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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 Oct 23. 2016

쓰레기요새

오후 10시의 단상

10시경의 단상

항상 뭐든지 잘하는 딸로 그와 동시에 죽이게 잘노는 여자로 연기하며 살아왔던 난 그 어느 것도 되지 못했다.내가 잘나지 않으면 사랑받지 못할것이라는 불안감은 내자신에게 값비싼 장식품만을 덕지덕지 붙여 놓았다.그 장식품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질때쯤 누군가 했던 말이 생각이 났다.인생은 일궈나가는게 아니라 버려나가는 거라고

뉴스를 통해 접한 일본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쓰레기집이 생각이 났다 뉴스에서는 높아지는 고령화와 사회에서의 소외,자기방임이 원인이라며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곤 그 쓰레기집들이 활활타오르는 사고 영상이 뒤이어 나왔고 그 영상을 보며 등골이 오싹했던건 아마 "언젠가는 이런일이 일어날줄 알았습니다.생각했던 최악의 상황이 일어났어요"하며 말하던 주민인터뷰보다 또박또박 들려오던 리포터의 "소방대원들이 구조를 하려 노력했으나 쓰레기집에 거주하던 70대 노인은 문앞에서 주검으로 발견되었습니다"의 소리에 더욱 감정이입이 되서 겠지.

요즘 극심한 우울을 앓고 있다. 이 우울은 세달째 이어지고 있는데 친구와 밥을 먹다 눈물을 글썽였다. "고독사 할지도 몰라,아니 고독사 할거야" 누군가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다는것이 슬펐다.허나 더 슬펐던건 내가 사랑하지 못하는 거였다.

사실 난 사랑 받고 있음이 분명한데 난 온몸으로 거부 하고 있었다.모두 떠나버리면 망가질 내가 무서워 사랑하지 않기로 해버린 나였기에 그게 사무치도록 슬펐다.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난 여전히 그 사실이 슬프다.

지금 내 마음속은 활활 타버리기 직전의 쓰레기집과 같다. 아나운서가 그렇게 심각성을 피력하던 자기방임중인 노인과 다를바가 없다. 뉴스화면에 쓰레기집속을 비집고 들어가 벗은 몸으로 밥을 먹는 노인의 모습에 내 자신이 오버랩 되었다. 그러면서 든 생각은 쓰레기라 불리는 저 물건들은 사실은 소중한 물건이겠지 그들은 버릴 용기가 없었던 것일거라고 자기방어 중인거겠지

나도 내 우울을 버릴 수 없는 건 그것이 나를 방어하는 방법이기 때문일것이다.

내일이면 난 멀쩡한듯 학교등교를 하고 사람들속에 둘러싸여 위축과 팽창을 반복하고 "난 너희를 사랑한적없어"하며 위안하고 그렇게 내지못한 용기는 쓰레기처럼 쌓인다. 나도 그렇게 활활 타 버릴수있을까

버리자 하고 다짐과 동시에 죽어버린 용기는 또다시 쓰레기로 쌓인다.

냄새나고 더러운 쓰레기집때문에 불만을 호소했다는 주민들.그 안에 살고 있는 당사자 역시 그 쓰레기들이 냄새나지 않고 더럽지 않았을리가 없다.

그 쓰레기는 구애의 표시였을지도 모른다,구호사인이었을지도.

피해입은 주민도 피해 준 거주자도 그 누구도 비난할수없는 시대의 비극이며,더욱더 비극 같은건 사회에 팽배해있기 때문일것이고.또 나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것들만이 사랑받는 이세상에서 나는 다시 한번 생각한다.


진정,쓰레기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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