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소다 먹기 좋은 날> X 플라티노 블루 모스카토
여름이 무르익어가는 7월입니다. 한 해의 절반을 달리고 헥헥 거리던 와중에 며칠 전 만난 초등학생인 사촌 동생들은 여름 방학을 앞두고 꽤나 들떠 있더군요. 요즘은 방학이라고 해도 학교 대신 학원에 가느라 바쁜 아이들의 세상도 만만치는 않겠다 싶지만서도 한 달이라는 방학은 어쨌든 부럽습니다. 그래도 부러운 마음을 감추고 어른이니까, 나도 곧 여름 휴가를 떠날거야, 하며 한껏 ‘센 척’을 하고 돌아왔는데요. ‘여름 방학’이라는 단어에 설레는 감각이 무의식적으로 반응합니다. 방학을 앞두고 둥둥 떠다니던 그 시절의 마음이 떠올랐거든요.
저는 여름 휴가를 방학으로 삼고 플라티노 블루 모스카토 한 병을 준비했습니다. 플라티노 블루 모스카토는 블루 사파이어 칵테일처럼 푸른빛을 가진 스파클링 와인입니다. 달콤한 모스카토로 만든 스파클링 와인에 블루베리 원액을 첨가해 생각지도 못한 시원한 파란색을 나타내요. 그런데 저는 평소 단맛의 와인을 즐겨 마시는 편은 아닙니다. 플라티노 블루 모스카토는 평소 단맛의 와인만 즐겨 마시는 친구로 인해 접한 와인인데, 고맙게도 언젠가 영화 <방과후 소다 먹기 좋은 날>과 매칭하기에 더할 나위 없을 와인이라는 데이터를 얻게 됐습니다. 시음 적기는 7월, 지금입니다.
영화는 크림소다 맛에 눈을 뜬 세 명의 여고생들이 가장 맛있는 크림소다를 찾아 ‘크림소다 투어’를 다니는 이야기입니다. 세 사람의 크림소다 투어는 학교 앞 가까운 카페를 시작으로, 미치도록 심심한 여름 방학에는 전철을 타고 먼 동네(후지사와)의 카페까지 기동력을 발휘하기도 해요. 어른으로 다가가는 길목에 선 세 사람은 여느 고등학생처럼 각자의 내적 갈등과 고민을 겪기도 하지만 달콤한 크림소다 앞에서만큼은 진심으로 행복한 모습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들의 크림소다 투어를 보며 좋아하는 것을 함께 나눌 때 터져나오는 원초적인 행복을 새삼 깨닫습니다. 혼자서도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은 어른이 되어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종종 그리운 이유인가봐요.
플라티노 블루 모스카토를 이 영화에 매칭한 것은 단순히 크림소다를 떠올리게 하는 파란색때문만은 아닙니다. 이 와인을 제안한 제 친구는 평소 술이 약한 편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는 그나마 도전해볼 만한(?) 영역인 달콤한 와인들을 종종 방랑합니다. 좋아하는 것을 찾아 이것저것 시도한 끝에 발견했다는 그의 취향과 과정이 이 영화와 무척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부드러운 탄산 속 은은하게 퍼지는 블루베리와 메론맛의 와인은 어른맛 크림소다 같달까요. 이번 여름 휴가에서는 무엇이 됐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용기를 내어볼까 합니다. 그래야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좋아하지 않는 건 또 무엇인지, 알 수 있을테니까요. 그 과정의 즐거움을 아는 어른이 되어 다행입니다.
2024.07
Letter From 여니고니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경험주의자. 안타깝게도, 다행히도, 한두번 경험으로도 쉽게 만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살면서 가장 끈기 있게 해온 것은 한 회사에서 10년째 글을 쓰고 있는 것. 그리고 그보다 더 오랫동안 와인을 좋아했습니다. 퇴근 후에는 집에서 혼술로 충전하는 시간을 (거의 매일) 갖습니다. 맛있는 와인을 발견하면 한때 직장동료였던 감자가 자주 떠오릅니다.
개봉ㅣ2019, 일본
장르ㅣ청춘 드라마
출연 | 에다 유카 감독, 모리타 코코로, 타나카 메이, 아오나미 준
한줄평ㅣ뜨거운 여름을 닮은 청춘 드라마
플라티노 블루 모스카토 (Platino Blue Moscato)
산지ㅣ스페인, 카탈루냐
품종ㅣ모스카토
도수ㅣ7%
특징ㅣ부드러운 탄산, 블루베리, 메론, 살구, 복숭아향을 머금은 달콤한 스파클링 와인
가격 | 9,900원
한줄평ㅣ얼음을 동동 띄워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함께 먹으면 진짜 어른맛 크림소다가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