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2. 8.
#아빠일기
#육아일기
6살 하윤이의 필살기 한마디!
"아빠, 잠깐만!"
이 필살기는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른다. 매 순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아빠의 기준에는 지금 당장 마땅히 해야 하는 것이지만, 하윤이의 기준에는 지금 당장 하기 싫은 그 무엇가가 생겼을 때면 여지없이 듣게 되는 말이다.
아침 등원 시킬 때.
"하윤아! 이제 일어나자. 어린이집 갈 시간이야."
"아빠! 잠깐만. 눈부셔. 문 다시 닫아줘!"
하원하고 집에 와서 손발을 씻을 때.
"하윤아! 집에 들어오면 손발 씻어야지."
"아빠! 잠깐만. 지금은 말고" 아빠의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소방차를 타고 현관에서 거실로 유유히 사라지는 우리 딸.
밥 먹기 전에도, 온라인 예배드리기 전에도, 요즘 유행하는 '티니핑' 영상을 그만 보라고 할 때에도 가장 먼한 말이 '잠깐만!'이다. 일단 이 말을 던져놓고 합당한 자신만의 이유를 설명하려고 애쓴다. 전혀 논리적이지도 않고, 앞뒤고 맞지 않는 말이지만 나름대로 미간을 찌푸려 가면서 설명하려고 한다. 그 모습이 너무 웃기고 사랑스럽다. 가끔은 너무 귀여워서 꽉 깨물어 주고 싶을 때도 있다.
물론 언제나 귀업기만 한건 아니다. 시간이 촉박한 순간, 지금 꼭 해야 하는 일을 앞에 두고 '잠깐만'이라고 외칠 때 난감할 때가 있다. 그런 난감한 순간에 아빠로서 어떤 스텐스를 취해야 할까? 매번 고민된다.
원칙을 이야기하고 따끔하게 혼을 내야 하는 것이 맞는가? 아니면 아빠의 말을 들을 때까지 온유한 모습으로 설득하는 게 맞는가? 늘 이런 갈등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런 딸과의 갈등 상황이 생기면 솔직히 아내가 달려와서 해결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든다. 하윤이는 아빠 말보다는 엄마 말을 더 잘 들으니까!
'잠깐만'으로 시작된 아빠와의 갈등 상황에 아내를 등장시키지 않고 싶지만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되면 내 속에서 단호함이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자주 아내가 이 갈등 상황에 등장해서 해결사 역할을 해준다. 그런 아내에게 늘 미안하다. 하윤이에게 악역은 늘 엄마의 역할인 것만 같아서.
씻기 싫어서
"아빠! 잠깐만."이라고 말한 하윤이에게
"아니야 지금은 씻는 시간이야."라고
단호하게 말하고 실행하는 것이 왜 그렇게 나는 힘든 걸까?
오늘 하윤이가 5세 영유아 검사를 했다. 전반적으로 지극히 정상적인 범주 안에서 잘 자라고 있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듣고 기분이 좋았다. 다만 키가 또래보다 조금 작아서 1년 동안 무럭무럭 자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보았다. 하윤이가 자라는 모습이 거저 되는 것이 없지만, 또 보모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도 없음다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었다. 그래서 이렇게 건강한 모습으로 잘 자라고 있는 하윤이에게 그저 고맙울 따름이다.
오늘밤에 쪼르르 달려와서
"아빠 사랑해!"라고 안아주는 우리 딸. 그것 하나면 게임 끝이다. 늘 내가 지는 게 맞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