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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장가 휘파람 Jan 16. 2017

시간의 티끌이 된 영화 타락천사






운명 같은 삶이 펼쳐지는 걸 모두
일상이라 말할 순 없다
가지 않은 길이
지나온 길보다
많음은 그저 웃게 만드는 숙명이다

인연과 우연 운명과 숙명
삶이라는 시간에 얹힌 공간의 자그마함은
알다가도 모를
갸웃 하다간 이내
고개를 돌리고 마는 혼란일 따름이다

'타락 천사'
엇갈린 시간의 혼돈
불규칙스럽고
황당한 시간의 언저리에서
모든 건 활발하게 흩어져버리고만다

사람들은 많이 비슷하지만
또한 저마다 처연하리만치 다르다는 것 역시 현실이다
저마다의 기쁨에 이르름이 다름으로 인해 각자의 곳에서
기쁨을 뽀얗게 퍼 올리곤 한다

운명의 엇갈린 혼란은 나들이라도 나간 걸까?

이어질 듯 멀어지고 떠나간 듯 다가서는
운명의 해안가엔 장난치는 파도에 흩날리는 모래알만
영혼 없이 떠돌아다닌다


중경삼림 타락천사 화양연화

삶을 홀리는 인연의 바람이 홀가분하게 불어오다간 아무
움직임도 없이 고요해진다



오늘은 오래 전 영화
타락천사를 보았구요
나의 기억에 아른거리던 장면을 찾았어요 드디어..

벙어리 아들이 아버지를 캠코더로 촬영하는 장면이었는데
어느 영화였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아 이 영화 저 영화 뒤지다가
오늘 결국 찾게 되었어요

가슴 뭉클한 장면이었지요

아리따운 아가씨 순박한 청년 평범한 킬러
순박하고 정겨운 대머리 아저씨까지


아침기온은 영하 11도요 낮 기온조차 영하 5도를 오르내리니
뒷동산으로 색동자전거를 끌고 갈 엄두도 나질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그토록 찾아헤메던 아주 기분 좋은 발견을 하게 되니
더없이 이 추위가 고맙기만 하다
물론 엊그제 내린 눈이 십센티미터가량 쌓였다면
아무리 추워도 산엘 갔을 테지만

푸근하고 오묘하며 싱그러운 한 편의 영화가 나를 매혹에 빠지게 한다

이 영화는 나와 비슷한 감성을 지녔다
그걸 이 말로 알 수 있다

'온 종일 줄기차게 아주 세차게 비가 왔다
매일 비가 왔으면 좋겠다'
나도 그렇다

나만큼 비를 좋아하고
나만큼 눈을 좋아하는 사람이 또 어디 있을까?

비님 오시고 함박눈 펑 퍼엉펑 내리면
나는 어린아이가 되고
강아지처럼 뛰놀며
풀잎처럼 싱그러워진다


비슷함을
나랑 같은 바램을 지니고 있는 존재랑 함께 있는 순간은
얼마나 근사하고 멋진 일인가!

사랑은 흐느적거리는 발걸음 사이로 산산이 부서지며
흩어져버리고만다

그의 팔을 활짝 물어버리고만다 나의 얼굴은 잊을지언정
내가 물었던 건 오래오래 기억할 테니


직감
그리고 틀리지 않는 예감으로 멀어지는 환상

시간도 빗물도 바람조차 나의 편은 아니었고 나의 곁에 남은 건 아무것도 없다


아직 다 보지 못한 새로운 영화들을 또다시 찾아다닐까?
아니면 이 즈음에서 그간 너무나 감미로웠고 감동으로 행복하였던 영화들을
다시 음미하며 묵은 즐거움을 돌아볼까?

한동안 홍콩영화를 즐거이 보던 시절이 있었다
그 한 축은 왕가위가 차지하고 있다
온 세상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내면의 정서와 비슷하다랄까!
애잔하고 가슴을 찌르는 아련함이 오래오래 남았던 건 오롯이 홍콩영화였다


그리움 드리운 빛깔이 창가로 차거운 기온을 무릅쓰고
환하고 따스한 햇살로 손가락에 다가와
내 손을 꼬옥 잡는다 참 따스하다

그리움
보고픔
그리고 뭉클한 먹먹함은
시간이 공간이란 대지를 빌려 피워낸
인생이라는 꽃이 남긴 찬란하고 맛좋은 아주 잘 익은
열매이다

처연한 열매랑 꽃에 흠집을 내고
즙만 빨아먹곤 훌쩍 달아나는 벌과 나비를 이별이라 한다

무수히 잃어버리고 버려진 발걸음이 하나로 겹쳐지는
순간을 인연이라 부르며 아이처럼 날뛰며 기뻐하다가 내리는
빗물에 흙탕물처럼 범벅이 되는 걸 우린 남과 여라 한다

하지만
그런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 운명의 둘이 함께인 순간은 따스하고 포근하다


영화가 한 편 끝났다
배가 부르다
이제야 살 것 같다


그 언젠가 들었던 아주 감미롭고 그리움에 폭 빠지게 하는 노래
아마 크라잉 게임이란 영화에 개구리와 전갈 이야기를 인상 깊게
들으며 낮은 저음으로 묵직하게 흘러 나왔던 노래가 귓가에 솔깃
겨울바람에 아득한 보고픔처럼 흔들리며 함박눈처럼 쏟아져 내립니다

산산이 부서져 영원히 티끌처럼 사라졌으리라 여긴 아련한 그리움이
함박눈에 묻어 무더기로 쏟아져 내림처럼
환희일까요 서러움일까요
환상 같은 일이 지금 이토록 차거운 겨울 한복판에
봄에나 피어오를법한 향기로운 꽃이 만개한 듯 경이롭습니다
한곡의 노래만으로도 하나의 영화만으로도 이러할 찐데
우리 더불어 곁에선 존재로서는 어떠할까요
찢어지는 아픔이기보다 서러우리만치 찬란한 보고픔이길요










https://youtu.be/AM-b8P1yj9w

영화 크라잉게임 엔딩곡으로 인상깊었던

Stand By Yourman입니다









휘파람

2017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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