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거리 찾기, 기사 쓰기, 그래픽 제작하기
이제는 정말 누구든 한 번씩은 해봤을 법한,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 만들기. 문득 챗GPT는 기자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할지 궁금해서 그림을 그려달라고 해 봤습니다.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타이핑을 하는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뜻밖에 아날로그 감성을 한 스푼 더한 이미지가 나타났습니다. 취재수첩과 펜, 그리고 골동품처럼 생긴 카메라를 들고 있는 기자라니! 사실 요즘 일터에서 취재수첩은 노트북이나 핸드폰 녹음기 등으로 대체된 지 오래입니다. '지브리풍'이라는 조건의 영향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챗GPT가 생각하는 기자의 이미지가 '중요한 정보를 취재수첩에 끄적이는 사람' 이라니 조금은 정겹고 반갑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기자/언론인'은 Ai가 대체할 가능성이 높은 직업군으로 자주 언급되는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소위 '보도자료'라는 것을 내는 기관들이 많아지고, 그에 따라 뉴스도 많아지고, 기자도 점점 더 많아지는 복잡다단한 세상. 그럴수록 단순히 정보 전달이 목적인 기사라면 AI가 충분히 대체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론인 연구모임 '잡다(Job-多)한 Ai 연구소' 소속 현직 주니어 기자 7명이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AI를 업무에 활용해 보고, AI가 기자를 대체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지 생각해 봤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국내외 언론에서 AI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법률신문에서는 기사 본문에 Ai 요약본을 제공하고 있으며, JTBC는 과거 아침뉴스에서 아예 AI 앵커가 진행하는 코너를 운영한 적이 있습니다. 해외에는 더 적극적인 AI 보도 사례가 있습니다. 이탈리아 일간지 '일폴리오(Il Foglio)'는 세계 최초로 AI가 전 과정에 참여해 만든 특별호 '일폴리오 Ai'를 발행했습니다. 기사 작성, 제목 선정, 요약 등 모든 과정을 AI가 수행하였으며, 인간 기자들은 AI에 질문을 입력하는 역할만 맡았습니다.
잡다한 AI 연구소는 AI 활용 실태가 어떤지 각자의 경험을 나누었습니다. 대다수가 기사를 본격적으로 작성하기 전, 사전 취재 용도로 챗GPT, 혹은 퍼플렉시티(Perplexity)를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참고할 만한 국내 언론사의 기존 보도가 없는 주제를 다뤄야 하는 기자들은 챗GPT를 더욱 유용하게 사용한다고 했습니다. 방송기자들의 경우 특보 진행 시 다양한 배경지식을 빠르게 정리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챗GPT를 자주 활용한다고 했습니다. 일부 기자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기사를 AI에 입력하고, 지속적으로 학습시켜서 자신만의 프롬프트를 구축하기도 했습니다. 이 경우, 학습이 진행될수록 기사를 더 정교하게 작성했습니다. AI가 기자 개인의 기사 작성 습관이나 경향성을 학습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는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수집한 정보들에 대해 직접 사실 확인 작업을 진행하지만, 심층 취재를 위한 기초 자료를 찾을 때는 인터넷 검색에 의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잡다한 Ai 연구소는 단순한 정보 검색 용도를 제외하고, 기자 업무와 직, 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다양한 작업을 챗GPT와 퍼플렉시티에 요청해 보았습니다.
기자들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래프나 표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챗GPT에 원본 데이터를 엑셀 파일 등의 형태로 제공하고 표나 그래프를 생성하도록 요청했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실무에서 활용 가능한 수준의 부속물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긴급하게 속보를 써야 하는 상황에서 유용할 것 같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취재원을 만나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원문 그대로 풀어 챗GPT에 입력하고, 기사로 재구성하도록 요청했습니다. 문장을 자연스럽게 다듬는 기능이 상당히 뛰어났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특정 기호나 엔터 추가 등의 단순 작업에서는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또 정치인의 발언 등 특정 단어나 어미, 조사 하나에도 의도가 반영되어 있는 민감한 워딩을 다룰 때는 AI가 임의로 윤문을 할 경우 원래 의도가 변질될 위험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따라서 인터뷰 내용을 재구성할 때에는 AI로 기초 작업을 하더라도, 보도 전에는 반드시 기자가 재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회에서 처리한 법안 관련 보도자료를 챗GPT와 퍼플렉시티에 제공하고 기사 작성을 요청했더니, 매우 정확하고 자연스러운 기사를 생성해 냈습니다. 보도자료를 파일채로 그대로 첨부하는 것과, 기자가 자료를 직접 요약해 텍스트 형태로 제공하나 큰 차이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AI가 직접 보도자료를 읽어 들이고 분석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 방송 기사, 그중에서도 중계나 연결 기사를 요청했을 때는 문장이 더욱 매끄러웠습니다. 결국 딱딱한 기사체보다는 구어체에 가까운 문장에서 더 성과가 좋았던 겁니다. 흥미로운 점은 기사 작성을 주문했을 때, 챗gpt가 임의로 가치 판단이 들어간 문장을 만들어냈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기사 초안을 작성하고, 기자가 몇 가지 추가 주문(길이 다듬기, 특정 문장 표현 수정하기 등)을 통해 완성한 기사는 같은 주제로 당일 보도된 기존 기사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아래 챗GPT가 작성한 기사를 원문 그대로 첨부합니다.
