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결혼정보회사를 대신할 수 있을까?

사람이 찾은 인연 vs 수식으로 찾은 인연

by 비니빈

최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흥미로운 실험을 했습니다. 성인 남녀가 모르는 이성과 메신저로 각각 1:1 대화를 나눕니다. 정해진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을 가장 설레게 한 상대를 고릅니다. 사실 이들과 대화한 상대방 4명 중 진짜 사람은 단 한 명, 그것도 연애 프로그램 《나는솔로》에 출연해 이른바 '플러팅' 장인으로 검증된 이들이었습니다. 나머지 셋은 사람이 아닌 생성형 AI였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AI가 여유 있게 이겼습니다. AI에게 패배한 사람들이 당황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은 고스란히 화면에 담겼습니다.

챗GPT 생성 이미지

대한민국 청춘 남녀의 연애·결혼 기피 현상이 주요 사회 문제 중 하나였던 시기가 있었죠. 이들의 생각을 바꿔 궁극적으로 혼인율과 출산율을 높이는 일은 정치 성향을 막론하고 모든 정부의 가장 시급한 숙제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연애와 결혼에 회의적인 2030 세대가 많습니다. 그런데 다른 한 축의 분위기는 사뭇 다릅니다. 여러 다양한 형태의 연애 프로그램이 연일 흥행이고, SNS에는 소개팅 플랫폼 광고가 끊이지 않습니다. 지자체는 물론 종교계까지 매칭 사업에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이 비정상적으로 금지됐던 코로나19 시기, 아이러니하게도 결혼정보회사는 역대급 호황이었다고 합니다. 결혼이라는 이 거국적인 목표가 압박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길 원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에서 비롯된 것인지 확실치는 않습니다. 다만 전염병도 소위 '짝 찾기'에 진심인 청춘들의 마음을 미처 막지 못했던 것만은 맞나봅니다.


이렇게 결혼할 사람을 찾아주는 서비스가 주목받는 배경엔 그만큼 나와 잘 맞는 사람을 찾는 것이 까다롭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있을 겁니다. 인생의 대부분을 함께할 사람을 고르는 문제이니 정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일이죠. 머리로는 그걸 알지만, 때때로 사랑이 주는 감정의 힘에 휩쓸려 덜컥 결정을 내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결혼정보회사는 이 불안하고 지난한 '배우자 찾기' 레이스를 함께 뛰어주기 위해 탄생했습니다.




1. 짝 찾기 레이스의 '러닝메이트'가 되어 드립니다


잡다한 Ai 연구소는 이번 달 결혼정보회사 '우연'의 법무팀장이자 매니저로 재직 중인 김유나 팀장을 만났습니다. 김 팀장은 과거 국회에서 수년간 보좌진으로 근무했는데, 늘 취미로 주변 지인들 사이 소개팅을 주선하곤 했습니다. 40 커플 가까이 성혼에 성공했을 무렵 우연에 입사하게 됐고, 그 이후로는 법무팀장 직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사람들을 만나 상담하고, 소개를 주선하는 일까지 담당하고 있습니다. 잡다한 Ai 연구소는 김 팀장으로부터 결혼정보회사의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물론 각 회사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비슷한 흐름을 따른다고 했습니다.

매칭을 원하는 회원이 온라인이나 전화로 상담을 신청하면 기초 정보를 입력하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1차 상담용 차트를 작성합니다. 고객의 기본 개인정보와 함께 이상형에 대한 정보가 포함됩니다. 다음은 대면 상담 단계입니다. 매니저는 이 단계에서 고객을 직접 만나 라포를 형성하고, 고객이 입력한 정보를 바탕으로 더 구체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이 작업이 완료되면 고객의 최종 프로필이 만들어지고, 본격적인 이성 소개 단계로 넘어갑니다.


회사에 따라 상담과 매칭을 별개의 매니저들이 진행하기도 하지만, 김 팀장은 상담과 매칭을 모두 하고 있습니다. 김 팀장이 만난 고객에게 맞는 상대를 찾아내, 양쪽 의사를 확인해서 만남을 성사시키고, 약속도 조율해 준다고 합니다. 만남이 끝나면 양쪽에 애프터 의사를 확인하고, 만남 후기를 받아 추후 매칭에 반영합니다. 이런 1:1 소개팅 이외에, 인위적인 개입 없이 비교적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사람들이 서로를 만나게 하는 미팅 파티도 진행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좋은 상담사, 혹은 능력 있는 매니저의 역량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김 팀장은 단도직입적으로 "동물적인 감각"이라고 말했습니다. 제한된 상담 시간 안에 고객의 취향을 읽어내고, 이들의 말 한마디에 깔린 성향과 의도를 포착할 수 있어야만 마음에 들 것 같은 상대를 잘 찾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감각은 단기간에 쉽게 길러지지 않습니다. 때문에 경력이 긴 매니저를 통해 사람을 소개받으려면 추가 비용을 내야 하는 경우도 있죠.


이렇게 타인을 읽어내는 능력만큼이나 중요한 건, 바로 이들을 '어르고 달래는 일'입니다. 결혼정보회사는 누구든 필연적으로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는 곳입니다. 원하는 이성과의 매칭에 실패하거나, 또는 만남 후 거절을 당하는 일도 잦습니다. 김 팀장은 "고객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해 알맞은 상대를 찾는 일도 어렵지만, 그렇게 찾아낸 사람들의 마음이 쌍방으로 통하는 건 더더욱 어렵다"라고 했습니다. 반복되는 거절과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새로운 만남을 하도록 설득하는 일 역시 결정사 직원들의 주요 업무 중 하나인 이유입니다.


