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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 섬으로 여행 3 - 또 다시 우도

2018.05.13

by 도시락 한방현숙
오늘의 일정
우도 숙소 - 서빈백사(홍조단괴) - 삼양동 해녀탈의장(영화 '인어공주'쵤영지) - 하고수동 해수욕장-비양도 - 검멀레 해수욕장 - 보트 관광 - 주간명월, 후해석벽, 동안경굴, - 우도봉 -천진항-북촌 너븐숭이 -용두암 렌트카 -공항
베개를 베고 우도 바다를 보다니!
불이 켜지고 성산 일출봉이 보인다.
파도의 움직임이 꼭 검은 바다에 흰 아기고래가 헤엄쳐 나에게 달려오는 듯하다. 그것도 여기저기 여러 마리가 서로 경쟁하듯 달려온다.

지금 숙소 침대에 누워 팔베개를 하고 저 멀리 ‘성산 일출봉’을 배경으로 앞에 펼쳐진 ‘우도’ 앞바다를 보는 것이 실화란 말인가? 파도는 더 거세지고 빗줄기는 굵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무런 걱정 없이 나는 파도를, 일출봉을 바라본다. 내가 지금 ‘우도’에 누워 비 내리는 바다를 보고 있다는 순간을 잃어버리기도 할까봐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리기에 젖어든다. 좋다. 어느새 가랑가랑 내리는 조용한 빗줄기도, 점점 빛을 잃어가는 하늘과 바다색도 다 좋다.

가랑비는 내리고 섬, 우도에 어둠이 내린다.

우도 ‘천진항’에 도착하여 왼쪽으로 돌면 바로 숙소가 나오는데, 우리는 그만 오른쪽으로 돌아버려 우도 한 바퀴를 다 돈 후에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팬션 마당에 잔디가 넓게 깔려 있고, 그 위로 색색의 파라솔이 그림같이 세워져 있는 곳이다. 숙소 옆의 카페도 직접 운영하는 주인님은 우도 땅콩을 커피콩 볶듯이 정성으로 볶아 ‘땅콩 아이스크림’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카페 곳곳에 세심한 주인의 취향(뿔소라 아트, 아로마향초 등)이 묻어나 더 우도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저 발코니 문을 열면 바로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밤에 TV시청이 안 된 것은 불편? 오히려 좋은 일?

바다색처럼 청명한 아침에 팬션 마당에서 사진을 찍고 우도 한 바퀴 투어에 나섰다. 어젯밤 우도 편의점에서 사온 라면과 과자로 아침을 해결한지라 아이들은 벌써부터 우도 먹거리 기대감에 부풀어 행복한 표정이다.

서빈백사 -귀여운 '홍조단괴'

‘홍조단괴’라고 커다랗게 쓰여 진 도로를 밟으며 ‘서빈백사’에 도착했다. ‘홍조단괴’가 뭐지? 라며 우리들 모두 궁금해 했는데, 그게 바로 내가 그렇게 다시 보고 싶어 하던 그 돌멩이(?)였다니!

홍조단괴:
♡ 홍조류의 산호말 등은 광합성을 하여 세포 혹은 세포사이의 벽에 탄산칼슘을 침전시킨다. 석회조류 중의 하나로 보통 직경이 4∼5cm이고 형태는 전체적으로는 구형이며 표면이 울퉁불퉁한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에 소재하는 우도 해안가에 서식하는 홍조류가 형성한 홍조단괴는 천연기념물 제438호로 지정되어있다. 이러한 천연기념물은 해변에서 반출이 금지되어 보호되고 있다. (출처:위키백과)

산호가 부서진 것으로 잘못 알고 있을 때는 이 해변을 ‘산호해변’이라고도 불렀단다. 아름다운 삼단 바다색깔을 보여주는 것은 예전 모습(2014년) 그대로였지만 웬일인지 팝콘송이 같던 그 많던 돌들은 찾을 수 없어 의아했다. 심지어 우리 딸들은 엄마가 좋아하는 그 돌들은 지난 번 제주여행 때 '우도'가 아니라 '마라도'에서 본 것이라 말했고, 기억력에 자신 없던 나는 그 말을 믿어버리기까지 했다.

