'는 미국의 20대 엔지니어 자이드 펠린의 틱톡 영상을 통해 확산했습니다. 그는 "조용한 퇴사는 주어진 일 이상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그만두는 것"이라며 "일은 당신의 삶이 아니다. 당신의 가치는 당신이 하는 일의 결과물로 정의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계약직일 때 열심히 일해서 정규직 전환 시켰는데, 새로운 일은 절대 안 하려고 해. 기존에 하던 일 딱 거기까지야. 중요한 일을 하다가도 퇴근 시간되면 어떻게 진행하고 있다는 말도 안 하고 퇴근하고, 툭하면 그만둔다고 하고..."


팀 분위기를 흐리는 직원 때문에 고민이라는 친구의 하소연입니다. 시키는 일 위주로 조용히 일하다 퇴근하는 젊은 직원들이 많다고 합니다. 스스로를 '조용한 퇴사자'라고 선언하고 SNS 등에 공유하기도 합니다.


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에서의 까칠녀 하지나 대리(한선화)


"시키는 대로 안 하더니 일 복 터졌네. 축하해."


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에서 하지나 대리(한선화)가 계약직 은호원 사원(고아성)에게 던진 말입니다. 하 대리는 평소 관행대로 일을 해왔습니다. 업체와의 연간 계약서도 회사의 득과 실을 따지지도 않고 날짜만 바꾸어 갱신할 정도로 적당히 일을 처리했습니다. 이는 '조용한 퇴사'의 단편적인 모습입니다. 주어진 일 이상을 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열심히 하려는 직원을 비꼬는 태도에서 명확하게 드러나죠.


'조용한 퇴사'는 일과 삶의 균형의 한 측면일 뿐 과장해서는 안 됩니다. 추구하고 실천하는 것은 온전히 개인 성향과 성격의 차이 아닐까요. 회사는 다양한 조직과 사람이 맞물려 쉬지않고 굴러갑니다. 조용한 퇴사족의 마음이 불변의 진심이고, 이렇게 생각하는 이들이 점차 늘어 비효율 실천을 가속한다면 개인뿐만 아니라 조직도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조용한 퇴사'를 택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어느 정도의 마음가짐인지와 지속해서 실천할지에 대해서는 한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적당히 일하면서 진급 욕심이 없는 2030 직장인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하지만 조직에서 누구도 만년 사원으로 머물 수 없습니다. 진급은 직장에서 보낸 세월과 노력, 능력의 합작품으로 일부러 피해 갈 수 없는 현실입니다.


기업마다 차이는 있지만 직급 연한이 있습니다. 진급하지 못하고 한 직급으로 몇 년 이상 머물거나, 지속해서 일정 기준 이하의 인사고과를 받으면 퇴사 대상자가 됩니다.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는 통상적으로 10년 이상 근속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는데,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사원도 피할 수 없는 무서운 세상이 되었습니다.


치열한 세상에서 '조용한 퇴사'를 운운하며 현실을 부정하고 외면하는 노력을 굳이 겉으로 드러내며 자랑할 필요가 있을까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경기 불황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고스펙을 쌓고도 취업 문턱이 높아 전전긍긍하는 젊은 세대가 많습니다. 면접 볼 때 최선을 다하겠다고, 열심히 일하겠다는 다짐이 무색하게 입사 문턱을 넘자마자 돌연 '조용한 퇴사자'라는 라벨을 자발적으로 붙일 필요가 있을까요.


현재의 직장에서 '조용한 퇴사자'가 된다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본인의 경력은 점차 경쟁력을 잃어갈지도 모릅니다. 현재의 안일함이 직장인으로서 삶에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시끄러운 퇴사'는 미래 기회의 걸림돌


최근 해외에서 '큇잡(Quit Job)' 열풍이 불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조용한 퇴사'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SNS를 통해 퇴사 과정을 공개적으로 알리는 '시끄러운 퇴사'를 의미합니다. 상사에게 사직서를 제출하는 순간 등을 영상으로 담아 SNS에 공유하는 방식입니다.


'요란한 퇴사', '시끄러운 퇴사'로 불리는 '큇잡' 트렌드는 몇 해 전 영국 맥도날드 직원들이 교대 근무 중 상사에게 "그만두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실시간 영상이 화제 되면서 더욱 유행했습니다. 미국 Z세대는 퇴사 의사를 상사에게 밝히는 모습과 해고당하는 과정을 공유하기도 합니다. 호주에서는 한 공무원이 사직서 제출 과정을 담은 영상을 자신의 틱톡 계정에 올려 5만 3천 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기도 했습니다.


"대한민국 회사 다 족구하라(욕) 그래!"


