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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 Sep 15. 2016

한 여름의 캄보디아 이야기

2.인도에 갈 수 있을까?

인도가 아니어서 다행이야

이름만 거창한 호스텔에서 나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청나게 비싼 값이었지만 당시의 나는 캄보디아의 물가도 체험하지 못한채로 툭 하고 공항에 떨어진 처지였기에 어느 곳이던 오케이였다.

하룻밤을 지새고 해가 뜬 캄보디아를 마주했을 때 느낀 기분은 굉장히 낯선 기분이었다.

영화속에서 묘사되는 혼란의 기분이었다고 하는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바이크의 연기,여기저기 뛰어다니는 아이들,더러운 물이 고인 웅덩이들.

캄보디아의 거리는 포장되지 않은 거리였고 도시에서나고자란 나에겐 어쩌면 처음 보는 비포장도로일지도 몰랐다.흙과 돌멩이가 뒹구는 땅위에서 난 문득 이 곳이 인도가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곳이 인도였다면 충분히 뜨거운 이 태양조차 아마 체감상 2배정도는 쨍하게 느껴졌을테고 한산한 이 거리와 달리 그곳은 사람들로 넘쳐나겠지,세계인구2위의 나라니까.인도에 가보지 못한 애송이 여행자는 그렇게 인도와의 담을 쌓아올려가고 있었다.왜인지 인도여행이 엎어진게 다행처럼 느껴지는 기분.


시험에 들게하는 눈동자

왠지 의심스러워 보이는 곳에서 usim칩을 바꿔끼우던중 어느 꼬마아이가 다가왔다.눈망울이 맑은 아이었다.

어려운나라의 아이들이 더 맑고 이쁘다더니 정말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아이의 맑은 눈과 내 티를 부여잡던 애처로운 손 때문에 하마터면 나의 하찮은 동정심으로 돈을 줄뻔했다.

하지만 그 땐 꺼림직한 기분이어서 주는게 과연 옳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미안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캄보디아를 여행하며 나의 선택이 옳았다는 걸 알고서는 요상한 기분이 들었다. 세상은 정말 이론으로는 돌아가지 않구나 겉으로 보이는 것만이 진실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숙연해졌다.

어제 밤 잠들기 전 미리 구해둔 숙소에 들어와 짐을 풀고 잠시 쉬다가 나갈채비를 끝내고 밖을 나섰는데 엄청난 폭우가 내렸다.황당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헛웃음과 함께 이게 그 유명한 몬순기후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열대지방의 신비를 느꼈다.금방 언제 비가 내렸냐는 듯이 맑게 개이는 날씨에 다실한번 웃었다.억장같이 내리던 폭우가 시작된지 20분을 넘기지않고 난 밖으로 나설수있었다.은근 겁쟁이였던 난 2000리엘을 주고 산 우비를 휘날리며 거리를 활보했다.

무계획 시엠립 프롤로그

캄보디아에서의 중요여정은 시하누크빌을 가는 것이었다.커피빈에서 시하누크빌에 대한 정보를 몇가지 메모하고 씨엠립의 일정은 모두 뒤로 미뤄두었다.

앙코르왓은 시하누크빌을 갔다와서 4일동안 찬찬히 볼 예정이어서 앙코르왓을 갈수도 없었고, 딱히 시엠립에 무엇이 있는지도 몰라서 무작정 길을 걸었다. 우연히 펍스트리트 간판을 만났다.씨엠립하면 펍스트리트라기에 꽤나 기대했었는데 작은크기에 실망아닌실망을했다.길거리엔 동남아를 느낄수있는 여러음식들이 있었지만 동남아음식은 나에게 맞지 않는 다는 걸 이미 몸소체험했기에 구경이나 하자는 맘으로 걷고 또 걸었다.

과일쥬스가게 들이 1$라는 저렴한 가격을 내걸고 장사중이었다.

밥도 제대로 못먹을텐데 쥬스란 쥬스는 다 먹어주마 하고 파인애플주스를 하나사서 또 걸었다.

저 음식이름이 뭐였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꽃청춘에 나왔던 음식같아 하나 사서 먹었다.

만드는 과정을 보니 누텔라가 들어가더라,맛없을수가 없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기대하고 맛을 보는데 홀리, 또 먹고 싶다.






왜 방황하고 있니?

어제 하루는 무슨 씨엠립의 주민이라도 되는 듯 여행자에게 금같은 하루를 날렸다.

파인애플쥬스와 맛있는것 외엔 아무것도 먹지 않아서 배가 밥달라고 노래를 불렀다.

체크아웃하기 전 숙소의 레스토랑에서 비프볶음밥을 시켰다. 원래 외국에선 생선과 소고기는 안먹으려고 하는 편인데 왜 이 날은 비프를 택했는지, 시켜놓고 먹는 내내 찝찝해 했다.동남아에서 볶음밥이란 나에게 생존식과 같은거여서 맛은 평하지 않는다. 나만의 룰이다 볶음밥은 맛불평하지 않고 그냥 쳐먹는거다.

