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를 찾는 자들을 위하여, 그리고 고통받는 자들을 위하여.
Pre. 사실과 의문
Pre1. 종교와 과학
미리 밝히지만 나는 기독교인이므로 인류의 기원에 관한 모티프(motif)를 성경 창세기(Genesis)에서 인용하였다. 하지만 나의 종교적 믿음과는 별개로 성경의 천지창조는 앞으로 진행될 이야기의 중요한 요소를 담고 있기에 독자들에게 이 이야기를 일시적으로 수용해줄 것을 부탁한다.
한편, 나는 물리법칙을 따라 이 세상이 만들어지고 유지되고 있다는 것 또한 믿는다. 현대 과학은 이미 우리 삶에 지대하게 녹아들어, 부정하려야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특별히 몇몇 보편적인 물리 법칙들은 본 책의 결론에서 중요한 근거로 사용되므로 마찬가지로 수용해줄 것을 부탁한다.
이렇게 이질적으로 보이는 종교와 과학을 서두부터 함께 언급하는 것은 흥미롭게도 두 이야기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연결과정은 본 책의 주요 내용이 될 것이다.
Pre2. 창세기 Fact Check
성경의 창세기에는 인간이 창조된 후, 인간에게 생물학적·사회적 특성이 부여되는 과정이 이야기 형식으로 쓰여 있다. 하지만 비기독인들을 위해 여기서 종교적 틀을 벗겨내 모든 이들이 동의할만한 일반 사실을 도출해보자.
하나. 인류가 발생하였다.
신의 창조물이든 우연의 산물이든 인류는 발생하였고, 지금까지 존속하고 있다.
둘. 인간은 죽는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죽는다. 인간도 생명체이기에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셋. 인간은 출산을 한다.
인간은 출산을 통해 인류의 존속과 번성을 도모한다. 만약 전 인류가 모두 출산을 멈출 시 인류는 곧 멸종할 것이다.
넷. 인간은 노동을 비롯한 생산 활동을 한다.
인간은 다양한 형태의 노동과 생산 활동을 통해 욕구를 충족하여 삶을 영위한다.
Pre3. 과학 Fact Check
앞서 도출한 사실 외에 논리 전개에 추가적으로 필요한 자연·사회과학적 사실도 짚어보자.
하나. 인간은 시공간 및 물질세계에 산다.
인간은 물질과 에너지로 이루어져 있으며, 존재에 대하여 시공간의 제약을 받는다. 또한 현재 인류는 빅뱅 이후 약 138억 년이 지난 시점의 태양계 내 지구라는 행성에 살고 있다.
둘. 인간은 욕구(또는 욕망)하는 존재이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식욕, 배설욕, 수면욕, 성욕과 같은 육체적 욕구를 가진다. 그리고 육체적 욕구가 충족되면 사회적 욕구나 자아실현 같은 정신적 욕구를 가지기도 한다.
셋. 인간은 사회적인 존재이다.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타인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할 정도로 사회의존적인 존재이다. 또한 인간은 성인이 된 후에도 국가, 도시, 정부, 기업, 시장 등에서 끊임없이 사회의 다른 구성원과 상호작용하며 상호 이익을 도모하는 방식으로 존재를 주장한다.
넷. 인간은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세상을 변화시킨다.
인간은 뛰어난 이성을 발휘하여 꾸준히 세상을 바꿔왔다. 예를 들어 자신들의 주식인 밀, 쌀, 옥수수 등을 대량 경작하여 지구에 만연하게 만든 것처럼 말이다.
Pre4. 의문
인간은 부모라는 타자의 의지에 따라 존재를 얻는다. 그리고 인간은 자신의 일생을 보내고 불가역적인 죽음을 맞이한다.
어쩌려고 태어난 것도 아닌데, 또 어쩔 수 없이 죽어야 하는 인간의 삶은 수시로 쓸쓸하고 고단하며, 때론 전쟁처럼 치열하기까지 하다.
대체 인간은 무엇을 위해 태어나고, 또 어째서 죽어야 하며, 삶의 과정을 통하여 인간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수시로 끓어오르는 나의 욕망은 어디에서 비롯하며, 나의 의식은 무엇을 이토록 갈망하는가. 이제 그 답을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