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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예지 May 19. 2021

스승의 날 선물을 주무르자

마음껏 망치지도 못하는 내 인생.. 같은 찰흙

요즘 다시 스트레스 시즌을 맞아 힘들어하던 차에,

팀원이 스승의 날 기념으로 선물을 보냈다.


스승의 날을 기념한다는 선물. 그냥 이걸 주고 싶은데 핑계를 찾다가 아 마침 스승의 날! 이런 건가.

스승의 날을 기념하는데 왜 나한테?

기념.. 단어 묘하네 기념기념기념기념


안 알려줄 것처럼 '궁금하죠?' 질러놓고 머지하니까 바로 알려줌

결론은, 보냈으니 해보고 괜찮으면 나도 해보게 알려달라.

그리고 그것이 왔다.


은화 금화(초콜릿)는 왜 들어있는 건지 진심 궁금..

오목조목 들어있는 찰흙들과 귀여운 설명서를 받았는데,

설명서에 딱히 설명은 없었다고 한다...

홈키트이지만 홈이 아니라 방문해서 했었으면 더 좋았을법한 키트.

하지만 이전 스트레스 시즌에 도자기 그릇 만들기 체험을 해봤어서 일단 그냥 만들어보기로 함.


찰흙이라는 게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모양이 바뀌기 때문에 아주 망쳐놓기 좋은 재료 혹은 마음껏 만들기 좋은 재료군.. 하고 생각했지만 막상 앞에 두니 색도 많고, 뭘 만들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렇다고 딱히 어떻게 망쳐야 할지도 모르겠다.


너무 주물러대면 수분이 날아가면서 갈라지는 게 귀찮아서 최대한 덜 조물대고, 그러다 보니 원래는 주먹으로 한대 빵- 칠까 했던 것도 왠지 그럴 수 없었다.


흠.. 이왕 이렇게 된 거 생각나는 대로 오물조물 만들어보자.




# 1

첫 번째 작품으로는 내가 제일 평안하다고 생각하는 이미지를 표현했다.


시원한 바람맞으며 누워서 드림이를 안고 있는 자세!

드림이는 무겁기 때문에 저런 자세로 1분만 있어도 숨이 가빠온다.


그래서 작품 명이..!!

작품 명: 숨 막히게 행복한 시간


# 2

첫 번째 작품을 제대로 만들었으니 두 번째 작품은 실컷 망치고 싶었지만, 망치는 방법을 몰라 대충 해봤다.


키트 내용에 마블링 얘기가 있길래 나도 일단 막 섞어봤는데, 막 섞으면 엉망이 될 줄 알았더니 오히려 오묘한 색이 나왔다.


(역시 인생.. 망하는 것도 쉽지 않아)

예쁜 돌멩이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작품 명이..!!2222

작품 명: 예쁜 돌


# 3

난 수박을 좋아하는데, 남편은 안 좋아한다.

그래서 항상 수박 한 통을 사다 두면 나 혼자 다 먹어야 한다.

'냉장고에 수박이 반 통이나 남았는데.. 저건 또 언제 먹지'

생각하다가 수박을 만들었다.

작품 명: 씨 없는 곳 냠

원래는 제일 맛있는 꼭지 부분을 베어 무는 걸 좋아하지만,

그러면 못생길 것 같아서 옆구리를 먹었다.


# 4

작품 명: 뚱뚱한 연못

물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파란 덩어리를 놨더니

연못이 되었다.

물고기도 두 마리 정도 넣어주고

풀떼기도 심어주고

인센스 스틱을 꽂는 용도로도 많이 만드는 것 같길래

혹시 모르니 구멍도 뚫어줬다.




다 만들고 나니 꽤 여름여름한 조합 같은 느낌?


기분이 우울할 땐 갑자기, <스승의 날 선물을 주무르자>

총 평: 혼자 뭘 만들지 멍-하고 있는 시간이 있었다. 이왕 할 거면 함께 할 때 편안한 사람과 함께하면 좋을 듯!

- 기분 회복력: 50% (기분을 좋게 해 준다기보다 안 좋은 기분을 치워주는 것에 가까움)

- 즐거움: ★★★☆☆

- 난이도: ★★☆☆☆

- 총비용: 선물 받아서 모름

- 색깔로 표현한다면: 하늘

- 코멘트: 1-2일 건조 후 불에 구워야 해서 택배로 보내야 하는데, 과연 (귀찮음을 극복하고) 택배를 보낼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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