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금이 작가의 두 작품을 읽었다. 한번 손에 잡으면 내려놓기 싫을 정도로 몰입해서 읽었다. 왜 이제야 이금이 작가를 알게 되었을까 싶을 정도로 몰입감 있게 글을 쎴다. 앞으로 더 많은 작품을 찾아서 읽고 싶은 마음이 강력하게 든다.
중1 조카의 책장에 꽂혀있는 청소년 추천도서라고 쓰여 있는 '허구의 삶'이라는 제목의 책을 형수님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다. 그리 두껍지 않아서 빠르게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읽어 내려가면서 허구와 그의 친구 상만이의 삶을 통해서 나의 삶을 돌아볼 수 있었다. 주인공인 '허구'라는 이름은 작가가 말하고 싶은 내용을 담은 이중적인 의미를 담고 있었다. 한 인간의 삶에는 누구나 가보지 않는 삶에 대한 동경과 미련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가보지 않은 삶, 순간순간 선택받지 못한 나의 삶이 마치 평행 이론처럼 어딘가에 존재한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갈 때가 가끔 있다. 우리는 가보지 못한 삶에 대해서 가끔은 찐한 미련이 남기 마련이다. 작가는 '허구' 즉 '사실에 없는 일을 사실처럼 꾸며 만듦'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담고 있는 단어를 주인공의 이름으로 사용해서 이 소설이 추구하는 바를 중의적으로 말하고 있다.
이 소설은 허구라는 인물이 상만이라는 친구의 삶에 개입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허구는 평행이론에 따라 미래의 어느 순간을 가볼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그래서 상만이가 짝사랑하는 여자친구와의 첫 만남 장소가 엇갈리는 순간을 미리 다녀온 후에 상만이에게 정확한 장소를 알려줌으로써 상만의 인생에 개입하게 된다.
이야기가 진행되면 될수록 허구는 상만이의 많은 삶의 순간에 개입하게 된다. 상만의 삶의 선택의 순간에 허구는 끊임없이 개입함으로써 상만이도 자신의 삶이 허구의 삶에 노예가 되어 감을 느끼게 된다.
허구의 초능력을 통해 상만이라는 친구의 삶을 들여다보는 독특한 전개가 인상 깊은 작품이다.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각자가 느끼고 읽으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내게 다가오는 것은 우리가 가보지 않았던 삶, 그리고 그 순간 선택하지 못했던 삶에 대해서 미련을 가지지 않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순간순간 옳은 선택이든 그른 선택이든 선택이라는 굴레안에서 삶을 살게 된다. 그렇다면 그러한 굴레안에서 우리가 선택하는 것에 대한 미련을 가지고 가보지 못한 삶에 대한 아쉬움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과연 우리의 인생에 있어서 얼마나 도움이 될까? 미련보다는 아쉬움보다는 순간순간 나의 선택에 충실하리라 다짐해 본다. 그리고 그 선택이 늘 최선의 길이 되기를 하나님께 의탁하며 살아가야겠다. 나는 불완전하고 무지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혹시나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은 읽게 된다면 '허구의 삶'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