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작가를 대신할 수 있을까?

AI와 예술, 화음을 이룰 수 있을까

by 비니빈
정원은 사람을 만나지 않는 기자였다.

"오늘 저녁은 꼭 나와. 네 관심사 얘기가 나올 것 같아." 선배의 말에 정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거부하고 싶었지만, ‘관심사’라는 단어가 귀를 건드렸다. 식당은 소란스러웠다. 정원은 어깨를 움츠리며 자리에 앉았다. 맞은편에는 중년의 남자가 앉았다. 회사에서 오래전 은퇴했다는 그는 술잔을 기울이다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

"요즘 신라 금관 연구가 흥미롭죠. 그거 알고 있나요? 금관의 작은 구멍들, 단순 장식이 아니란 거."

평소 정원은 한국 고대사, 특히 신라 왕실 장례문화에 집착하듯 관심이 있었다. 혼자 논문을 읽고, 해외 박물관의 사진을 보며 밤을 지새운 적도 있었다. 그러나 금관의 구멍 이야기는 처음이었다.

"그 구멍들이 뭐냐면," 남자는 말을 이었다. "일종의 음향 장치였을 가능성이 있어요. 장례식에서 바람이 불면 그 구멍들을 통과하며 울음소리같은 음을 냈다는 거죠. 왕의 혼에게 길을 안내하려고."

정원의 심장이 내려앉았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가설이었다. 손가락이 저절로 떨렸다. 당장 ‘어디서 들었냐’, ‘증거는 있느냐’ 묻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남자는 웃었다. "흥미롭죠? 후배가 국립박물관에서 연구 중이더군요. 근거 자료가 좀 있어요."

정원은 이미 핸드폰 메모장을 열고 있었다. ‘금관 구멍-음향-장례식-국립박물관 연구 확인’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는 더 이상 사람을 피하는 기자가 아니었다.


흥미로운 여느 소설의 도입부같은 이 글. 챗GPT가 지어낸 이야기입니다. 챗GPT는 방대한 언어 데이터를 학습해, 특정 단어 다음에 어떤 단어가 나올 확률이 높은지를 계산해 문장을 만드는 생성형 인공지능입니다. 얼핏 보면 새로운 문장 같지만, 결국 기존에 존재했던 것들 사이에서 가능성이 높은 조합을 뽑아내는 셈입니다.


'있는 것'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인공지능이, 과연 '세상에 없던 것'을 창조하는 영역을 넘볼 수 있을까요? 작가, 그중에서도 실화 기반 에세이가 아닌,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소설가' 역할을 얼마나 잘 해낼지 살펴보겠습니다.


챗GPT 생성 이미지




1. 인간의 창의성에 도전하는 AI


잡다한 Ai 연구소는 <라스트 젤리 샷>으로 제6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을 받은 청예 작가를 온라인으로 만났습니다. 청예 작가는 탄탄하고 개성 있는 스토리, 유머와 따뜻함이 깃든 작품들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오렌지와 빵칼>, <일억 번째 여름> 등 독창적인 세계관으로 독자들에게 자신을 차근차근 알리고 있는 청예 작가는 영화와 게임 등 다양한 분야의 창작에도 폭넓은 관심을 갖고 있죠.

청예 작가는 창작자로서 챗GPT를 자주 활용한다고 했습니다. 소설 창작 과정을 ‘동기 발생-취재-시놉시스 작성-초안 작성-퇴고-완고’의 6단계로 나누었을 때, 주로 '취재'와 '퇴고' 단계에서 생성형 AI를 많이 쓴다고 합니다. 특히, 기본 자료가 잘 준비되어 있다면 요약이나 문법 검사, 오탈자 수정 등에서 아주 뛰어난 성능을 보여준다고 하네요. 청예 작가도 집필 중 논문 등 외부 자료를 참고할 때면 AI의 도움을 톡톡히 받는다고 합니다. 요즘은 점점 더 많은 작가들이 집필 과정에서 AI 활용도를 높여가는 추세입니다. 4년 전쯤, 아예 100% 생성형 AI로 쓴 책이 출간된 적도 있었습니다.

