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변호사를 대체할 수 있을까? (하)

챗GPT에게 내란 혐의 판결 요청하기

by 비니빈
챗GPT 생성 이미지

3. AI, 자문 업무를 대신할 수 있을까?


슈퍼로이어가 자문 업무는 얼마나 잘 해낼까요? 이번에도 잡다한 Ai 연구소와 법무법인 가나다 소속 이순신 변호사 간의 가상의 용역계약서를 만들어 실험해 보겠습니다. 서 변호사는 이 문서 곳곳에 일부러 수정이 필요한 오타나 오류를 숨겨놨습니다. 과연 얼마나 찾아낼 수 있을까요?

'슈퍼로이어' 답변 내용

우선, 눈에 띄는 날짜 오류를 정확히 짚어냈습니다. 계약 기간을 '5월 35일'로 적었는데, 이를 찾아냈습니다. 또한 계약서상 '계약상대자'로 적혀 이중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을 '법무법인 가나다'로 명시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등, 사소한 부분까지 꽤나 세심하게 챙기는 모습이었습니다. 기본적인 형식 오류나 오타를 잡아내는 단순 문장 검토를 넘어서서, AI가 자체적으로 문서를 해석하는 능력도 잘 갖추고 있기 때문이겠죠.

'슈퍼로이어' 답변 내용

일부 누락된 조항이나, 계약서 자체를 보완하기 위한 방안들도 전반적으로 잘 제시하고 있었습니다. 예컨대 연구용역의 결과물에 대한 지식재산권 귀속 관련 규정을 추가하라고 제안한다거나, '과업지시서'를 만들라고 알려주는 등 실제 계약에서 자주 쟁점이 되는 지점들을 잘 짚어냈습니다. 특히 '과업지시서'의 경우 아예 구체적으로 어떤 과업을 어떤 방식으로 수행해야 하는지를 포함한 기본적인 틀을 짜서 제시했는데, 계약서 전반의 실무적인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AI의 검토 결과가 완벽했던 것은 아닙니다. 서 변호사는 슈퍼로이어가 의도적으로 넣어 둔 법적 오류나 오타의 20% 정도만 잡아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하나, 계약서상 당사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조항, 이른바 '독소조항'도 잘 걸러내지는 못했습니다. 인간 변호사의 실무 감각과 해석 능력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4. 챗GPT로 내란죄 성립 여부 판단해 보기


상술했던 것처럼 슈퍼로이어는 변호사 자격을 인증한 회원들만 사용할 수 있는 생성형 AI죠. 잡다한 Ai 연구소 기자들은 사용할 수 없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전 국민이 사용할 수 있는 (^^!) 우리의 친구 챗GPT를 활용해 봤습니다.

'너는 변호사야'라고 가스라이팅을 먼저 한다

1) 내란죄 구성 요건에 대해 알려줘!

먼저 '내란죄'의 구성 요건에 대해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법 조문부터 구성 요건 및 요소 등을 조목조목 정리해 줬습니다. 그러면서 이 질문이 실제 사건과 관련된 것인지를 물었습니다. 그래서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하는지를 물었습니다.

내란죄는 헌법 질서를 위협하거나 전복하려는 중대한 범죄로, 형법 제87조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아래에 내란죄의 구성 요건을 조문, 해석, 판례 등을 바탕으로 단계적으로 쉽게 설명드릴게요.

1. 법 조문 (형법 제87조)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한 자는 내란죄로 처벌한다."
주범: 사형, 무기 또는 징역 5년 이상의 형
미수범, 예비·음모·선동·선전도 처벌 대상

2. 구성 요건 요소
① 행위 목적: 국토 참절 또는 국헌 문란
국토 참절: 국가의 일부를 적에게 넘기거나 국가 영토를 불법적으로 침해하는 행위
국헌 문란: 헌법에 따라 구성된 국가기관의 기능을 마비시키거나 해체하려는 것. 단순한 불복종이나 시위는 해당하지 않음. 국가의 통치체계를 실질적으로 붕괴시킬 수준의 목적이 있어야 함.

(...)

그러자 내란죄의 핵심 구성요건에 비추어, 12.3 비상계엄의 주요 정황들이 이 요건들에 맞아들어가는지를 판단했습니다. 생각보다 법 조항에 명시된 요건들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따져가며 답변을 해줬습니다. 나름대로 자세하고 체계적인 답변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앞서 서 변호사가 사용했던 '슈퍼로이어'에 비하면 다소 벙벙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챗GPT 답변

분석을 넘어서서, 이번엔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에 대해 아예 판결을 내려달라고 주문했습니다. 법적 판단과 양형 판단을 거쳐서 가상의 판결문 결론 부분을 작성해 줬습니다. 챗GPT는 내란죄가 성립한다면서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상당히 신중한 태도를 보였는데요, "이 판단은 전적으로 가상의 사실관계에 기초했다"면서 "현실에서는 법원이 당시 정황과 국민 여론, 헌법재판소 판단을 종합해 결론을 내린다"라고 당부했어요.


