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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 Dec 08. 2016

한 여름의 캄보디아 이야기

6.I don't know you

캡시티에 내려 모래사장을 거닌뒤, 오늘 하루를 보낼 숙소를 구하기로 했다. 그러던중 켑시티에서도 툭툭기사가 나에게 접근해왔다. 툭툭기사들의 호객행위를 무시하는 건 이제 많이 익숙해져 일상생활 같았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끈질기게 구는 바람에 몇마디 나누다 보니 난 이미 그 툭툭기사의 툭툭에 올라타있었다.

툭툭기사는 나에게 정말 필요이상의 친절을 베풀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아...캄보디아사람들은 정말 모두 친절한 사람들 뿐이구나..라고 생각하며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닐까.

오픈마이드를 가져야 겠다라고 착각하는 오픈마인드가졌다.

그래서 나는 툭툭기사가 저녁에 같이 맥주마시자는  제안을 흔쾌히,너무나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툭툭기사는 꽤 괜찮은 방을 나에게 소개 해줬다.방으로 올라가는 길에 수개의 도마뱀이 출몰하는 것을 빼면 나쁘지 않았다.

위치가 먼것이 흠이라면 흠이었지만, 프론트 데스크에 있는 여직원이 너무 친절했고 위층에 카페가 있어서 시장까지 나가야 될 일도 사실 없었다. 숙소위카페에서 캄보디아식 달달한 커피를 한잔하며 마른하늘에 번개가 치는 이국적이디 이국적인 풍경을 감상하며 혼자 다이어리를 쓰다보니 해는 정말 빨리 졌고,툭툭기사와 약속했던 시간이 다 되었기에 숙소밑에 내려갔다.툭툭기사는 원래 약속시간보다 늦게 왔는데.

나에게 자기를 기다렸냐면서 되게 끈적하게 말해서 기분이 찝찝했다.

그래도 뭐 그냥 내 착각이려거니 하고 넘겼는데,

밥도 자기가 사겠다. 술도 자기가 사겠다라며 필요없는 과잉친절을 베풀기에 의심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원랜 맥주 마시려 했는데 콜라 마신다고 했다.그랫더니 실망하는거 같이 보여서 더 짜증났다.

아무튼 툭툭기사의 이상행동에 조금씩 나를 거슬리게 하던 몸살기도 더욱더 심해지는거 같았다.

툭툭기사는 밥과 콜라를 사들고선 인적드문 공원으로 나를 데려 갔는데 그때부터 조금씩 무서워져 왔다.잔뜩 경계하며 밥도 깨작깨작 콜라도 깨작 거렸는데.밥을 다 먹은 후 드디어 집으로 돌아가는 건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나를 바다 모래사장으로 데려가는거다.

그래도 그냥 대충 해변가 벤치에 앉아서 얘기하던중 갑자기 나한테 "i like you"이러는 거다

그래서 "as a friend?"라고 물으니 아니란다.여자로 좋단다

여기서 나 진짜 미치는 줄 알았다. 기분좋지도 않고 이게 무슨...........?

그래서 너는 날 모르지 않냐, 그리고 나는 한국에 남자친구가 이미 있다. 라고 말했더니

상관없단다. 많은 사람들 모두 그렇게 바람핀다면서 아주 뻔뻔하게 나왔다.이때 약간 싸이코같아서 조금 무서웠다.그러면서 나에게 "you don't like me?"래서 "i don't know you" 라고 했다.

자꾸 끈질기게 굴길래 나는 그때 어영부영 하면 안되겠다 생각이 들었고

기분도 더럽고 집가고 싶다고 했다.근데 아쉬워하는거다 헤어지는걸 아주 아쉬워했다.난 무서운데

아무튼 이유가 필요하겠다 싶어서,머리가 진짜 너무 아프고 나 감기걸린거 같다고 약을 사러 가야한다고 말했더니 태워주겠다며 진짜 필요하지도 않은 친절을 베풀었다.

그렇지만 그 곳엔 툭툭도 달리 없었고,이렇게 위험한거나 저렇게 위험한거나 둘다 매한가지라서 그냥 그사람의 툭툭에 올랐다.약사러 가는데 우리 숙소랑 완전 반대방향으로 가서 '나 여기서 죽는 거 아닌가'하는 심각한 생각도 했다.친구들에게 단톡으로 죽을지도 모른다며 난리난리를 쳤는데 그래도 나쁜사람은 아니었는지, 약국에 올바르게 데려다줬다. 숙소에 돌아와서 약먹고 어이없어 하면서 잠들었다.

이때 기분이 좀 별로였나 보다. 사진첩 뒤지다 보니깐 이때 이런글을 캡처해놨더라

지금 생각해보면 풍경도 이쁘고 별도 이뻣는데 그런데 막상 내옆에 있는건 낯선 캄보디아 남자라니

다음엔 나의 사랑과 그곳에서 이쁜 풍경을 바라보고 싶다.

