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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 Oct 13. 2016

한 여름의 캄보디아 이야기

4.캄폿의 아침은 달콤하다


캄폿의 아침은 달콤하다

거리 벤치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면 온몸으로 여유가 느껴졌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들도 얼굴엔 여유라는 화장을 한듯했고. 옷 파는 상점들도 쨍한 태양에 어울리는 컬러풀한 티셔츠들을 꺼내어 놓고 있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앉아 있고만 싶은 기분이었지만 애써 내 무거운 궁둥이를 들어올렸다.

이 때, 난 외사랑중이었다. 이 거리를 걸으며 메세지를 주고 받던 중 그가 나에게 질문을 했다. 여행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나는 답했다 그냥 오는 것이라고 여기까지 오는게 나의 목표였고, 그렇게 그냥 오게 된거고 그 외엔 아무 생각이 없다고 말이다. 정말이다 난 아무생각이 없었다.

여행자병이라고 보아도 좋지만, 난 그냥 그 아무생각 없음이 좋았다.

 멍하니,그저 멍하니.

풍경을 바라보고 걷고 나를 위한 사색을 하고 싶었다.

문득 이 글을 적는데 그 때의 내가 떠오른다. 수줍은 미소지으며 고민했던 문장들 이 날의 아침시간은 시럽뿌린듯 달달한 시간이었는데 이젠 끝나버렸다.

아련함만 남겼다.

독특한 분위기를 폴폴 느껴지는 이 곳은 언뜻 지중해에 온듯한 기분이 들면서도 동남아가 분명한 그런 분위기였다.

어젠 세리 덕분에 걸어선 못갈 캄폿의 외곽을 둘러보았는데 , 오늘은 숙소근처 캄폿내부를 발로 걸어 둘러 보았다. 둘다 너무나 좋은 경험이었는데 어쩌면 최악이었을지도 모를 캄보디아의 이미지를 구사회생시킨건 캄폿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가 있다. 사진으로도 느껴지는 청량함은 나만 간직하고 싶으면서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은 풍경이었다.


내가 느끼는 여행하면서의 아이러니는 막상 그 곳에 존재하고 있으면, 처음 와보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익숙해져 버린다.

사람사는 곳 다 비슷하네 뭐

라고 생각해버리기 쉽상이지만, 지금과 같이 돌아와 보는 사진들은 너무 낯설다. 내가 저기 있었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너무너무 배가고파 간단하게 아침을 사먹었다..아침식사가 비싼듯 하지만 그안엔 풍경값도 포함 되어 있는 걸로.

맛만 따지자면 딱딱하고 누린내 나는 빵이었지만, 그래도 눈앞에 보이는 풍경덕분에 달게만 느껴졌다.


식당에 귀여운 장난감들이 놓여진 공간이 있었는데

 난 당연히 인테리어로 생각하고 귀엽다고 촐싹거리며 사진을 찍었다.몇분후 주인의 자식으로 보이는 소년이 나와 그 공간에서 의식을 치루는 걸 보았다. 너무 놀라고 미안한 마음이 들어 괜시리 눈치가 보였다. 나의 생각이지만 동생을 위한 추모공간쯤이 아니었을까 한다.

뭐라고 표현하긴 어려운 감정이지만, 이상한 감정이 스쳤다.




미스터 라

이제 무엇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 들던 차에 난 인터넷 검색을 했다. 캄폿에 무엇이 있는지 말이다. 나의 어설픈 검색실력때문인지 블로그에서 캄폿에 대한 글을 찾기가 어려웠다. 그나마도 짤막한 글들이었고 찾던중에 보꼬산의 사진을 보게 되었다. 올드브릿지 앞의 투어리스트센터에서 투어를 예약하는 것이라기에 센터를 찾아가 투어를 예약하려고 하니 오늘은 이미  투어차가 벌써 출발해버렸다는 것이다. 아쉽지만 내일 예약을 하고 센터를 나서는데 선하게 생긴 인상의 캄보디아아저씨가 말을 걸어왔다.

자기의 오토바이로 둘이서만 다니는 것인데 투어의 가격과 똑같이 해주겠다고 말이다.

이런상황에서 대게 나는 사기를 당하는 것만 같은 느낌에 경계를 먼저 하고 보는데 계속된 설득과 아저씨의 선한 미소에 오케이를 외쳤다. 지금도 이게 경제적으로만 보자면 옳은 선택이었는지 의문이지만 깨달은 바가 있다면 어쩌면 나는 세상최고의 첫인상주의자일지도 모르겠다.