KBS2에서 방송한 오피스 모큐멘터리 <회사 가기 싫어> 첫 회에 등장하는 장면의 명대사입니다. 사무실에 족구공을 뻥 차고 퇴사하는 회사원의 외침이었습니다. 그의 컴퓨터 바탕화면에는 영화 <해리포터>의 한 장면, "도비는 자유예요"라는 자막이 담긴 밈(meme)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회사 노예로 살다가 풀려난 해방감을 매우 시끄럽게 표현한 것이죠.


평판 때문에 퇴사 뒷모습조차 아름답게 포장하는 현실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입니다. 사실 이 직원은 로또에 당첨되었고, 다시는 직장인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는 의사를 요란하게 표현한 거죠. 시원하게 직장인이라는 타이틀을 영영 날려버렸습니다.


말로는 다 표현 못 할 가슴앓이에 지친 직장인들 속을 뻥 뚫어주는 사이다 퇴사 장면이었습니다. 한편으로 대리만족은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현실적으로 로또 당첨 확률도 거의 없고, 과감하게 박차고 나왔다고 해도 다시 직장인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평생직장 개념이 존재했던 과거에는 퇴사를 미안하게 여겨 조용히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시대가 바뀌면서 일부 젊은 직장인들은 회사에 대한 불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현실에서도 비슷한 경우는 많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기로 한 A 과장이 대표이사에게 자신이 그만두는 이유를 구구절절 적은 메일을 보냈습니다. 내용은 대부분 팀장 욕이었죠. 대표이사는 인사팀에 팀장과 A 과장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습니다. A 과장은 그만두지 않고 다른 팀으로 이동해 몇 년간 근무하다 결국 진급도 못하고 퇴사했습니다. 요란했던 퇴사 과정에 대한 꼬리표를 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에서 회사에서 잘리고 오열하는 한정태 본부장(이윤상)


"야! 니들이 감히 날 잘라. 니네들도 보고 배워야지. 잘 봐두십시요. 이게 여러분들의 미래입니다. 30년 내 청춘 여기 꼬라박았는데... 나는 니들 같은 시절 없었는 줄 알아?"


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에서 회사에서 잘린 한정태(이윤상) 본부장이 술에 취해 사무실에 들어와 난동을 부리는 장면입니다. 한정태 본부장의 마지막 모습은 깽판 친 상사입니다. 보통 대기업에 다니던 임원들은 퇴직해도 좋은 자리를 찾아갑니다. 하지만 마지막 모습에 따라 자신의 공든 탑이 쉽게 무너질 수 있습니다.


비슷한 경우는 많습니다. 나가는 마당이니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나가는 경우가 특히 많아요. "이 회사는 사장을 바꾸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라는 대범한 말을 하고 퇴사한 직원도 있습니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계속할 것이라면 섣부른 판단이 자신에게 독화살로 돌아와 미래에 다가올 좋은 기회를 잃을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떠날 때의 모습을 더 오래 기억하고, 이 모습이 자신이 몸담았던 회사에 남긴 마지막 평판이 될 테니까요.,


'조용한 퇴사'가 아닌 '조용한 보람'

시끄러운 퇴사’가 아닌 ‘시끄러운 열정’


자발적 도태를 종용하는 '조용한 퇴사'가 아닌 '조용한 보람'을, 영원히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수 있는 ‘시끄러운 퇴사’가 아닌 ‘시끄러운 열정’을 추구하는 건 어떨까요.


회사가 아닌 자신이 맡은 일에 '주인의식'을 가진다면 '조용한 퇴사'가 아닌 '조용한 보람'으로 또 다른 삶의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시끄러운 퇴사'가 아닌 '시끄러운 열정'을 가지고 회사에 다니는 동안 몸담은 회사에서 뭐 하나라도 배워서 나간다는 생각으로 임한다면 평생 찝찝하게 남을지도 모를 시끄러운 퇴사 과정을 생략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직장인을 영영 그만둘 생각이 아니라면 하루에 최소 8시간 이상 머무는 곳에서 작은 의미나 배움이라도 발견해야 괴로움은 덜어내고 실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조용한 퇴사'나 '시끄러운 퇴사' 모두 유행처럼 번지는 일시적인 '퇴사 열풍'이라고 생각합니다. 잠깐의 트렌드가 모든 직장인의 삶을 대변할 수 없습니다. 직장인은 누구나 퇴사를 꿈꾸며 살지만, 사실 기를 쓰고 퇴사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결국은 떠나야 합니다.


때문에 조용하고 시끄러운 퇴사가 아닌 보람찬 퇴사를 만들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일과 삶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조용한 퇴사'보다는 워라밸의 적극적인 활용을 통한 '조용한 자기계발'에 만전을 기하고, '시끄러운 퇴사'보다는 '시끄러운 열정'으로 마지막 떠날 때 열정 가득한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이 지금보다 나은 미래, 진짜 퇴사를 위한 확실한 준비 운동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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