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님이 오신다. 비는 나를 집안에 가둔다. 하지만 창으로 보는 모습이 나쁘지 않다. 더 솔직히 말하면 예뻐 죽겠다. 머리에 꽃 꽂은 여자처럼 온몸으로 맞이하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내 이성이 허락하지 않는다. 비록 갇힌 몸 되어 밖의 모습을 동경하기는 하나 내 안의 나를 만나기도 하는 고요의 시간이 허락되기도 한다.
나, 이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단어, 제일 가깝고 친숙한 단어이기에, 가까이 하기에 너무 먼 당신은 내가 아닐까 싶다.
비님은 친구가 많다. 올라올 준비를 마친 새싹들, 목말라하는 저 깊은 곳의 뿌리들, 숨 좀 쉬자며 힘겹게 긴 몸을 말아 올리는 지렁이들이며 그 내리는 모습을 고대하는 수많은 문학소녀 소년들까지.
일일이 열거하지는 못하여도 촉촉한 그 모습을 나는 불평하면서도 또 기다리고 있다. 어제의 나처럼.
김은주 기자
긍정적이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
사람과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
솔직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