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친구라고 생각했던 걸까
우린 딱 그 정도까지의 관계였던 걸까.
비록 회사에서 만났지만, 첫 회사에서의 1년 동안 동고동락을 같이 한 동기로써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아마 우린 그 정도 관계까지는 아니었나 보다.
친구의 결혼식에 초대되지 않았다
12월 14일. 6개월 전에 카톡으로 받은 친구의 결혼식이었다. 바로 오늘이다.
그런데 오늘 나는 친구의 결혼식에 가지 않았다.
굳이 초대받지 않은 결혼식에는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필 그 날짜를 알고 있어서 괜히 신경이 쓰였다.
그리고 오늘 이후로는 다시 볼 일이 없겠구나 라는 생각도 어렴풋이 들었다.
19년 6월 25일
친구의 프사가 우연히 바뀌어 있어서 연락을 했다.
나 : 프사 예쁘다 바뀌었네!!!
친구 : 응응! 나 이직했어. 지금 행복한 백수 시절을 보내고 있지~
나 : 오 그럼 지금 쉬고 있겠다.
친구 : 응 지금 쉬면서 여기저기 여행 다니고 있어.
나 : 그럼 여행 다녀와서 얼굴 한번 보자~
친구 : 그러자! 잘 지내고 있지?
나 : 응 나는 잘 지내지~ 남자 친구랑 잘 만나고 있지?
친구 : 응! 나도 잘 지내. 나 12/14일 날 결혼해.
나 : 우와 날짜 정해졌구나. 축하해! 청첩장 나오면 꼭 보내줘.
친구 : 응 그전에 봐야지. 다녀와서 연락할게.
나 : 그래그래! 준비 잘하고 조만간 보자.
6개월 전. 이 대화를 끝으로 끝끝내 청첩장은 오지 않았다.
나는 메모를 잘하고 기억을 잘하는 편이라, 친구의 결혼식 날짜를 기다리고 있었고
결혼식 1달 전부터 언제 이 친구한테 연락이 올까 하는 마음에
주말 이틀 중 하루의 약속은 꼭 빼두었는데...
너무 바빴던 건지
애초에 초대할 리스트에 없었던 건지
부담을 줄까 봐 연락을 안 했던 건지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연락이 없었다.
내가 먼저 연락을 해볼까 수십 번도 고민했다
학창 시절의 오래된 친구였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회사에서 만나 1년을 알고 지낸 친구. 퇴사를 했지만 1년에 1번은
얼굴을 봤던 친구였기에 나는 그 이후로도 쭉 알고 지낼 생각이었지만
아무래도 알고 지낸 기간이 길지는 않기에 그 친구 생각을 알 수 없어
결국 먼저 연락하지는 않았다.
평소 정이 많은 타입이라
가까이 지내는 사람은 먼저 연락하고 잘 챙기는 타입이지만
내가 쏟은 정과 시간만큼, 이 사람은 나를 얼마나 생각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학창 시절의 친구는 이해득실 없이 만난 사이라
평소에도 같은 동네에서 쉽게 보고 약속을 잡는다.
시간이 지나도 이미 단단해진 사이라 '학창 시절 친구'라는 이름으로 남아있지만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은
친구라기보다 동료였거나, 동기였던 편한 사이라고 칭하는 게 더 정확하겠다.
물론 이해관계가 있는 사이에서 만났지만,
게 중에는 동갑이어서 혹은 같은 시기에 회사를 들어온 이유로 하나의 동기가 되어
친해진 사이가 몇몇 있다. 같은 공간에서 일정 시간을 같이 보내고
식사를 같이 하다 보면, 밖에서 따로 만나진 않아도 어느 정도 선에서는 친해진 사이가 된다.
당장 내가 퇴사를 한다면,
밖에서 따로 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때 떠오르는 얼굴들을 '사회생활 친구'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그 정도의 관계는 다른 직장으로 옮겨가도 나의 대소사에 부를 수 있는 사이가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나와는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자
굳이 감정 소비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안부를 물어보려면 카톡창을 지워버렸다.
인간관계라는 건 참 어렵다.
다들 결혼식, 장례식 같은 대소사를 기점으로 인간관계가 많이 정리된다고 한다.
어떤 사람을 초대할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걸러지는 사람들이 생긴다는데
초대를 받는 입장에서도 정리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친한 사이가 아니더라도, 결혼식 초대를 받으면 돈이라도 축하의 의미로 축의금을 부치는 편이었지만
직접 결혼식에 갈 생각을 6개월 전부터 하고 있던 상황에서
만나기는커녕 모바일 청첩장 하나 못 받았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꽤나 서운하다.
앞으로 먼저 연락하는 일은 없겠지만,
프사에 올려진 웃고 있는 결혼사진처럼
행복한 결혼이 되기를. 직접 가서 축하는 못하지만 이렇게 글을 남겨본다.