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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ffer Nov 09. 2023

나에게로 몰입하는 여정, 갭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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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많은 아티클은 <differ>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세요.



앞만 보며 열심히 달리다 문득 혼란스러운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지금까지 달려온 길이 맞는지, 목적지에 도달하면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지금의 나는 무엇을 놓치고 얻었는지 등 수많은 의문이 몰려온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에 달릴 힘을 잃어버렸을 때, 잠시 멈춤이 필요하다. 하지만 무작정 쉰다고 답을 얻을 수 있을까? 지난해 삶에 쉼표를 찍고 여행을 떠난 두 쌍의 부부 ‘망원쿨키즈’*에게 갭 이어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물었다. 여행이 답을 찾는 데 도움이 되나요?


*망원쿨키즈는 장의선ㆍ배채린 부부와 송의영ㆍ정광준 부부로 이뤄진 팀이다. 같은 대학을 나온 친구들로 함께 갭 이어를 가지며 세계 여행을 떠난 이야기를 영상, 글, 사진 등의 콘텐츠로 만든다.





내게 맞는 속도로



지난겨울 캐나다로 여행을 떠났어요. 지금 네 분은 어디에 있나요? 
의선ㆍ채린 부부는 네덜란드에서 한 달 살이 중이고, 의영ㆍ광준 부부는 포르투갈에 있어요. 처음 계획은 캐나다와 미국 뉴욕을 여행한 후 함께 아이슬란드로 넘어가는 거였는데 각자의 페이스에 맞춰 일정을 진행하는 게 중요하단 판단이 들었어요. 갭 이어 기간 동안에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게 맞는 속도와 방향을 찾는 일이니까요.

네 분은 어떻게 함께 갭 이어를 갖게 되었나요? 

네 명 모두 비슷한 시기에 대학을 졸업해 사회에 나온 지 4~5년 정도 되었어요. 사회 초년생 시기를 지나 전문성을 갖추는 중요한 과정에 있었죠. 한데 머릿속에 의문이 계속 따라붙더라고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하고 싶은가?’, ‘회사에서 나는 더 성장할 수 있을까?’, ‘내가 주체가 되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등등. 이런 고민을 네 사람 모두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갭 이어를 가지며 자기 자신을 찾는 워크숍을 떠나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죠. 무모한 도전에는 좋은 시기가 없기에 지금 당장 떠나기로 했어요. 

갭 이어의 방식이 다양한데, 왜 세계 여행을 선택했나요? 
갭 이어를 한국에서 보낼 수도 있었지만 유년 시절을 해외에서 보냈던 의영과 의선이 자신들의 기원이 있는 곳을 찾고 싶어 했어요. 익숙한 환경을 벗어나 낯선 나라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얻는 게 있을 듯했고요. 실로 여행을 떠나와 느끼는 점이 많아요. 나와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통해 다채로운 삶의 형태를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있어요. 거기에서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삶에 대한 힌트도 얻었어요. 이렇게 느낀 점을 망원쿨키즈와 멤버 각자의 인스타그램에 콘텐츠로 업로드 중이에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갭 이어라고 하면 일을 잠시 멈추고 쉬는 걸 떠올리는데, 망원쿨키즈라는 프로젝트로

오히려 일을 벌이고 있어요.

콘텐츠를 만드는 일뿐만 아니라 여행을 떠나기 전 출범식도 열고 굿즈도 제작해 펀딩을 했어요. 커리어 고민 때문에 갭 이어를 시작한 만큼 자신이 지닌 스킬을 더 주체적으로 활용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었어요. 시작할 때 프로젝트 미션 세 가지를 정했어요. 첫째는 이 여정을 통해 성찰하고 성장할 것, 둘째는 인생의 다음 스텝을 선택하고 살아갈 때 자양분으로 삼을 것, 마지막은 크리에이티브 영역의 일을 실험적으로 도전할 것입니다. 긴 기간을 쉬다 보면 그 생활에 익숙해져 버리기에 초반에 미션을 확실하게 정해 길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어요. 