그러나 내 기억력은 정확했고, 아쉽게도 ‘홍조단괴’가 사라지고 있다는 신문기사 내용도 정확히 맞았다. 인간의 욕심과 무지로 천연기념물이 훼손되고 있다면 우리 모두 반성하며 자연을 되돌려야할 것이다.
서빈백사-'홍조단괴'야 어디있니? 팝콘송이 같던 너!
삼단 바다 색깔! 뛰어올라!
삼양동,'인어공주'촬영지 안내

‘하우목동항’을 지나 ‘삼양동 해녀 탈의장’에 멈췄다. ‘인어공주’ 촬영장이라는 문구 때문이었다. ‘고두심, 전도연, 박해일’이 나왔던

'인어공주(2004)’를 보며 ‘전도연’의 2역 연기에 놀라고, ‘박해일’의 우편배달부 복장에 심쿵하고, 우리의 첫사랑이 세월 따라 어찌 변해가나를 보며 많은 생각을 했던 영화였다. 해풍에 사진 속 ‘전도연’ 얼굴은 퇴색되었지만 그 영화의 감동만은 아직 마음속에 살아있다.
바닷속 물질하는 해녀
하고수동 해수욕장

‘천진항’ 맞은 편 우도 끄트머리에 있는 ‘삼양동’을 지나 ‘하고수동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여기저기 물질하러 가는 해녀상이 서 있었다. 해녀의 모습이 살아있는 듯 실감났는데 앞에 있는 해녀 모습이 더 젊게 그려졌다. 지금은 물이 빠져 해녀상의 전체 모습을 볼 수 있고, 가까이 가서 사진도 찍을 수 있지만, 물이 들어오면 해녀상과 인어상이 모두 물에 잠겨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하수고동 해녀와 인어공주
뭘 타고 우도를 돌까?

우리는 렌트카로 입도를 해서 차로 ‘우도’ 한 바퀴를 돌고 있지만, 대부분은 ‘전기자전거’나 ‘전기스쿠터’를 이용하여 ‘우도’를 다니고 있었다. ‘우도봉’ 입구에 늘어 선 전기자동차도 인상적이었다. 2명으로 꽉 채워진 ‘전기스쿠터’는 볼 때마다 귀엽고 깜찍했다. 동력이 달려 언덕을 오를 때 씩씩거리는 모습 또한 앙증맞았는데 여기저기 마주 오는 차와 겹칠 때는 좀 위험해 보이기도 했다. 색색이 ‘우도’의 해안도로를 수놓은 ‘스쿠터’의 모습은 ‘우도’에서 볼 수 있는 또 다른 볼거리였다.

전기스쿠터
우도봉을 달릴 때는? ATV 체험장!
저 멀리 전기차가 가득 줄서있다. 전기 충전중!
협재 비양도 아닌 우도 비양도
수많은 돌탑들이 바람 앞에 굳건히 서 있다.

‘하고수동 해수욕장’을 지나서 ‘비양도’ 입구에 도착했다. 제주 ‘협재’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섬, ‘비양도’를 못 가 아쉬웠는데, 이곳 ‘우도’에도 ‘비양도’가 있었다. ‘비양도’ 이름 옆에 무수한 돌탑들이 저마다의 소원들을 담아 바닷바람 앞에 용케 버티며 기특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비양도’도 식후경, 아점으로 해녀님들의 ‘전복죽’을 먹으려 했으나, 모두 물질을 나가 회만 된다고 해서 한 접시 시켜 먹었다. ‘뿔 소라구이’도 ‘보말 칼국수’도 패스한 채 ‘비양도’로 이어진 길을 따라, 바람을 따라 쑥 들어갔다 다시 걸어 나왔다. ‘우도’의 색깔은 참 다양하다. 이곳은 온통 거친 돌멩이들로 가득하다.

비양도 해녀의집 - 전기밥통 돈통이 인상적이다.
검멀레 해수욕장
우도봉이 사람 얼굴 옆 모습처럼 보인다.

