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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승호 Jul 14. 2024

6살 하윤이: 만만한 아빠

#좋은샘의 육아일기 6

2022. 1. 19.


6살 하윤이는 아빠가 세상에서 가장 만만한가 보다. 요즘 부쩍 아빠에게 짜증을 낸다. 같이 놀다가도, 목욕을 하다가도, 옷을 입다가도, 책을 읽다가도 맘에 들지 않으면 휙 엄마에게 가버린다. 그때마다 아빠에게 이렇게 말한다.


영상을 보다가

"하윤아 이제 그만 영상 보고 씻자."

"아빠, 나 6살 언닌데 그렇게 말하지 마. 조금만 더 볼 거야"


같이 놀다가

"하윤이 어디 숨었나? 여기 있네. 찾았다!"

"아빠, 금방 찾으면 어떻게. 엄마 한데 말할 거야. 엄마 아빠가 빨리 찾아 버렸어."


책을 읽다가

"하윤아 소화는 말이야 위로 음식이 들어가서....."

"아빠, 나 다 알아. 6살 언닌데."


며칠 전에 하윤이랑 목욕 때문에 한참을 실랑이를 하게 되었다. 자기는 치즈를 한 개 먹고 씻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원하는 데로 치즈를 주었다. 그랬더니 하나를 더 달라는 것이다. 분명히 한 개를 먹고 씻겠다고 손가락 걸고 약속을 했는데 지키지 않는 것이다. 한 개 더 주면서 다짐을 받았다. 이렇게 해서 결국 다섯 개를 먹었는데도 씻자고 하니 잠깐만 이라고 하면서 거부하는 것이다. 이렇게 20분 넘게 실랑이를 했다. 나중에는 나도 조금 짜증이 나서 김정섞긴 말로 "이젠 씻자."라고 했더니 "아빠, 나 울면 어쩌려고."라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앉아 있는데 보다 못한 아내가 한마디 하는 것이다.


"하윤아 그냥 씻어"

"아빠 그럼 이제 씻자."

엄마의 한 마디에 20분이나 설득해도 목욕을 하지 않겠다던 아이가 바로 욕실로 들어가는 것이다.


하윤이를 키우면서 이런 일들이 많이 벌어진다. 그때마다 고민이 된다. 어떤 모습의 아빠가 좋은 아빠일까?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되면 어떻게 아이에게 말해야 할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단호하게 "하윤아. 지금은 씻는 시간이야."라고 말하고는 욕실로 들어가게 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시간이 걸리지만 설득을 해서 데리고 들어가야 하는 것인가? 솔직히 뭐가 맞는 건지 잘 모르겠다. 어릴 때를 돌아보면 나의 부노님은 기다려 주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윤이랑 티격태격하는  모든 상황들이 너무 행복하다. 잠깐 삐졌다가도 쪼르르 달려와서 안 달라고 하고, 책 읽어 달라고 하는 우리 딸이 있어서 그저 감사하고 기쁘다.


오늘 밤에도 자기 전에 쪼르르 달려와서 안긴다. 그리고는

"아빠 사랑해. 쪽!"

이거 하나면 끝이다. 이 말 한마디 들으니 살맛이 난다.


6살 우리 딸이 2022년에는 어떻게 살아갈지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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