청예 작가는 직접 겪었던 글쓰기 수업 도중의 에피소드 하나를 공개했습니다. 당시 보조배터리를 콘셉트로 한 웹소설 캐릭터를 만드는 과제가 주어졌는데요. 수강생들이 머리를 싸매고 끙끙대는 가운데, 챗GPT는 이렇게 과제를 해냈습니다. '보조배터리'라는 뜬금없는 소재를 나름대로 잘 활용한 판타지 소설처럼 보이네요.

왕국의 금기된 ‘생명 배터리’를 몸에 품고 태어난 소녀, 일레나. 그녀는 누군가의 생명력을 ‘충전’해주면 대신 자신의 수명이 깎인다. 귀족들은 그녀를 비밀리에 사고팔아 영생의 연장을 꿈꾼다. 하지만 일레나는 자신을 소모하는 자들의 심장을 되려 흡수할 계획을 세운다. “이제부터 내 잔량은… 너희 것이다.”

청예 작가는 소설 속 세계관을 확장해서 적용한 게임도 만들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코딩에도 챗GPT가 아주 톡톡한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이밖에 기존의 줄글 이야기를 영화 시나리오로 바꾸는 작업, 자막 및 대사 번역 등에도 성능이 좋았다고 합니다.


현재 대부분의 소설/스토리 공모전에서는 챗GPT같은 생성형 AI를 쓰면 안 된다는 등의 윤리 규정은 없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한 논란이 두드러졌던 적도 아직까지는 없었습니다. 결국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챗GPT로 창작을 해서 주요 문학상 심사에 투고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은 셈입니다. 게다가 챗GPT는 상당히 빠릅니다. 답변은 늘 명확하고 선명하죠. 그러니 창작이 가능한지 여부를 따지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물의 퀄리티는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챗GPT의 소설, 읽을 만할까요?


2. 챗GPT의 상상력 엿보기


대면 인터뷰를 피하는 내향적인 기자. 사람을 만나면 거짓이 튀어나올까봐 말을 아낀다. 어릴 적 자신의 작은 말 한마디가 가정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기억이 트라우마처럼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는 어느 날 선배의 권유로 억지로 나간 저녁 자리에서 신라시대 금관의 이야기를 듣고 말문이 열린다.

그날 이후 그는 국립중앙박물관의 관계자, 고고학자, 무형문화재 장례 풍습 전문가 등을 찾아다니며 인터뷰한다. 음향 장치설의 실마리를 쫓던 중, 남자 선배가 소개한 중년 남성이 사실은 단순한 퇴직 연구원이 아니라 과거 박물관 음향 복원 사업 중 퇴출된 내부 고발자였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앞서 소개한 소설의 전체 콘셉트를 담은 글의 일부입니다. 이때 챗GPT는 필요하면 내용을 얼마든지 수정하고 보완하겠다고 격려까지 덧붙였다고 하는데요. 잡다한 Ai 연구소 멤버들이 이처럼 '기자'를 주인공으로 각자 8줄 분량의 짧은 소설을 만들어 봤습니다. 장르와 콘셉트, 명령어는 자유롭게 설정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업무에 조금은 지치고, 일에 질린 기자를 주인공으로 하겠다고 했습니다.

사회부와 정치부를 거쳐 5년 차가 된 기자 윤세진은 요즘 모든 기사가 데자뷔 같다. 권력형 비리, 재벌 3세 구속, 비공개 문건… 이제는 심장이 뛰지 않는다. 어느 날, 취재 파일을 정리하던 그의 노트북 화면에 이상한 폴더가 뜬다. ‘미보도 사건들_진실’이라는 이름의 폴더엔 그가 한 번도 취재한 적 없는 미래의 기사가 저장돼 있다. 시일도, 사건도, 인물도 실제와 맞아떨어진다. 누가 왜 이걸 그의 노트북에 남겼을까? 세진은 무기력한 일상 대신, 단 한 사람만 아는 진실과의 추적 게임에 뛰어든다.

