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드id May 24. 2024

직장인의 꿈이자 나의 꿈, 당당한 퇴사!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잔혹한 인턴>


매 순간 직장을 떠나는 상상을 합니다. 직장을 관두면 발생할 난처한 일들을 활자로 적어 보기도 하죠.


'수중에 얼마가 있으면 회사를 관둘 수 있을까?'


당장의 생활비, 애들 학원비, 아파트 대출 이자와 원금 등등 뭐 하나 시원하게 해결할 방법이 없기에 다시 끈적한 현실에 저를 구겨 넣고 있죠. 저뿐만 아니라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수시로 해보는 상상이자 넋두리 아닐까요.


사실 지금 버는 월급만으로도 빠듯합니다. 회사를 때려치운다는 것은 닿을 수 없는 뜬구름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더군다나 몇 년만 더 다니면 직장인의 가장 큰 혜택이라는 대학교 자녀 학자금도 지원받을 수 있으니 섣불리 박차고 나오기도 쉽지 않은 현실이죠. 이래저래 서글픔만 밀려드네요.


남들은 이미 다 보고 두 번 세 번 봤다는 추억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최근에서야 정주행했습니다. 오랜만에 눈물을 쏙 빼면서 시청한 드라마 '응팔'에 제대로 감정이입 된 순간이 있습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성동일이 명예퇴직을 고민하는 모습_출처: tvN>


"임자 그냥 그냥 내가 하는 소린디, 자네도 들어 봤을 것이요."

"뭐, 뭐를?"

"어, 저기 명예퇴직이라고 인자 뭐 내 정년까지는 4, 5년밖에 안 남았잖애. 근데 뭐 명예퇴직을 미리 신청하믄 퇴직금을 두 배로 준다고 하더만."

"안 된다

. 당신 절대로 안 된다."

"아이, 안 되제, 물론, 아 그래서 내가 얘기 안 했는가, 그냥, 그냥, 그냥 내가 해본 소리라고."

"아직 뭐, 딸년들 시집 한 개도 안 보냈다. 사돈집에 뭐라 칼 긴데? 아, 아부지 뭐, 백수라 할기가? 당신 절대로 안 된데이. 애들 시집, 장가보내기 전까지는 당신 무조건 은행에 붙어 있어라. 알았제?"

"아이고 알았네. 아, 무조건 붙어 있지. 에이그 그냥 해 본 소리랑께."


주인공 덕선(혜리)의 아버지이자 은행원 성동일 대리와 아내 이일화의 대화입니다. 자존심 때문에 미리 아내를 떠보는 남편 마음도, 하루아침에 백수가 되는 남편을 상상하는 아내 마음도 너무 잘 알기에 한없이 슬펐습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압니다. 만년 대리의 목숨은 그 누구보다 위태롭다는 사실을요. 성동일 대리도 직감했기에 명예퇴직 이야기를 먼저 꺼냈을 것입니다. 이 참담한 심정을 자신 외에 누가 알 수 있을까요.


"(앵커) 최근 은행가의 명예퇴직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중략) 명예퇴직 대상자는 기존 퇴직금보다 두 배를 더 받고 정년까지 남은 기간에 따라 (후략)."


뉴스가 나오고 얼마 뒤 성동일 대리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결국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최근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2023년, 대기업 등에서 '조용한 해고' 쓰나미가 한바탕 지나갔습니다. 창사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대기업이 있을 만큼 심각했죠. 이는 대기업의 협력사와 중소기업에까지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져 고용 시장을 전반적으로 위태롭게 했습니다.


애정전선보다 푸르렀던 직장전선에 위기를 감지한 때는 10년 근속상을 받은 직후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시행하는 명예퇴직, 희망퇴직 대상이 10년 차 이상부터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드라마에서처럼 경제위기가 찾아오면 상황은 예측할 수 없습니다. 예기치 못한 코로나19가 찾아오니 희망퇴직 대상자는 10년이 아닌 3년 차부터였습니다. 엔데믹이 찾아왔다고 나아졌을까요. 언제 또 어떤 위기가 찾아올지 아무도 모릅니다.


<드라마 ‘잔혹한 인턴’에서 권고사직 당한 공수표_출처: CJENM>


"나 회사 관뒀어."

"회사를 관두다니 그게...당신 미쳤어? 당장 일어나. 가서 사표 물러 달라고 해. 사표 수리되기 전에!"

