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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Oct 09. 2024

수험생 딸에게 공부 대신 아빠가 해줄 수 있는 일

"딸 가진 부모님 마음을 이제는 제가 느끼니 마음이 짠합니다"


아이들이 공부를 열심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험기간에 도서관에서 늦은 시간까지 공부하다 오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습니다. 잠을 좀 푹 잤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고1 딸아이를 보면 잠이 부족해 힘들어 보일 때가 많습니다. (공부 때문이라기보다는. 침대에서 스마트폰 하는 시간에 차라리 잠을 더 자면 좋을 텐데 말입니다)


"제가 집에 오기 전에 거실 불 다 끄지 마세요. 새벽에 혼자 들어왔을 때 깜깜하면 얼마나 서러운지 알아요?"

"아빠는 항상 켜놓지. 엄마나 동생이 끄나 보다."

"아빠가 공지할게."


스카에서 새벽까지 공부하다 온 딸아이 말입니다. 보통 학원 끝나고 돌아오면 '오늘도 수고했어'라는 말 한마디 해주는 게 저의 마지막 일과였습니다. 시험기간이 다가오면 평일에도 스카에서 새벽 늦게까지 공부하니 출근을 위해 먼저 잠자리에 듭니다.


깜깜해서 서럽다는 딸아이 말이 짠했습니다. 늦게 귀가하는 딸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없을까 생각하다 문득 늘 난장판인 딸아이 방이 떠올랐습니다. 가끔 딸아이가 대대적으로 청소하지만, 순식간에 원상복구 됩니다.


그래서 딸이 시험기간이라도 귀가해 씻고 바로 잘 수 있게 방을 깨끗하게 치워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책상을 정리하고, 침대 위와 바닥에 쌓인 옷가지를 치우고, 구석에 쌓여가는 먼지를 제거하고, 화장대에 널린 쓰레기를 버리고, 이불을 향긋하게 정리합니다. 피곤한 딸아이가 돌아와 포근하게 잠자리에 들 수 있도록. 깔끔한 방을 보면 기분 좋지 않을까요.


중학교 때만 해도 스카에 왜 가는지 모르겠다던 딸아이가 고등학생이 되더니 스카가 아니면 공부가 안 된다고 했습니다. 친구랑 다니면 방해가 된다고 혼자 다닙니다. 공부를 마치고 새벽에 외진 길을 혼자 걸어옵니다.


시험기간에는 새벽에 돌아오는 딸내미 마중을 나갑니다. 당연한 일인데, 딸아이가 새벽 두 시나 돼야 집에 돌아오니 평일에는 쉽지 않습니다. 늦게 출근하는 날이나 금요일, 주말, 휴일 전날에나 가능하죠.


평일에는 좀 일찍 오라고 말하지만, 학원 끝나고 가니까 그럴 수 없다고 합니다. 자전거라도 타고 오라니까 그냥 걸어오네요. 처음 마중 가던 날 스카에 있는 딸에게 톡을 보냈습니다.


"스카에서 나오기 전에 톡해."

"네."


새벽 한 시 반 즈음에 톡이 왔습니다.


"이제 나가려고요. 아빠 자고 있을 거 같지만 ㅠㅠ"

"안 자! 바로 나갈게." (OTT를 보면서 열심히 버텼죠. 혹시 몰라 알람도 맞춰 놓고)

"유휴!!"


딸아이 가방을 받아 맸습니다. 가방이 생각 외로 너무 무거웠습니다.


"가방이 왜 이렇게 무거워? 키가 그만큼 자란 게 기적인데?"

"키는 중학교 때 다 컸죠."

"근데 이쪽 길 너무 어둡다. 자전거라도 사줄까?"

"혼자 갈 때는 큰길로 돌아서가요."

"잘했네!"


요즘에는 시원해졌지만, 날이 더울 때는 15분 거리인데도 등에 땀이 흥건해질 정도였습니다. 마음이 짠했습니다.


에너지 넘치는 딸내미는 공부한 내용, 학교에서 있었던 일, 선생님, 친구들 얘기를 조잘조잘 들려줍니다. 역시 젊으니 에너지가 남다릅니다. 아무도 없는 길에서 새벽 공기를 맡으며 생기발랄한 딸아이와 대화하는 순간이  참 좋습니다.


학창 시절 부모님께서는 누나 자율학습이 끝나는 밤 10시에 맞춰 학교까지 마중을 나가셨습니다. (아들인 저는 혼자 잘 다녔죠) 내 부모님 마음, 딸 가진 부모님 마음을 이제는 제가 느끼니 마음이 또 짠합니다. (극 F 아빠의 취약 포인트. 너무 잘 짠함)


딸내미 방을 정리하고 새벽에 마중가는 시절도 순식간에 지나가겠죠. 딸아이가 새벽에 혼자 들어왔을 때 서러운 일이 없도록, 소소한 일이라도 아빠가 해줄 수 있는 건 다해주고 싶습니다. 이 시절이 다 지난 이후에 후회가 조금이라도 덜 남게 말입니다.


딸내미 시험기간입니다. 매번 시험이 끝나면 톡으로 점수를 보내주는데 이번엔는 조용하네요. (월요일 시험을 보고 ‘망했음’이라고 톡이 왔습니다. 어제도 아무 말이 없고요) 이번주면 시험이 끝나고 당분간은 마중 갈 일이 없겠네요. 어깨가 내려앉을 듯한 가방을 메고, 새벽까지 고생한 딸내미 수고를 알기에 결과보다는 노력에 박수와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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