[앵커] 국회가 오늘 본회의를 열고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포함한 21건의 안건을 처리했습니다. 연금제도 개편과 연금개혁 특별위원회 구성 등이 주요 내용인데요. 자세한 소식, ○○ 기자가 전합니다.
[기자] 오늘 열린 제423회 국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국민연금 개혁을 위한 법안이 가결됐습니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13%까지 단계적으로 인상됩니다. 이는 근로소득에서 연금 보험료로 떼는 비율이 높아진다는 의미로, 연금 재정을 더욱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또한, 은퇴 후 받는 연금액을 결정하는 기준인 연금 소득대체율도 40%에서 43%로 상향 조정됐습니다. 즉, 평균 소득 대비 연금으로 받을 수 있는 비율이 높아져, 노후 보장이 강화될 전망입니다. 또한, 출산 및 군복무 크레디트가 확대돼 가입 기간이 늘어나고, 국가가 연금 지급을 보장하는 조항도 포함됐습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이 더욱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제도로 운영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와 함께 연금개혁을 논의할 특별위원회 구성안도 통과됐습니다. 여야 각 6인, 비교섭 단체 1인으로 구성되는 특별위원회는 연금 재정 안정화 방안과 국민·기초·퇴직·개인연 금 개혁 방안을 논의하게 됩니다. 위원장은 국민의힘에서 맡으며, 활동 기간은 올해 말까지입니다. 연금 개혁이 국민들의 노후와 직결되는 만큼, 앞으로의 논의 과정에서도 사회적 합의가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입니다.
○○뉴스, ○○○입니다.
하지만 보통의 방송 기사에는 아무리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다고 하더라도, 관련 배경 설명과 비판적인 시각이 담길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 주문도 추가해 봤죠! '그간 여당과 야당이 진행해 온 협상의 과정과, 이번 연금 개혁안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추가해 줘'라고요.
추가로 요청한 내용을 위해 특별히 더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는데도, 제법 기사다운 기사를 만들어 냈습니다.
아마도 가장 골치 아픈 업무 중 하나일 텐데요. 기획 기사 거리를 찾아달라고 해 봤습니다. 요즘 핫한 현재의 정치 상황을 반영해 발제 아이디어를 요청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 기존 언론사에서 다뤄볼 법한 무난한 기획안을 제시했습니다.
챗GPT는 위 결과물 말미에 '이 중에서 특정 주제에 대해 더 깊이 다뤄보고 싶다면 말해줘. 필요한 자료나 인터뷰 대 상도 추천해 줄 수 있어!'라는 친절한 제안까지 곁들였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탄핵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생각'을 좀 더 심화해서 다루기 위한 아이디어를 달라고 해 봤습니다.
어떤가요? 여기에 조금만 더 아이디어를 덧붙이면 나름대로 쓸 만한 기획안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저런 시도를 해본 결과, 주어진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정보 전달성 기사를 작성하는 작업은 AI가 매우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당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이미 출고된 기사가 많을 경우 챗GPT도 더 완성도 있는 결과물을 내놓았습니다. "우리 조만간 사표 내자"는 자조적인 농담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AI가 자체 자료 조사를 통해 기사를 작성할 경우에는 잘못된 정보를 포함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사용자가 '이 정보가 정확한가'라고 질문하자, 냉큼 사과를 하면서 다시 정확한 정보를 제대로 알려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퍼플렉시티의 경우, 이런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통해 확인되는 정보를 활용하지 않는 옵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즉 사용자가 제공한 정보만을 기반으로 결과물을 내도록 설정하는 것이지요. 결국 AI는 스트레이트 기사를 재구성하는 능력이 뛰어났지만, 사람 기자가 별도 검토 없이 바로 보도하는 것은 가짜 뉴스 확산 등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욱이 단순한 사실관계 확인을 넘어, 다양한 이슈 중 어떤 것을 강조할지 판단하는, 이른바 '어젠다 세팅'의 역할은 AI가 수행하기 어려운 영역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업무의 효율성을 위해 AI를 슬기롭게 활용하되, 가짜 뉴스 등은 늘 경계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잡다(Job-多)한 Ai 연구소'는 삼성언론재단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연구모임입니다. JTBC 이수진, 하혜빈 기자와 법률신문 김지현 기자 등 3~8년 차 주니어 기자 8명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매달 1개의 직업을 선정해 챗GPT나 퍼플렉시티 등,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AI가 그 직업을 얼마나, 어디까지 대체할 수 있는지 점검해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