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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 섬으로 여행 2-서귀포에서 성산포항으로 가는 길

2018.05.12

by 도시락 한방현숙


오늘의 일정
서귀포 켄싱턴 리조트 출발 – 다정이네 김밥- 천지연 폭포 – 외돌개 – 쇠소깍- 이중섭 거리- 김영갑 갤러리-금데기 횟집-우도 성산항-우도 도착
가파도 다녀온 날 저녁 -숙소
조식 뷔페와 뒤 편 산책길은 괜찮았다.

‘서귀포 켄싱턴 리조트’는 호텔 침구의 사각거리는 뽀송함도, 청결한 안락감도 부족한 실망스러운 숙소였다. 천 소파는 지저분했고, 화장실 사용도 불편했다. 리조트 뒤편의 산책길마저 없었다면 더 후회했을 것이다.
아이들은 조식 뷔페를 먹으러 가고, 우리는 ‘강정천’ 맑은 물이 흐르는 뒤편 산책길로 향했다. 리조트에서 꾸며 놓은 곳인가 했더니 이곳이 바로 올레 7코스의 중간지점이라고 한다. ‘강정천’ 물이 흘러 바다와 만나는 지점의 절경과 우리의 마음들을 적셔주는 제주방언으로 된 말풍선들이 돋보였다.

강정천 물이 시원하게 흐른다.
바다와 강정천 물이 만나는 아름다운 곳
바닷가 우체국-편지를 써 우체통에 넣으면 1년 뒤에 받아볼 수 있다.
강정천의 색다른 돌멩이들
보는 것만으로 좋은 말풍선들! 구름풍선이라 해야하나?
다정이네 김밥 들고 천지연 폭포로

제주 3대(기준은 모르겠다) 김밥 집 중 하나라는 ‘다정이네 김밥’을 사 들고 ‘천지연 폭포’로 향했다. 25년 전 신혼여행 때 온 곳으로 기억도 가물가물한 곳이지만, 우리는 옛 추억을 떠올리며 폭포를 향해 걸었다. 우거진 나무와 흐르는 물소리가 여전히 좋은 길이었다. 그리고 맞이한 천지연 폭포는 여전히 신비로운 씩씩함을 내뿜으며 하늘에서 땅으로 하강하고 있었다. 안개로 김포의 제주행 비행기들이 결항되면서 제주 관광지는 평소 주말보다 사람이 없는 편이었다. 여행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나쁠 것 없는 상황이나 기상예보대로 우박과 돌풍을 동반한 날씨로 변할까 한편 걱정하는 마음 가득했다. ‘천지연 폭포’도 사진을 여유 있게 찍을 정도로 한산해서 우리는 폭포를 타고 올라가는 착각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여유 있게 감상할 수 있었다.

주차가 어려운, 여사장님 목소리가 시원시원했던 김밥집
이렇게 쭉 나란히 늘어서 있다니 ㅎㅎ
천지연 폭포가 시원하게 하강하고 있다.
외돌개 / 황우지 해변

‘외돌개’ 가는 길은 역시 숲이 우거진 신선한 길이었다. 올레 7코스와 통하는 길인가 보다. ‘제향팜파크’의 안내판을 읽으며 길 따라 내려갔다. 새소리 바람소리가 좋다. ‘외돌개’가 만들어진 내력을 읽으니 기나 긴 세월의 흔적이 얼마나 대단한 힘의 결과인지 느낄 만했다. 가장 ‘외돌개’가 잘 보인다는 곳에서 사진을 찍고 다시 돌아 나왔다. 오는 길에 들른 곳이 ‘황우지 해변’이었을까? 소원을 담아 쌓아 올린 돌탑도, 아찔한 바위 끝도 모두 마음에 남는 모습들이었다.

제향팜파크의 안내글
외돌개가 본격적으로 보이기 얼마 전
외돌개 너머 멀리 범섬이 보인다.
황우지 해안가
외로워! 홀로 선 외돌개
쇠소깍은 어디로!

수년 전 들은 지인의 ‘쇠소깍’ 찬사를 잊을 수 없어 찾아갔건만, 흐린 날씨 탓일까? 카약이라도 탔으면 감탄했을까? 검은 해변에 내려 물수제비 뜨는 몇몇 가족들만 보고 다시 올라왔다. 사진 한 장 찍지 않은 것을 보면 우리 모두 무척 실망했던 것 같다. 가랑비가 내린 탓일까? 물색이 제 색깔을 못 내고 그저 어둡게 잠겨만 있었다. 그리 멋지다는 '쇠소깍'의 모습을 볼 수 없다니 정말 아쉬웠다.