다음날이 밝았고 어제 먹은 약 덕분인지 몸살기는 많이 가셨다. 오늘은 미리 예약해둔 보트를 타고 래빗아일랜드를 가기로 했다. 캄폿에서도 내가 켑시티를 간다니까 모두들 래빗아일랜드가 이쁘다고 말이 많아서 보트를 예약했었다. 여기서도 툭툭기사와의 에피소드가 하나있는데,내가 왜그랫는지 어젯밤 그 툭툭기사가 나에게 일정을 물어왔을때 래빗아일랜드를 간다고 했었다. 그랬더니 자기가 태워다 주겠다 래빗아일랜드에 같이 가자 내가 같이가길 원하니?등 얼척없는 말들을 했는데 다 철벽치고 무시했다. 그래서 툭툭기사도 이쯤이면 알아먹었겠지 했는데,이 날 선착장까지 나를 따라왔다. 보자마자 음흉한 미소를 짓길래 바로 친구에게 전화걸어 한국어로 욕이란 욕은 다했던거 같다.어쨋든 보트를 타면 툭툭기사와는 영영 안녕이니까 보트가 출발하는 시간만을 엄청 기다렸다.

보트를 타고 바다바람 맞으며 갈때, 진짜 너무 이뻐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하늘은 왜이렇게 이쁜지 올려다 보지 않아도 사방이 하늘이었다. 이 풍경만 보고 살아간다면, 눈이 나빠질 수가 없을것이다. 끝이없는 바다와 경계를 알수 없는 하늘 너무 깨끗해서 하얀색에 가까웠다.

그 보트엔 모두들 웨스턴들이었고 나혼자만 아시안이었다. 시선이 흘끔흘끔 나에게로 왔고 속으로 말걸까봐 조금 무서웠다. 그래서 괜히 사진찍는척 하고 감상에 젖은 척을 했었다.

래빗아일랜드를 가는 보트의 가격은 당일에 돌아오는 보트보다 다음날에 오는 보트의 가격이 더 비쌌는데.두근거리는 마음에 다음날 것을 구매 했었지만 결국엔 당일에 오는 보트에 올라 육지로 돌아왔다.

갈땐 몰랐는데 내가 갔던 시기는 비수기여서 래빗아일랜드 내에 있는 숙박시설들은 한곳만 빼고는 모두 문을 닫았고, 그나마 열려있던 숙박시설도 환경이 너무 열악했다. 캄보디아에 와서 웬만한 화장실들은 그냥 나무아미타불 하고선 구석구석끼인 때들을 무시하며 잘 견뎌왔기에 내가 기특할 정도였는데 이곳은 나무아미타불도 통하지 않을 정도 였다.

1달러를 지불하고 얻은 나무그늘밑의 벤치에서 나만의 시간을 보냈다. 그땐 '바다가 똑같지 뭐, 이사진을 카톡 프사를 한대도 아무도 내가 외국인걸 모를 것 같다'라고 시니컬한 반응이었는데.웬열 지금보면 너무 이국적인 풍경이다.

혼자서 핸드폰 타이머 맞추고 찍으니,민망했다.

그래도 이 정도면 마음에 든다.인생샷중에 하나다.

돌아와서 사치좀 부렸다. 켑시티에서 가장 깔끔해보이는 카페에서 에끌레어를 사먹었다. 그리고 저 갈색봉지에 담긴 초코빵도 구매했다. 가격은 비쌋다. 한국이랑 비슷한 정도

그래도 만족했다. 그냥 오늘은 이렇게 달달한게 먹고싶었다. 어제일때문에 의기소침했기 때문인 것같다.

선착장까지 툭툭기사가 쫒아오는일을 겪어서 인지 백사장에 있다가 또 만날까봐 무서워서 집으로 빨리 들어갔었다.다음날은 프놈펜으로 떠나는 날이었는데 떠나기 싫지만 떠나고 싶은 켑시티에서 황홀한 악몽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다음날 아침 프놈펜으로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독일여자와 대화를 나누며 친해질수 있었다. 그녀는 직장을 그만두고 홀로 아시아지역을 여행중이라고 했다. 신기하게 생긴 씨앗을 먹기에 뭐냐고 물었더니 연꽃씨앗이란다.

연꽃잎을 먹는건 봤어도 씨앗먹는건 처음봐서 맛봐도 되냐고 물으니 저 한통을 다주려고 했다.

맛은 솔직히 무맛이었다.프놈펜으로 가는 버스 내내 옆자리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먹는걸 정말 좋아하는 사람으로 기억한다. 새로운 음식을 도전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

독일친구덕에 시엠립에서도 난 현지음식을 많이 체험하는 기회를 얻었다. 아마 이 친구가 아니었다면 난 아마 볶음밥과 과일주스로 연명하며 살았을거 같다.

프놈펜에 도착하니 갑자기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 진짜 말그대로 무서울정도로 내렸다. 비옷도 없어서 걱정했는데 버스정류장에 도착해서는 언제 그랬냐는듯이 또 그쳤다. 독일친구는 프놈펜은 들르지않고 바로 시엠립으로 가는 코스였기에 안녕을 고했다.


그런데 독일친구 조차도 나에게 프놈펜에서는 정신을 놓고 있으면 안된다고 주의를 줬다. 그런데 정말 프놈펜은 정신을 놓고 있으면 안되는 도시다. 나도 다음번에 누군가와 만나 캄보디아 얘기를 나눈다면 습관처럼

"프놈펜은 정말 싫어, 정말 화가나는 도시라니깐"이라고 말할것같다.

내려서 마신 맛있는 허니레몬녹차.

프놈펜에서의 좋은 기억이라곤 이 음료를 알아냈다는 사실밖엔 없다.

아마 프놈펜에서의 하루는 "나의 짜증일기"라는 제목을 붙여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야 겠다. 엄청 길고 길고 긴 이야기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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