2) 유사 사례 및 판례를 알려줘!

이번엔 내란죄 대신 공무집행방해죄에 대해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해킹을 통해 특정 정부 기관 자료를 유출해, 언론 보도에 활용한 경우 업무방해 또는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할까?"라고 질문했습니다. 두 혐의 각각의 개념과 판단의 기준이 되는 핵심 요소들을 하나하나 따져가며 결론을 내렸습니다.

챗GPT 답변

다만 판례를 찾는 데에 있어서는 슈퍼로이어처럼 실수(?)가 있었습니다. 관련 판례를 찾아달라는 주문에 대법원의 판례를 제시했는데, 아예 가상의 사례를 제시했습니다.

챗GPT 답변


3) 고소장을 작성해줘!

고소장의 초안 작성을 요청했는데요, 어느 정도 틀을 갖춘 결과물을 내놨지만, 서 변호사가 잡다한 Ai 연구소를 위해 작성해 온 가상의 고소장과 비교하면 퀄리티가 다소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고소인]
성명: 홍길동
주소: 서울시 OO구 OO동 OO아파트
전화번호: 010-1234-5678

[피고소인]
회사명: OO주식회사
대표이사: 김대표
주소: 서울시 OO구 OO동 OO빌딩

[고소 취지]
피고소인은 대통령 선거 등 회사 업무가 많다는 이유로 추가 근무를 강제로 시켰으나, 이에 대한 적정한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근로기준법을 위반하였으므로 엄벌에 처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실관계]
1. 고소인은 OO주식회사에서 20XX년 XX월 XX일부터 근무하였습니다.
2. 2024년 OO월 OO일부터 대통령 선거 준비 기간 동안 회사는 업무가 많다는 이유로 추가 근무를 강요하였고, 이에 고소인은 통상 근로시간을 초과하여 근무하였습니다.
3. 피고소인은 고소인에게 초과근무에 대한 적법한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법률 적용]
- 근로기준법 제56조(연장근로수당 미지급)
- 근로기준법 제109조(벌칙)

[증거자료]
- 근무 시간 기록
- 임금 명세서
- 회사 내부 공지 및 이메일 등 추가근무 지시 관련 자료

[결론]
피고소인의 행위는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형사처벌 대상이므로, 이에 대한 수사를 촉구합니다.
2025년 5월 25일

고소인: 홍길동 (서명 또는 날인)




챗GPT는 물론이고, '슈퍼로이어'처럼 아무리 법률 분야에 특화된 AI라고 하더라도 '도구'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는 못했습니다. AI가 적어준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서 서면을 완성한다거나, 상담 없이 사건의 대응 방향을 결정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잘못된 내용이 있어서 치명적인 오점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요.


특히 변호사의 업무는 결국 하나의 ‘구체적인 사건’을 다루는 일이기에, AI가 매 사건마다 존재하는 특수성을 완벽히 감지해 내기 어렵다는 점에서 가장 큰 부족함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변호사의 진짜 역량은 똑같은 '폭행 혐의'를 받는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이 기존 판례와 다른 이유', '내 의뢰인이 다른 기존과 다른 처분을 받아야 하는 이유'를 발굴해야 할 때 두드러지기 때문입니다. 아직 AI가 직접 따라오기는 힘든 영역이죠. 다만 수사기관을 직접 상대해야 하는 의뢰인이나, 변호사를 만나기 전에 자신의 사건을 정리해보고 싶을 때에는 충분히 유용한 도우미가 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결국 'AI 변호사'가 개업 시장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는 단계라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단순 반복 업무나 사건 정리, 정보 탐색처럼 기계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영역에선 이미 상당한 경쟁력을 갖춘 도구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 영향력이 점점 커질 것이라는 점도 부인할 수 없을 겁니다. 다만 그때에도 변호사의 본질적인 역할, 즉 '특별한 사연을 법적으로 설득 가능한 이야기로 만드는 능력'은 여전히 대체 불가능한 영역이 아닐까요?




'잡다(Job-多)한 Ai 연구소'는 삼성언론재단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연구모임입니다. JTBC 이수진, 하혜빈 기자와 법률신문 김지현 기자 등 3~8년 차 주니어 기자 8명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매달 1개의 직업을 선정해 챗GPT나 퍼플렉시티 등,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Ai가 그 직업을 얼마나, 어디까지 대체할 수 있는지 점검해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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