2. 결혼정보회사, AI 매칭을 도입하다


결혼정보회사 시장에서의 AI 도입은 이미 현실입니다. 회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단순 서류 작업이 아닌 매칭 자체에 AI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김 팀장이 재직 중인 우연에서는 아직 AI 매칭을 활용하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잡다한 Ai 연구소는 김 팀장의 도움을 받아, 또 다른 결혼정보회사 '모두의지인' 측에서 특허를 받은 AI 매칭 시스템을 살펴봤습니다.

'모두의지인' 홈페이지 캡처

'모두의지인'은 홈페이지에서 AI 매칭의 성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원리는 회원이 입력한 프로필 정보뿐만 아니라, SNS 활동 정보까지 매칭에 활용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고객의 사전 동의를 바탕으로 수집한 SNS 활동 정보 등 외부 데이터를 예측 모델에 입력하고, 이를 통해 당사자의 성향 및 선호 범위를 예측한 뒤, 상대 프로필을 대입해 매칭 성공률(확률)이 높은 사람을 소개해주는 방식입니다.


'모두의지인' 홈페이지 캡처


김 팀장은 AI 매칭의 장점으로 크게 두 가지를 꼽았습니다. 우선은 마케팅 효과입니다. 어디서든 핫한 'AI' 꼬리표가 붙으면 일단 신선하고 내 취향을 정확하게 저격할 것 같은 이미지를 준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인건비 절감입니다. 대면 상담 없이 고객이 제공한 정보만으로도 매칭을 할 수 있으니, 그렇지 않은 회사에 비해 가격이 저렴할 수밖에 없죠.


3. 결혼과 연애, 사실은 '상대방'이 아닌 '나'를 찾는 과정


그렇다면 AI가 궁극적으로 결혼까지 이어질 수 있는 주선 작업을 완전하게 대체 수 있을까요? 김 팀장은 회의적인 입장이었습니다. 물론 AI가 찾아준 사람과 사랑에 빠지고 결혼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김 팀장은 "AI가 어느 정도 결정사를 대체할 수는 있어도, 당신을 결혼시키기는 어렵다"라고 내다봤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연애와 결혼이 궁극적으로 '상대방을 찾는 일' 보다는 '나 자신을 알아가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김 팀장은 매니저로 일하면서 사람들이 자기 취향을 잘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습니다. 상담 시간 내내 말했던 이상형과 전혀 다른 사람에게 갑자기 마음을 빼앗기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입니다. 또 본인이 내건 일부 조건에 맞지 않는 사람이더라도 "그렇게 괜찮은 사람이면 한번 만나보겠다"라고 말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습니다. 원래 사람은 객관적이지 않은 데다, 스스로에 대해 몰랐던 점도 많거든요. 그래서 머리로 정한 조건들이 순간의 감정 앞에서 보이지 않은 채 사랑에 빠지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니 객관적인 조건에 기반해 산술적으로 AI가 추린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바로 호감을 느끼기는 쉽지 않은 것입니다. 그렇게 찾은 인연에 대해 스스로 판단이 안 서거나 확신을 갖기 어려울 때, 또는 거절과 실패로 이어질 때 스스로를 보듬고 다독이는 것 또한 어려울 수도 있고요.


또 하나 중요한 문제는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입니다. 결혼정보회사 상담 과정에서 오가는 정보는 생각보다 더 내밀합니다. 키·몸무게·학력 같은 객관적 지표뿐 아니라 이전 연인과의 관계 및 이별 원인부터 성적 취향, 건강 상태까지 남에게 쉽사리 밝히기 어려운 정보도 오갑니다. 이런 민감 정보를 AI 모델에 입력해 매칭에 활용한다면 당사자 입장에서는 불안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매니저님이 보시기에 저는 어때요?


김 팀장이 상담 중 자주 들었다는 이 질문 안에 아마도 답이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결혼정보회사를 찾아온 사람들이 궁금한 건 '다른 사람이 본 나'였는지 모릅니다. 타인의 눈동자에 비친 내 모습, 그리고 그 모습에 어울리는 누군가를 찾고 싶었던 것이죠. 그렇기에 인간의 눈빛과 뉘앙스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이고요.


그래도 다른 누군가는 여전히 데이터를 바탕으로 AI가 계산해 낸 확률에 더 큰 기대를 할 것입니다. 수식으로 찾아낸 사람이 바로 내 이상형이 되는 경험을 늘려 나가기 위해 앞으로도 AI는 계속 발전할 것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결혼이라는 중대한 선택 앞에서 우리가 어떤 '판단의 기준'을 더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점일 겁니다. 결국 답은 각자의 마음속에 있고, AI든 사람이든 이 여정을 함께할 동반자를 고르는 건 언제나 우리 자신이니까요.




'잡다(Job-多)한 Ai 연구소'는 삼성언론재단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연구모임입니다. JTBC 이수진, 하혜빈 기자와 법률신문 김지현 기자 등 3~8년 차 주니어 기자 8명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매달 1개의 직업을 선정해 챗GPT나 퍼플렉시티 등,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Ai가 그 직업을 얼마나, 어디까지 대체할 수 있는지 점검해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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