아저씨의 이름은 라 했다.


Ra!


우리둘다 서툰영어실력이었지만 신기하게도 의사소통은 막힘이 없었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내내 라 아저씨는 한국에 대해 물었다. 꿈이 있다면 우리나라나 태국 일본을 여행 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아저씨는 그 어떤 나라도 여행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난 "Dreams come true!keep dreaming"이라며 희망고문 짙은 말로 그를 위로했지만 아저씨는 "No never"이라며 웃었다.

그런 슬픈 이야기를 하면서도 웃던 아저씨는 나에게 캄보디아 간식을 사주고 싶다며 우리나라의 찹쌀도넛같은 간식과 커피를 사줬다.소박한 친절에 순간 슬픈마음이 스쳤다.

보꼬힐로 가는 것은 오토바이를 타고 꽤 달려야했다 약 1시간 정도.두번의 휴식시간을 가지는 동안 난 아저씨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모두들 웃는 얼굴에 나에 대한 호기심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투어였다면 느끼지 못했을 정겨운 만남들이었다.

보꼬힐에 도착했을때 나를 당황시켰던 건 자욱한 안개속의 괴상함 풍기는 날씨였다.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면 5분마다 날씨가 바뀌었지만 뜻밖에도 아저씨는 나에게 럭키걸이라고 했다.오늘은 날씨가 좋은 편이라며 저번에 왔던 베를린남잔 오토바이를타고 비를 쫄딱맞으며 갔다고 했다.

보꼬힐이 괴상한산으로 유명한 이유일터 였다.

보꼬힐에서 유명한 관광포인트인 올드레이디는 안개로 가득해 얼굴조차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아저씨는 안개가 걷힐때 까지 기다려 보겠냐고 물었지만 안개가 끼인 동상을 보는것도 쉬운일을 아니지 특별한 경험이라고 위로하며 다른곳으로 떠났다. 기다림은 질색이다.

또다른 관광포인트인 old church 내가 가장 좋아한 장소다.내리자 마자 괴기스럽고 요상한 분위기에 매료되었다. 이 곳에 둘이서 오토바이를 타곤 온 서양커플이 있었는데 그들은 it's creepy라며 감탄했다.

언덕을 올라가 구경하던중 아저씨가 나에게 위험하다고 거기로 가지 말라고 했다.

왜그러냐고 물었더니 그곳은 낭떠러지라며 위험하다고 했는데

아찔했다.

너무나 촘촘히 한치앞도 안보일만큼 끼인 안개덕에 공간감각을 상실할 정도였다.

그런 미스테리함 가득한 올드처치를 뒤로하고 난 또다시 라아저씨의 오토바이에 올랐다.

달리는 길에는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축축한 안개속에서 비까지 내리니 여름옷차림을 하고 간 나는 조금씩 추워져 왔는데, 또 갑자기 햇빛이 나왔다 알수가 없는 보꼬산의 날씨였다.

안개속을 뚫고 도착한 곳은 폭포였다.우리나라의 계곡의 모습과 다를 것이 없었다. 어디선가 백숙 냄새가 풍경오는 것만 같았다.

아저씨는 열정에 불타 좋은 풍경을 보여주겠다며 나를 숲속으로 끌고 갔다.지름길이라고 했고, 쪼리 신발을 신고 급하게 따라가던 나는 그만 발이 삐이고 말았다.

아저씨는 미안하다고 말하며 눈물을 글썽였다.그리곤 자신의 주머니에서 만병통치약이라며 이상한 오일을 꺼내어 내 삐인 발목에 발라주었다. 그 오일을 항상 들고 다닌다고 했다. 이 오일이 금방 낫게 해줄거라고 했지만 내 발목은 점점 심하게 부어왔다.

아저씨는 어린시절 6개월동안 이 보꼬산에서 살아본적이 있다고 했다. 베트남과의 전쟁때문에 피난아닌피난으로 산속에서 숨어 산것인데, 어린시절의 아저씨는 이렇게 다치기 쉬운 산속을 어쩌면 맨발로 기으면서 때론 구르면서 다녔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생각 이후 아저씨가 날 바라보는 눈에서 조금의 슬픔이 느껴지는 듯 했다. 이렇게 어린나이에 혼자 이렇게 여행 다닌다는건 아저씨에게 상상할수도 없었던 일이었을테니까.아저씨가 나를 부르던 애칭은 럭키걸,
난 정말로 럭키걸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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