왁자지껄 소란스런 거리가 나온다. TV에 여러 번 방송되었다는 유명한 맛 집부터 어묵, 아이스크림, 인형 뽑기 기계까지 놀 거리, 먹거리가 가득하다. 바로 ‘검멀레 해수욕장’ 앞이다. 이름 그대로 ‘검은 모레’ 사장이다. 위에서 내려다 본 바닷물 속이 훤히 보일 정도로 맑다. 저 너머 보이는 ‘우도봉’은 확실하게 사람 얼굴 모습으로 누워있었다. 난간에 서서 감상만 하던 우리는 ‘보트’를 타기로 했다. 지난 번 ‘도담 삼봉’에서의 강렬한 경험으로 기대감에 들떠 보트에 올랐다. 바닷물이라 더 무서움이 컸지만 곳곳에 세워 ‘관광 보트’처럼 우도의 절경을 소개해 줘서 짜릿함보다는 안전함이 더 커서 우도의 절경을 잘 감상할 수 있었다.

소란스런 검멀레 해수욕장 입구
우도 보트 타고 반 바퀴

‘우도 8경’ 중의 하나인 ‘주간명월’ 동굴 안으로도 들어가 달처럼 그려진 동굴 천장도 보았고, 주변에 현란하게 붙어 있는 따개비들과 거북손도 가까이 볼 수 있었다. ‘우도’가 정말 소가 누워 있는 형상의 섬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게, 소의 왼쪽 뒷다리가 선명히 보이는 곳에서 사진도 찍었고, ‘후해석벽’의 거친 층층이 바위 모양과 코끼리 콧구멍 같은 동굴, 사자 머리 모양, 여의주를 문 용머리 모양 등 많은 볼거리를 보고 감탄했는데, 출렁이는 파도와 현란한 보트 기사님의 운전 솜씨 덕분에 사진도, 기억도, 설명도 일렁거렸다.

우도 보트 관광 -남편은 저 멀리서 지켜보고 있다.
코끼리 콧구멍이 어디일까요?
주간명월 - 동굴 안 천장에 이런 신비한 원형이 있다니!
오른쪽에 누운 소 왼쪽 다리가 보이나요?
여기서는 입을 조금 벌린 사람 모습이 보인다.
검멀레 '동안경굴'

다시 ‘검멀레 해수욕장’ 입구로 올라와 반대편 계단을 타고 내려가니 ‘동안경굴’ 있는 곳에 또 다른 ‘보트타기’ 장소가 있었다. ‘우도 8경’ 중의 하나인 ‘동안경굴’을 보기 위해 내려갔으나 물이 빠진 동굴 입구 모습은 설명과는 다르게 별로 볼 것이 없었다. ‘안전모’를 착용해야 동굴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하는데, 안에 가득 든 쓰레기 모습과 왠지 무서운 생각 때문에 들어갈 엄두는 내지 못 하고 입구만 기웃거리다 다시 돌아 나왔다. 고래가 살았다는 동굴의 전설이 왠지 무색하게 느껴졌다. 검은 자갈과도 잘 어울리는 바다 빛만 여전히 아름다웠다.

동안경굴 입구
하늘도 삼단 색깔이다.
우도 톳보말 칼국수와 성게 비빔밥

이제 정말 배가 고팠다. 우리는 왔던 길을 다시 돌아 ‘해광 식당’을 찾았다. 칼국수와 성게 비빔밥을 시켜 맛나게 먹었다. 톳 색깔을 띤 검은색 면과 시원한 국물, 푸짐하게 들어간 성게 알 등 김치와 깍두기 그릇을 여러 번 비울 정도로 맛나게 먹고 나왔다.

다섯 명이 한 끼 먹을 때마다...
우도봉

이제 ‘우도 여행’의 마지막 코스 ‘우도봉’을
오르기로 했다. 이곳을 미처 다 못 오르고 배 시간에 쫓겨 돌아간 아쉬움 때문에 이번 ‘우도 숙박 여행’을 계획한 것인데, 아쉬움은 아쉬운 대로 남겨 놓았어야했나 보다. 드넓은 초원과 그림 같은 집, 거칠 것 없는 해풍이 여전히 바다를 감싸고도는 아름다운 곳이었으나 왠지 예전만 못한 느낌이었다. ‘우도봉’ 꼭대기까지 천천히 걸어 올라가다, 등대공원 쪽으로 꺾어져 다시 올라갔다. 여유로운 제주 말들이 가까이 보이고, 아련한 우도 등대들이 멀리 보이는 곳에서 우리는 발길을 돌려 내려왔다.

