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5 정리
인간들은 시간 속에서 항상 더 나은 자신을 발견해왔다. 미래의 자신은 과거의 자신이 가지지 못했던 것을 가졌고, 달성할 수 없었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인간들은 머나먼 미래에 자신들이 그토록 원하던 완전한 실존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품고, 더 오래 살고자 하는 태도를 본능의 영역에 새겼다. 갓 태어난 아기조차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목숨이 위협받는 순간마다 크게 울음소리를 내며, 삶의 에너지를 얻기 위해 무엇이든 입에 집어넣는 것을 보면 그 본능이 얼마나 강력한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본능은 실제로 인간들을 지속적으로 살아있도록 만들었다.
그렇게 욕구를 따라 생의 시간을 양껏 확보한 인간은 시간을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강구했다. 그냥 살아있는 것보다 더 집약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것은 바로 노동이었다. 인간은 노동을 통해 더 많은 시간과 물질을 향유할 수 있었으며, 그 덕에 더욱 살아있음을 만끽할 수 있었다.
이어서 누군가는 많은 타인과 엮여 재화를 교환하는 것이 노동만큼이나 획기적으로 시간을 절약하여 준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그는 주변의 사람들을 모아 시장을 형성했고, 시장에 참여한 인간들은 각자 생산 효율성이 높은 재화를 생산하고 그것들을 교환하여 더욱 압축된 삶을 누렸다.
그리고 마침내 인류는 지금과 같이 고도화된 금융경제사회를 건설한다. 인간들은 금융·도시·교통·통신 등의 발달로 만들어낸 초거대시장 속에서 수많은 재화와 가치를 거래하였고, 심지어는 거래를 위해 만들어낸 화폐까지도 재차 거래하며 전례 없는 물질과 시간의 풍요를 누리게 되었다.
하지만 인간이 아무리 삶의 시간을 늘리고 많은 물질과 에너지를 확보하여도, 그들이 그토록 바라던 존재의 완전함을 되찾을 수는 없었다. 오히려 많은 인간들은 과도한 풍요로움에 현혹되어 더욱 존재를 잃어갔고, 혼란한 세상 속에 이리저리 휩쓸리며 이젠 자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도 확신하지 못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