그럴싸하지만 어디선가 본 듯한 이야기 같습니다. 미디어에서 흔히 소비되는 '기자'의 스테레오타입이 그대로 담겨 있는 것 같아서 신선함이 덜했어요. 그래서 좀 더 독특한 이야기를 내놓으라고 채찍질했습니다.

윤세진은 요즘 어떤 기사를 써도 똑같은 문장, 똑같은 말투만 찍어낸다. 그러다 퇴근 후 노트북에 이상한 기사가 하나 떠 있다. 제목은 이렇다. “7월 30일, 국회 지하 2층 자판기에서 발견된 손 없는 시체 — 커피는 뽑혔으나 아무도 받지 않았다” 세진은 이 기사가 장난인 줄 알았다. 그런데 진짜로, 일주일 뒤 국회 지하에서 비슷한 사건이 벌어진다. 경찰은 외부 침입 흔적이 없다고 못 박지만, 세진의 눈엔 너무 많은 게 맞아떨어진다.

국회 지하 2층 자판기 앞. 매일같이 커피를 뽑아 마시는 보좌관이 버튼을 누르자, 윙— 하는 소리와 함께 종이컵 대신 뭔가 축축한 물체가 툭, 떨어졌다. 컵을 담는 공간에서 튀어나온 건 커피를 들고 있는 잘린 팔 한 짝. 그 팔의 소매에는 국회의원 배지가 붙어 있었다.

자판기에서 잘린 팔이 나오다니... 뜻밖의 전개이기는 하지만, 아무튼 '진실을 파헤치는 사람' '별난 사건을 취재하는 사람'이라는 기자의 일반적인 이미지에 또다시 들어맞는 이야기입니다. 역시 창의력 측면에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기자를 주인공으로 하되, 더 초현실적인 이야기였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윤세진은 5년 차 정치부 기자다. 출입처는 국회, 최근엔 기사보다 점심 메뉴 선정에 더 열을 올린다. 그러던 어느 날, 지하철에서 잠깐 졸았을 뿐인데, 일어나 보니 기자증이 이상하다. "세상사실확인부 42국, 존재담당관 윤세진" 처음엔 프린트 오류인 줄 알았지만, 그날 이후 그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의 인터뷰 제보를 받기 시작한다. 남들이 못 보는 사람과 풍경이 카메라에 찍히고, 메신저에는 “내 기사는 아직 안 나왔나요?”라는 이상한 메시지가 쌓인다. 현실인지 꿈인지 알 수 없는 세진의 취재 일지에는, 오늘도 ‘존재가 불분명한 누군가의 삶’이 조용히 기록된다.

'세상사실확인부', '존재담당관'이라는 신선한 개념을 만들고 거기에 네이밍까지 더했습니다. 제법 마음에 든다고 칭찬했더니 부가 설명까지 덧붙여줬습니다. 본문 속 '존재가 불분명한 누군가'는 다음 셋 중 하나라는 거죠.

(1) 한때 분명히 존재했지만, 세상 기록에서 완전히 지워진 사람들: 예컨대, 가족도 친구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고, 주민등록도 말소된 존재. 취재가 진행되면 그 흔적들이 조금씩 되살아나. "어? 저 사람 나 초등학교 때 담임 아니었나…?" 같은 식으로 독자의 기억과 세계가 흔들리는 느낌을 줄 수 있어.

(2) 존재한 적 없지만, 누군가가 상상했거나 꿈꿨던 인물들: 누군가의 꿈, 소설, 망상 속에서만 살아 있던 존재인데, 세진의 세계에서는 인터뷰가 가능해져. 예를 들어 "당신은 누가 상상한 존재죠?" 하고 물으면, "한 고3 수험생이 국어 시간에 꾸벅꾸벅 졸다 날 만든 거죠."라고 대답하는 식.