등대 공원 가는 길과 우도봉 바다
드넓은 우도봉 초원에 그림 같은 집
우도봉 오르는 길
우도! 안녕~♡

오후 4시 30분 성산항행 배를 타기 위해 다시 ‘천진항’으로 나왔다. 매표소 앞 매점에서 한라봉 막걸리와 땅콩 막걸리를 사 들고 배에 오르며 ‘우도 여행’을 마무리했다. 비행기 표 예매할 때 사은품으로 받은 무료 ‘승마 체험권’은 시간 상 패스했다. 사진을 마구 찍어 대며 나중에 사진 살 것을 거의 강매하던 지난 번 어느 승마장에서의 몹쓸 기억 때문에 어느 누구도 아쉬워하지 않았다.

북촌 너븐숭이 기념관

제주 비행장으로 가는 길에 ‘함덕 해수욕장’에 들러 ‘서우봉’ 길을 좀 걸으려 했는데, 시간이 촉박하여 북촌으로 방향을 돌려 달렸다. 이제 빌린 차를 반납하고, 비행기에 오르면 우리의 제주 여행은 끝이 난다. 다들 잠시 2박 3일의 여행을 돌아보느라 조용해진 찰나에 내가 갑자기 ‘Stop’을 외쳐 버렸다. 바로 지난 번 ‘4·3 제주 답사’ 때 왔던 ‘너븐숭이 4·3 기념관’을 지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아이들과 남편을 급히 내리게 하여 ‘기념관’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나마 머물러 그 날의 의미를 새기고, 의로운 죽음을 추모하며, 같이 공유하고 싶었다. 아이들 표정이 진지해지며, 진중하게 글들을 읽어 내려가는 모습을 보고, 밖으로 나와 ‘옴팡밭’ 애기무덤과 소설 ‘순이 삼촌’ 기념비를 둘러보았다.

너븐숭이 기념관 앞에서
제주 렌트카 셔틀버스

제주시 용해로에 있는 ‘렌트카’ 대여 장소에 차를 반납하고 셔틀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했다. 2014년 여름 제주도 여행을 올 때만 해도 공항 밖 바로 옆에 ‘렌트카’ 인수 장소가 즐비해서 주차장을 보는 것 같았는데, 이제는 모든 ‘렌트카’들이 공항을 벗어난 곳에서 인수와 반납을 기다리고 있었다. ‘렌트카’ 수백 대가 자리하고 있던 곳에 각각의 셔틀 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덕분에 공항 주변에 교통체증이 많이 완화되었다고 한다. 조금 불편하기는 하지만 참 좋은 변화인 것 같아 그 아이디어를 칭찬하고 싶다.

아무튼 가족 여행

우여곡절이 많았던 여행이었다. ‘협재 비양도’를 가지 못 한 것은 원래 계획에서 2시간이 사라졌기 때문인데, 그 이유는 생각할수록 기가 막히다. 제주 ‘섬 여행’임을 강조하며 그렇게 ‘신분증’ 챙길 것을 채근하던 내가 정작 ‘신분증’을 놓고 왔기 때문이다. ‘실물 신분증’이 없으면 비행기 탑승 자체가 불가하다. 탑승 수속대 앞에서 정신줄을 놓고 헤매던 나에게 다가와 해결책을 제시한 것은 첫째 딸이었다.

“우리 셋은 예정대로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갈 테니, 엄마는 빨리 아빠와 신분증을 가지러 집에 다녀오세요.”

그리하여 우리 다섯은 셋, 둘 따로 제주도에 도착했던 것이다.

아이들은 우리보다 2시간 먼제 제주에 도착해 이호테우 해변에서 이러고 놀고 있었다. 고맙게도!

가족여행이라고 하던 대로 내가 계획하고 내가 주관한 여행이었지만, 우리 아이들은 이미 다섯 살, 한 살이 아닌 스물다섯 살, 스물한 살이라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 했다. 성인이 된 자녀들과 여행한다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 여행이었다.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해야하는, 이미 다 커버린 성인들의 여행이라는 게 포인트였다.

아무튼 취업 준비에 지친 이에게,
가족과 떨어져 학업과 직업에 충실 하느라 애쓰는 이에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노력하는 이에게
이번 여행이 보탬이 되고 버팀목이 되는 추억이었으면 좋겠다. 나의 바람과 의도가 가랑비 스며들 듯 우리 가족에게 조용히 젖어들었으면 좋겠다.

여전히 감사한 마음을 담아 제주 여행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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