다 먹고 또 다시 가방을 들쳐메고 방황을 시작 할 시간. 가끔 여행하다 지도를 끝내주게 사용하는 사람들을 보는데 난 지도 사용하는 방법도 알고 데이터도있는데 왜 손이 잘안갈까 그냥 걷는게 더 편하다 사람들 한테 길물어보는게 더 편하다. 아마 내가 지도읽는거에 젬병이라서 그런걸거다 화살표가 가르쳐주는 방향으로 가도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아이니까.

너무 할일이 없어서 어제 펍스트리트에서 봐 둔 카페로 향하던 나는 이 사원을 만났다. 어젠 그냥 걸어도 나오던 펍스트리트가 나오질 않았다. 그냥 아무길이나 쏘다니던 나는 이 사원을 보고 들어갈까 말까 망설이다.

이 앞을 몇번이나 왔다갔다했다. 벤치에 앉아 날 유심히 쳐다보던 아줌마가 말을 걸어왔다.


너 왜 방황하고있니?

놀라서 한국말이 튀어나올뻔 했다. 그냥 여기들어갈까 망설였다고 하니 어디서 왔냐고 막 개인적인 질문들을 하기시작했다.

여행계획이 어떻게 되냐기에 내일 프놈펜으로 간다고 하니 아줌마 표정이 굳었다. 그러더니 심각한 얼굴로

'프놈펜에서 누가 말걸면 대꾸하지말고 그냥 가라,그래도 말걸면 no라고만 말해라 그리고 너 그 배낭은 앞으로 메는게 좋을거다.넌 여자니까 분명 만만하게 볼거다 그리고 넌 좀 많이 도난 당하기 쉬워보인다.'

너무나 무시무시한 아줌마말에 덜컥겁이났다. 아줌마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자기 수첩을 꺼내 스트리트넘버를 적기시작했다. 왕궁에서 가까운곳이니 안전할거라고 했다. 그리곤 밑에 캄보디아말을 하나 적어줬는데 뜻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위험에 처하면 이렇게 말하라고했다.분명 도와주세요 같은 말이었겠지..?

고향이 프놈펜이라던 아줌마는 프놈펜은 좋지않은 도시라고했다. 씨엠립도 위험한편이지만 프놈펜은 더하다고 했다. 문득 첫날의 택시아저씨가 생각났다. 그아저씨도 프놈펜은 위험하댓는데

나 지금 어디로 가는거니?


멘붕이었다. 포기하자니 자존심상하고 이땐 정말 목숨걸고 가는  기분이었다.


일단은 그레이트아이비스사무실까지 찾아가 슬리핑버스를 예약하고 씨엠립에 위치한 킬링필드를 갔다.

프놈펜에 가는 이유중하나는 시하누크빌행 버스를 타기위한 경유지이기도 하거니와 캄보디아의 근대사중의 가장아픈부분을 보여주는 킬링필드를 가기위함인데

폴포트정권의 대학살은 캄보디아 곳곳에서 일어났고 프놈펜이 가장 큰규모를 가지고 있다. 씨엠립에서도 끔직한 대학살은 일어났다.

씨엠립 킬링필드는 작은규모로 작은 사원이라고 보면된다. 저렇게 안치되어있는 유골들을 보며 여러감정이 날 스쳤다. 관광객은 거의 없고 굉장히 조용했던 곳이었다.

킬링필드를 둘러본뒤 다시 돌아 온 펍스트리트.

이렇게 청량한 푸른빛을 띄던 하늘은 금방 뚝뚝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비를 피해 적당한 카페에 앉았다.

친구들에게 날씨가 대박이라며 동영상을 찍어 보내고 카페구경을 좀 하다가 여행하면 읽으려고 사둔 핸디북이 생각이 나 꺼내들었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요조가 너무 공감되서 재미있게 읽었다.

캄보디아 여행을하면서 책을 완독했는데 충격적인 결말과 우울한 결말로 밝기만한 나의 여행에 적당한 우울감을 주었다. 우울한거 좋아하면 정말정말 추천하는 책이다.

나는 요조의 일생도 물론이지만 작가의 일대기를 읽었을때의 울림이 더 크더라.

혼자놀기 내공은 한국에서도 틈틈히 쌓아왔던 터라 시간은 금방흘렀고,난 슬리핑버스에 몸을구겨넣었다.

혼자자는거라고 생각했는데 두명이서 나란히 자는 거였다. 옆자리가 누구일까 불안해 하던 차에 입구에 거구의 백인아저씨가 타는 걸 보고선 저 아저씨만 아니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나 점점 나와 가까워지는 아저씨

화장실 바로 앞에 누워 백인아저씨옆에서 나란히 누워가는 경험을 언제 해보겠어라고 위로했다.

망할

그래도 이건 호강에 속하는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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