(3) 앞으로 태어날 사람들 — 아직 실현되지 않은 가능성의 존재들: 그들은 “내가 태어나려면 이 법안이 부결돼야 해요”라든지, “당신 기사가 나오면 제 존재 확률이 3% 줄어들어요” 같은 말을 해.

나른한 감성소설 분위기입니다. SNS에서 많이 화제가 됐었던, 옴니버스식 베스트셀러에서 한 번쯤 본 듯한 익숙함도 보입니다. 또 다른 멤버는 여름을 맞아 으스스한 소재의 이야기를 만들어냈습니다. 아무래도 평상시 기자들이 느끼는 분노가 응축된 결과가 나온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하하.

칼은 펜보다 강하다. A는 부장에게 카톡을 세 번 보냈고, 노조에 정식 민원을 냈다. 돌아온 건 “말조심해”라는 단 한 줄과, 무시, 별난 애라는 낙인. 그날도 부장은 웃으며 말했다. “네가 힘든 건, 내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네가 약해서야.” A는 펜 대신 가방에서 커터칼을 꺼냈다. A는 처음으로, 기사 없이도 세상을 멈춰 세웠다.

이번엔 기본 설정을 바꿔 봤습니다. 30대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되, 장르는 로맨스 스릴러로 주문했습니다. 여기에 약간의 오타쿠 느낌을 추가해 달라고 했더니 이런 무시무시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오늘도 지각할 뻔했지만, 괜찮아~ 오빠가 나 기다려줄 테니까! 점심은 또 편의점 도시락이지만, 사랑은 배달 안 되잖아? 내가 오빠한테 직접 가져다줘야지~ 팀장님은 짜증 났지만, 오빠 목소리 들으니까 싹 풀렸어. 오빠는 내가 필요하대… 정말이지. 근데 오늘은 오빠가 전화를 안 받았어. 바쁜가 봐… 그 여자 직원이랑 또 같이 있나? 그래서 퇴근하고 회사 앞에서 기다렸지. 몰래. 안 보이는 데서. 나만 알고 있게. 그 여자의 SNS에 오빠랑 찍은 사진 올라왔더라… 나만 찍어도 예쁜데, 왜 굳이 같이? 그래서 그냥, 조금만… 손을 잡아봤어, 그녀의. 이제, 다시는 오빠 옆에 못 올 손이니까.

마지막으로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처럼 세계를 감동시킬 영화를 위한 시나리오 작업도 시켜봤습니다. <오징어게임>, <기생충> 같은 성공을 기대할 수 있는 재미있는 시나리오를 요구했죠. 결과물은 이렇습니다. 어떤가요? 해외 시장에서 주목받을 만한가요?

〈THE SIX〉 – “데뷔는 단 하나의 생존자 몫이다.”

글로벌 K-팝 걸그룹 오디션 ‘PROJECT SIREN’이 전 세계 팬들의 관심 속에 시작된다. 100만 명의 지원자 중 6인이 한국 외곽 격리 캠프에 입소하지만, 모든 것이 엇나간다. 캠프 규칙은 방송과 다르고, 미션은 가혹하며, 탈락자는 어디론가 사라진다. 팬 투표는 실시간 조작되고, SNS ‘좋아요’가 생존을 결정한다. 참가자들은 ‘데뷔’가 아니라 ‘살아남기’가 목적임을 깨닫는다. 마지막 순간 누군가 고백한다. “우린 애초에 진짜 사람이 아니었어.”