이런 미션은 어떤 방식으로 세웠나요?
미션을 세우기 위해선 지금 내 상태를 점검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해요. 갭 이어를 결심하기 전에도 매년 회고 시간을 갖곤 했는데요. 이번 기회로 20대 대학 시절을 돌아보는 ‘20대 리뷰’, 어떤 일을 하면서 성장을 했나 기록해 보는 ‘커리어 회고’ 등을 진행했어요. 갭 이어를 꿈꾸고 있는 분들이라면 시작하기 전 이런 시간을 반드시 가져볼 것을 권해요. 

회고를 통해 이제까지 걸어온 길을 다시 돌아보았겠네요. 
각자 가지고 있는 전문성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게 되었어요. 이를 어떤 방향으로 성장시킬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프로젝트의 주제를 정할 수 있었고요. 머릿속에 있는 키워드를 포스트잇에 적어 벽에 붙이는 ‘브레인 덤프(Brain Dump)’를 해보는 게 도움이 되었어요. 일주일에 2~3번씩 모여 닮고 싶은 삶의 형태나 새롭게 도전해 보고 싶은 일 등을 자유롭게 적은 뒤 우선순위를 정했어요. 

떠나기 전에 갭 이어 이후의 모습도 떠올려 보았나요?

흔히 갭 이어를 갖는다고 하면 이 시간을 통해 삶이 완전히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망원쿨키즈 멤버들이 정의하는 갭 이어는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일보단 내가 살아온 삶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일에 가까워요. 마치 인터벌 러닝의 휴식 시간처럼요. 전속력으로 달리기만 하면 금방 지쳐 쓰러지지만 적당한 휴식을 가지면 다음 라운드를 힘차게 달릴 수 있잖아요. 내 지난날을 부정하는 대신 지금까지 참 잘 살아왔으니 앞으로 더 잘 달려가기 위해 잠시 숨을 고르는거죠.





낯선 환경 속에서 



현실적인 이유로 1년의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기도 해요. 
좋은 갭 이어는 기간이 중요하지 않아요. 갭 이어를 통해 무엇을 얻고 싶은지를 명확하게 정한다면 아무리 기간이 짧아도 유의미할 수 있어요. 그러니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고 안식월, 휴가 등을 활용해 보세요. 특히 망원쿨키즈의 멤버들처럼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이 맞는지 고민되는 순간이 찾아왔다면요. 익숙한 환경에서는 관성처럼 살아가게 되잖아요. 낯선 곳에 자신을 던져, 삶에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무수한 선택지가 있다는 걸 경험해 보았으면 해요. 

짧은 여행도 나를 돌아보기만 한다면 갭 이어가 될 수 있겠네요.  
물론이죠. 여행을 하면서도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져요. 무엇을 할 때 즐겁고 편안한지, 어떤 환경을 좋아하는지 같은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질문에 답을 내며 나와 더 친밀해졌어요. 남들과 비교했을 때는 멀리 돌아가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이런 시간이 내 이야기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줄 거라 믿어요. 

Interviewee 망원쿨키즈 
두 쌍의 부부가 갭 이어를 기획하며 만든 브랜드로 영상 연출가 장의선, 브랜드 마케터 배채린, 아트 디렉터 송의영, 사진작가 정광준이 팀을 이뤄 운영 중이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쿨한 도전을 아이들처럼 과감하게 해내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들의 여행기는 망원쿨키즈 인스타그램(@mangwon.cool.kids)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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갭 이어 계획하기


지금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맞을까? 삶에 잠시 정지 버튼을 누르고 갭 이어를 갖는 상상을 하고 있다면 미리 계획부터 세워보세요. 당장 실행에 옮기지 않더라도 지금 내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시간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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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Kwon Areum

Photographer Lee Woojeong

Designer Kim Yeon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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