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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예지 Aug 15. 2024

목표를 놓치지 않고 살아가기

삶의 나침반이 되어주는 OKR

내가 OKR을 만나게 된 것은 4-5년 전, 한창 스타트업에 OKR이라는 도구가 도입되고 유행이 시작되던 때였다. 그때 나는 OKR 셰퍼드로서 전사에 OKR 문화를 도입하고 잘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했고, 그 후로 몇 년간 시행착오를 거쳐 꽤나 OKR이라는 도구에 익숙해지게 되었다.

(참고 - 책 한 권으로 OKR 시작하기)


OKR은 Objectvies & Key Results의 약자로, 쉽게 말하면 목표(Objectives)를 정하고 그 목표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지표(Key Results)를 정하는 간단한 도구이다. 하지만 도구이면서 동시에 하나의 철학이자 문화이기도 했는데, 이 단순한 도구가 목표 중심적으로 사고하고, 목표에 집중하게 해 주며, 목표를 달성했는지 추적하면서 마지막에는 회고를 통해 배움을 얻도록 돕기 때문이다.


작년 10월, 6개월 간의 갭 먼스(참고 - 갭 먼스(Gap Months)에 몸을 맡겨)를 보내면서 갭 먼스의 주요 목표들에 집중하고 관리하기 위해서 OKR을 꺼내 들었다. 팀의 OKR은 꼬박꼬박 잘도 세웠지만, 매번 개인 OKR은 잘 세우지도 못했고 지켜내지도 못했는데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시간이 생기니 할만하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부담이 없었고, 너무 도전적인 목표를 세울 필요도 없었고, 너무 '잘' 쓸 필요도 없었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내가 나의 시간을 원하는 곳에 쓰고 나의 삶에서 중요한 것에 집중하기 위해 OKR을 사용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적용하는데 우여곡절을 겪었다. 초반에는 OKR을 세워보려고 노력했지만 새로운 시간과 삶에 적응하느라 어떤 목표를 세워야 할지 헤맸고, 그러다가 갭 먼스 후반에는 OKR을 작성하지 않게 되었다. 여기까지는 이전과 비슷한 수순이었다. 


그러다가 갭 먼스가 끝나갈 무렵, 문득 최고의 6개월을 보냈음에도 동시에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그 당시의 생각과 감정을 글로 써내려 놓은 뒤에 다시 OKR을 쓰기 시작했다.


(2024.02.26에 쓴 글 중 일부)
내가 인생을 제대로 스티어링 하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불안해졌다.
나는 인생을 자유롭게 살고 싶지만, 되는대로 살고 싶은 건 아니었다.

내 인생을 구성하는 것이 다채로워지면서 운영 스킬도 고도화될 필요가 있었다.
이전엔 일 하나였고, 일을 중심으로 필요한 것들을 붙이기만 하면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야말로 N잡러처럼, 구분되어 있는 여러 가지를 운영해야 했다.


그날로부터 매달 OKR을 작성해 왔다.

나는 OKR을 작성할 때 항상 세 가지 필수 영역을 포함하는데, 바로 Work, Ritual, Relationship이다.


Work에서는 일하는 나로서의 목표를 적는다. Ritual에서는 독서나 첼로 연주, 일기 쓰기, 글 쓰기와 같은 활동을 하면서 나 혼자만의 시간을 주기적으로 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Relationship에서는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 외에는 때에 따라 언어나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자기 계발 파트가 추가되기도 한다.


나는 매달 말이나 초, 새로운 OKR을 쓰기 전에 이전 OKR을 체크하고 Scoring 한 후 간단한 소감을 적는다. 그리고 다음 달 OKR을 작성하기 전에 이번 달의 콘셉트나 방향을 기획(?)한다. 이렇게 OKR을 쓰다 보니 매달 내가 원하는 방향을 생각하고, 그 방향대로 살아보고, 다음 달에는 더 나은 방향으로 수정할 수 있는 게 좋았다. 그리고 일 혹은 주 단위로 프로그레스 체크를 하면서 또 OKR을 보게 되니 한 달 내내 내가 세운 목표와 삶의 방향을 생각하면서 살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이렇게 말하면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는 것이 거창해 보이지만, 실제 예시를 보면 아주 작은 단위의 일들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3-4월에는 새로운 회사에 입사하게 되면서 회사에 적응하기 위해 일에 에너지와 시간을 더 많이 쏟았는데, 그러다 보니 회고를 하면서 내가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시간이 적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다음 달 OKR에는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예: 주 3회 가족과 함께 저녁식사)는 KR을 추가했다.

OKR은 내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하지 못했던 것을 떠올리게 해 줄 뿐이다. 떠올리면 바꿀 수 있다.


목표도 점점 더 큰 삶의 방향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3월에는 '직업, 취미, 친구'로 소소하게 시작했던 목표가 7월에는 '삶과 일의 목표를 내 안으로 가져오기', 8월에는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에 집중하기'가 되었다. OKR, 어디까지 가는 거니..?


한 6개월 정도 해보면서 OKR이 나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고 나니, 최근에는 좀 더 큰 단위의 OKR도 세울 수 있게 되었다. 연말을 due date로 하는 OKR을 세웠는데 혼자서는 처음 해보는 거라 잘 될지는,, 연말에 회고를 해봐야겠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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