이중섭 거리

‘제주올레시장’을 향해 가다가 ‘이중섭 거리’에 내렸다. 오늘은 차 없는 거리란다. 자연경관에 시큰둥하던 아이들은 이 거리에서 생기를 찾는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갖가지 귀엽고 예쁘고 앙증맞은 소품들이 거리에 즐비하다. 우리는 지나쳐 ‘이중섭 거주지’를 둘러보고 ‘이중섭 미술관’에 왔건만 아이들은 아직도 보이지 않는다. 예전 국어 국정교과서일 때 ‘이중섭’ 이야기가 책에 실렸기 때문에 큰애와 나는 교과서 이야기를 공유하며 이중섭의 삶을 세세하게 돌아볼 수 있었다. 거리 보도블록에도 이중섭 그림을 새겨 놓고 상점 곳곳에도 이중섭 캐릭터를 살려 영업하는 곳이 많아 이중섭 거리다웠다.

아이들은 플리마켓이 열리고 있는 이 거리를 떠날 줄 몰랐다.
공방 이름도 중섭!
전복빵도 사고
이중섭 미술관
이중섭 거주지-좁지만 단란했던, 가난하지만 행복했던!
귀한 미술재료 대신에 담배갑 속의 은지를 모아 그렸던!
보도블럭 그림도 모두 이중섭 작품
김영갑 갤러리

‘서귀포’에서 해안도로를 타고 ‘성산포항’으로 가는 길에 꼭 들러야 할 곳이 있었다. 수년 전부터 마음에 담고 있는 곳이었으나 어쩐 일인지 제주도 방문 때마다 ‘표선’ 쪽은 오지 못 해 들르지 못한 아쉬운 곳이다. ‘그 섬에 내가 있었네.’ 김영갑 작가의 포토 에세이 책을 읽고 늘 가슴에 품은 곳이었다. ‘삼달 초등학교’ 흔적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아담한 정원이 예쁜 갤러리이었다. 작가의 삶과 운명을 떠올리며 둘러본 갤러리는 신비롭고 아름답고 슬픈 사진 작품들로 채워져 있었다.

가물가물한 기억 속에서 ‘신(神)만이 볼 수 있는 제주의 아름다움을 알아채고 사진에 담은 죄 값으로 이런 천형의 병(루게릭)을 얻은 것은 아닐까?’라던 작가의 글이 떠올랐다.

그때는 사람들이 잘 알지도 못했던 ‘제주 오름’의 아름다움을 작가는 부지런히 찾아다니며 작품으로 남겼다. 작가의 에세이 글을 다시 읽고 싶다.

글씨와 색감이 참 예쁘다.
이런 작품을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두모악은 한라산을 이르던 옛말
삼달국민학교를 하나하나 일궈 갤러리로
돌하르방과 카메라, 그리고 두모악!
폐교를 이리 아름답게 일궜으니, 돌 하나하나 얼마나 애정을 쏟았을까?
옛 삼달국민학교 흔적
맛집 지도 실패

역시 ‘맛집 지도’에 나와 있는 ‘표선 금데기 횟집’을 찾아 나섰다. 끊이지 않는 엄청난 서브 음식으로 소개된 곳으로 우리의 시장기를 자극한 곳인데... 결국 잘 찾아간 곳은 아니었다. 메인 회의 신선도가 떨어졌고 무엇보다도 어서 퇴근시키고 싶을 정도로 찡그린 서빙하는 아주머니들의 얼굴 때문에 식사하는 내내 불편하고 불쾌했기 때문이다. 눈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바다를 감상할 수 있고, 맛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어도 ‘친절’이 부족하면 말짱 도루묵이라는 사실을 아쉽게도 여기서 실감해야 했다. 그나마 ‘맛집 지도’를 지참하면 7% 할인을 해 준다기에산할 때 얼른 지도를 들이대고 나왔다.

2층 식당에 앉아서 물이 차오르는 바닷가를 볼 수 있다.
이렇게 많은 서브 음식이 나왔는데도 우리는 왜 기분이 언짢고 맛이 없었을까? 150,000원어치이다. 여기서 7%할인 가격!


우도를 향하여!

가랑비가 차창을 적시고, 멀리 ‘성산 일출봉’이 보인다. 우리는 서둘러 ‘우도’행 배편을 끊어 입도를 준비했다. ‘우도’에서 숙박하는 차량에 한해 승용차 입도를 허용해주기에 편안히 우도에 닿을 수 있었다.

가랑비가 내리고, 터미널 매표원은 우도 배편을 꼭 찍어가라 안내한다.
성산포항 가는 길.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설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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