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기어린 일상에 띄우는 음주레터
여느 일이 그렇듯 처음이 참 어렵습니다. 명색이 프롤로그인데 이렇게 하면 어떨까, 저렇게 하면 좋지 않을까. 나름의 고심 끝에 결국 띄운 운이라는 게 '원스 어폰 어 와인', 이거 아무래도 독자들이 부르기가 너무 긴 이름이 아닐까 하는 뻔뻔한 설레발인 걸 보면요. '줄여서 원.어.어.와?' 요상한 외계어 같은 줄임말을 상상하다 다시금 처음 그 자리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원스 어폰 어 와인’의 에디터 감자, 여니고니입니다.
좀 더 소개를 드리자면 저희는 각자 집에서 꽤나 오랫동안 혼술을 즐겨온 두 여자입니다. 한동안 함께 일한 전 직장 동료이자 가끔 만났다 하면 새벽 2시 넘기기가 일쑤인 술친구이기도 하고요. 최애 주종은 와인, 혼자 마실 때 곁들임 영화나 드라마를 본다는 점, 그리고 글을 쓴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고로 '원스 어폰 어 와인'은 이 모든 저희의 공통 분모들이 모인 결과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음식에 와인을 페어링하듯 콘텐츠에 어울리는 와인을 곁들여보면 어떻겠냐는, 감자의 어느 날 취기 섞인 제안에 '그래, 좋다'며 해보자던 여니고니의 흔쾌한 동조로 시작됐죠. 유난히 무더웠던 2024년 여름에 시작한 '원스 어폰 어 와인'은 한 달에 두 번, 뉴스레터의 형식으로 독자들의 메일함으로 찾아가고 있습니다. 세상 어딘가, 저희처럼 '오늘은 뭐 보면서 뭐 마시지?'를 고민하실 분들의 일상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요.
이렇듯 애초에 편지를 쓰는 마음으로 시작한 글이다 보니, 지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의 계절과는 맞지 않을 수도 있겠지요. 그럼에도 이 모든 레터들을 모아보자 한 것은, 기록하면 할수록 오래오래 기억해두고 싶은 페어링임이 분명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혹시 글의 내용과 지금의 계절이 잘 맞지 않더라도, 사계절 내 언젠가 꺼내 먹을 혼술 계획서 정도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음주 조장, 음주 독려, 음주 예찬 레터가 된 것 같은 걱정은 저희도 늘 하는 걱정이다만 그래도 이왕 마실 거라면 좀 계획적으로 마셔도 좋지 않겠어요? 다름 아닌 술꾼들이 으레 하는 얘기입니다.
그나저나 저희는 그냥 ‘원스’라 부르려 합니다. 차린 것 많이 없이 수수한, 원스 술상에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레드 마시기 좋은 계절,
감자 & 여니고니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