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언젠가 사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하윤이를 위해서 2인용 눈썰매를 사두었는데, 드디어 써먹게 됐다. 아내의 선견지명!!
엘사 여왕이 되기 위해서 완전무장을 했다. 장갑, 후드티(커플 후드 ㅋ), 목도리, 롱패팅....
몸의 움직임이 좀 둔해지긴 했지만 찬바람이 들어올 틈이 없이 꽁꽁 싸맸다.
썰매를 들고, 비장한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바깥 가온은 영하 5도.
눈은 우리 새 가족을 하나로 만들어 주었다.
새하얀 눈이, 추위와 코로나19로 움츠려 있던 우리 가족의 마음에 따뜻한 추억을 선물해 주었다.
집 앞 마장공원에 들어서자마자 하윤이를 썰매에 태웠다. 눈보라 치는 와중에 신이 난 하윤이는 썰매 밖으로 손을 내밀면서 손으로 눈을 느꼈다. 마냥 신난 모양이다. 꽁꽁 싸매서 얼굴표정은 볼 수 없었지만 특유의 몸동작으로 눈 내리는 날 태어나서 처음 경험하는 눈썰매가 너무 재미있노라 말하고 있었다.
신나기는 우리 부부도 마찬가지였다. 신이 나서 눈을 뭉쳐 서로를 향해 던지기도 하고, 강아지처럼 눈 밭을 뛰어다니기도 했다. 10년도 넘은 연애 시절이 떠올랐다ㅎㅎㅎ
눈이라는 놈은 여러 가지 능력이 있다. 겨울 왕국의 주인공이 되어보기도 하고, 산타클로스가 되어서 눈썰매로 선물을 배달하는 상상을 하게도 하고, 타임머신이 되어 과거로 우리를 데려다주기도 한다. 눈싸움, 눈사람, 울라프 등이 눈 오는 날,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단어들이다.
마장공원의 작은 언덕에서 눈썰매의 위력을 시험해 보았다. 너무 재미있었다. 짧은 거리지만 웬만한 눈썰매장 보다 재미있었다. 수 십 번을 탔다. 엄마도 아빠도 신났다.
신나게 눈썰매를 타고, 눈사람을 만들었다. 그런데 하윤이는 눈사람 만드는 것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엄마가 눈을 뭉치면 달라고 해서 부숴버렸다. 아빠 거도 마찬가지였다. ㅎㅎ 하는 수없이 누군가 만들어 놓은 눈사람 옆에서 기분만 냈다. 동네 주민이 친절하게도 눈 사람을 사진 찍기 아주 좋은 가로등 아래에 만들어 놓았다. 마치 우리가 만든 것처럼 눈사람 옆에서 사진을 찍었다. 어릴 때 추억이 떠올랐다. 눈 사람 만들 때 연탄을 사용해서 굴려서 어른 키만 한 눈 사람을 만들었던 기억이 있었는데 요즘은 좀처럼 눈 사람을 만들 정도의 눈이 내리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의 눈이 더욱 고맙다.
마장공원을 여러 번 눈썰매로 돌고 나서야 오늘의 눈 놀이를 마칠 수 있었다. 하윤이가 이 정도 놀았으면 됐다는 신호를 보냈다. 사간을 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하윤이는 집까지 오는 길에도 썰매를 탔다. 힁단보도, 보도블록, 골목길을 지나는 내내 눈썰매에 드러누워서 얼굴 전체로 눈을 맞으며 돌아왔다. 그런데 뭔가 아쉬웠는지 집 앞에서 집에 들어가기 싫다며 버텼다. ㅎㅎㅎ (그래야 하윤이지.. 어쩐지 집까지 순순히 온다 했어..) 감기 걸릴지 모른다고 타일러서 집으로 들어오면서 1월 6일 눈 놀이를 마쳤다.
코로나19 때문에 위로가 될만한 일이 없었는데, 오늘 내린 눈이 우리 부부와 하윤이에게 작은 위로를 준 것 같다. 감사하다. 눈썰매도, 눈도, 따뜻한 집도, 롱패딩도.. 눈 놀이를 누릴 수 있는 우리의 상황 자체가 감사하다.
누군가는 동일한 시간에 차에 갇혀있고, 제설작업을 하느라 분주했으리라..(그래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그분들을 생각하면 마음 한편은 미안함이 있다.)
우리 가족에게 오늘을 허락하셔서 너무 감사하다. 오늘은 하나님이 우리 가족에게 준 작은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