청예 작가는 잡다한 Ai 연구소가 만든 결과물들을 보면서 과거 여러 스토리 공모전에서 심사위원을 했던 경험을 떠올렸습니다. 놀랍게도 그때 봤던 여러 습작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퀄리티라는 평가였습니다. 농담 삼아 멤버들에게 챗GPT의 이야기를 약간 고치고 내용을 덧붙여 공모전에 내 보는 것은 어떠냐고 권유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기시감이 있는 콘텐츠였지만, 뻔한 이야기라고 해서 쉽게 쓸 수 있느냐 묻는다면,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일 겁니다. 때로는 뻔하고 당연한 것조차 떠올리기 어렵기도 하니까요. 잡다한 Ai 연구소 역시 신랄하게 챗GPT 결과물을 비판하다가 '나였다면 이런 글을 단숨에 쓸 수 있나' 돌아보면 자신이 별로 없었습니다.


3. '모호함'에 대한 확신


사실 이번 작업을 진행하면서 결과물에 대한 아쉬움이 유독 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양한 명령어를 활용해 창작을 시도해 봤지만, '독창적'이라는 말을 들을 만한 퀄리티의 작업물은 좀처럼 만나기 어려웠거든요.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창작은 대체하기 힘든 영역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왜 챗GPT가 만든 소설들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던 걸까요? 청예 작가는 인간만이 가진 '애매모호함'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예술의 가치는 결국 인간의 감정을 얼마나 건드리는지에 달려 있다고들 하죠. 흥미로운 이야기는 결국 독자의 상상력과 배경지식에 의해 해석되는 그 '모호함'에서 시작된다는 겁니다. 챗GPT는 논리적이고 명료한 이야기를 선사하지만, 독자의 몫인 마지막 퍼즐 조각까지 꽉 채우다 보니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모르면 모른다고 해야 하는데 억지로 거짓 정보를 만들어 내는 '할루시네이션'도 여전히 문제입니다.


실제로 많은 작가들이 소설을 쓰기 위해 발로 뛰며 취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청예 작가 역시 지금까지 공개한 소설은 모두 챗GPT 없이 자신의 생각만으로 집필했다고 말했습니다. 대중적이고 직관적인 콘텐츠의 창작의 측면에서는 사람보다 효율적일 수 있지만, 상상과 해석의 여지를 만들어내는 영역은 아직 인간만의 고유 영역이라는 뜻이죠.


청예 작가는 'AI와 예술이 멋진 화음을 만들어낸다 해도, 그 연주자는 여전히 인간이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문학을 문학답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완결성이 아닌 '모호성'이며, 인간이기에 가질 수 있는 빈틈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창작자가 되길 꿈꾼다면 아무리 뛰어난 AI가 있더라도, 자신의 생각과 상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소설을 읽고 화가 났다면, 당신이 도덕적이기 때문이다. 해방감을 느꼈다면, 그것 역시 당신이 도덕적이기 때문이다. 상반되는 두 결과 모두가 당신의 도덕성을 증명한다. 왜냐? 당신은 도덕적인 사람이고 그래야만 하도록 교육받았으니까.

끝으로, 당신이 조금 덜 도덕적이어도 나는 당신을 좋아할 수 있다. 이해할 수도 있다. 나 또한 그런 인간이니까. 그러니 타인을 마주하는 일에 괴로움이 없기를.

<오렌지와 빵칼>의 작가노트에서 발췌한 청예 작가의 문장입니다. 작품을 읽으며 느꼈던 해방감에 따뜻한 위로를 한 스푼 더하는 기분이었어서 인상 깊었는데요. 어쩌면 AI가 작가를 대체하지 못하는 이유가 단순히 '애매모호함' 때문만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문학 작품은 챗GPT에게는 없는,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과 이해, 그리고 탐구 정신을 바탕으로 세워진 하나의 작은 세계나 다름없으니까요.




'잡다(Job-多)한 Ai 연구소'는 삼성언론재단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연구모임입니다. JTBC 이수진, 하혜빈 기자와 법률신문 김지현 기자 등 3~8년 차 주니어 기자 8명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매달 1개의 직업을 선정해 챗GPT나 퍼플렉시티 등,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Ai가 그 직업을 얼마나, 어디까지 대체할 수 있는지 점검해 보고 있습니다.

keyword
목요일 연재
이전 05화AI, MD를 대체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