"아! 벌써 끝났어! 근 20년을 한 직장만 다닌 내가 관둔다는데 그걸 이해 못 해?"


tvN 드라마 <잔혹한 인턴>에서 20년 다닌 회사를 그만둔 공수표(이종혁)와 아내 고해라(라미란)가 다투는 대화의 일부입니다. 남편 공수표는 사실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당했습니다. 차마 잘렸다는 말은 못 하고 그만뒀다고 둘러댈 뿐이었죠. 그의 20여 년의 지난한 직장생활을 십분 이해할 수 있기에 마음이 시렸습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회사를 떠나야 합니다. 순서는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세월이 갈수록 직장인의 마음은 살얼음을 걷듯 불안하고 초조합니다. '앞으로 회사를 얼마나 더 다닐 수 있을까' 걱정하는 직장인이 많은 이유입니다. 경기가 어려운 시기에 잘리면 재취업도 쉽지 않아 직장인은 더더욱 초라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름다운 퇴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은행에 다니는 한 살 많은 선배는 매년 시행하는 구조조정 속에서 가슴 졸이며 버텼습니다. 올해까지만 버티고 내년에는 부모님이 거주하는 지방으로 귀농을 결정했습니다. 아내도 보육교사 자격증을 취득해 현지에서 일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자녀 대학 진학 시기에 맞춰 인생 제2막을 미리 설계한 것입니다.


일반 직장에 다니던 한 친구는 언제 쫓겨날지 몰라 불안하다며 몇 년간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고 불혹이 넘은 나이에 합격해 구청에 다니고 있습니다. 친구는 "동기들은 자신보다 스무 살 어리고, 팀장은 네 살이 적어"라면서도 잘릴 걱정은 없으니 즐거운 마음으로 회사에 다닌다고 했습니다.


불투명한 미래에 대비해 퇴근 후 학업을 이어가는 직장인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대기업에 다니면서 노무사를 준비하는 후배도 있고, 건설회사에 다니며 공인중개사, 주택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한 선배도 있습니다. 공무원을 쉽게 때려치우는 시대지만, 친구처럼 정년이 보장된 직업을 준비하는 회사원도 많습니다. 공부에 자신 있는 이들은 의대 정원이 늘어난다는 소식에 의대 입시 준비를 한다는 기사도 봤습니다. 불안한 미래에 아름다운 퇴사를 준비하는 직장인들의 발 빠른 움직임입니다.


100세 시대입니다. 직장에서의 퇴사는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입니다. 퇴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야 현실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집니다. 현재를 충실하게 사는 삶이 결국 미래를 충실하게 준비하는 과정이니까요. 직장생활을 하면서 자신 있는 일, 즐거운 일, 강점으로 키울 수 있는 일을 꾸준히 연구하고 발전시켜야 합니다.



내 업을 이용하는 현명함


최근 3박 4일 외부 교육을 받았습니다. 강사분이 저와 같은 업계의 홍보 팀장 출신이었습니다. 강의를 들으면서 수업 내용보다 강사의 제2의 인생에 더욱 관심이 갔습니다. 저와 동일한 조건에서 퇴사 후 새로운 삶을 개척한 모습을 보면서 제 업에서 처음으로 희망을 보았습니다. 저 역시 비슷한 과정을 준비할 계획입니다.


직장생활을 오래했다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바로 자신이 하던 일에서 가능성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요즘은 자신의 경력(직무)을 활용한 전자책 출간도 직장인들의 자기계발로 이어지는 추세입니다. 직무 스킬이나 취업, 이직 등 본인에게만 익숙한 내용을 담아 특정 타깃에게 노출하는 방식입니다. 종이 책 출간보다 분량이 적고 출간 방법도 수월해 다양한 분야의 전자책이 출간되고 있습니다.


십수 년 몸담은 회사에서, 내가 맡은 업무에서, 좋아하는 취미에서 개인의 능력을 키우면서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 등 떠밀리지 않는 당당한 퇴사를 계획해 보는 건 어떨까요.


드라마 <잔혹한 인턴> 속 공수표는 20년 다닌 회사에서 하루아침에 잘렸습니다. 그는 회사에서 배운 거로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며 공인중개사 자격증 준비를 시작합니다. 직장인의 삶이 어렵고 싫어도 인생을 리셋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없습니다. 현재 처한 상황에서 자신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 미래를 준비하는 것, 현명한 직장인의 자세가 아닐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